Fall in Love 폴 인 러브
정해연 지음 / 청어람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기절정의 스타 이기주와 대필작가 송가을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정해연작가의 ’Fall in love’는 잔잔한 분위기의 소설이었습니다.
자신의 이름 석자가 박힌 책을 쓰고 싶지만 현실은 대필작가로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가을.그런 가을에게 인기가수인 이기주의 자서전 대필작업이 들어오게 되고, 그렇게 닿을 것 같지 않던 이기주와의 인연이 닿게 됩니다.

자신의 자서전의 출간에 대해서도 회의적이고 친숙하지 않은 누군가와의 동행이 귀찮기만 했던 이름처럼 이기적이게만 보였던 이기주. 그런 그가 가을과 뜻하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면서 그 짧은 시간 안에 자신도 모르게 곁을 내주게 됩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여성들을 몰고 다니는 인기절정의 스타이건만 자신을 스타로 보지 않는 가을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고 어느 새 그녀를 챙겨주는 기주. 때론 다른 남자연예인에게 러브레터를 보낸 적 있다는 가을의 거짓말에 질투도 하는 기주는 가을을 통해서 까칠하고 차갑게만 보였던 모습을 던져 버리고 온화한 분위기로 변모하게 됩니다. 가을의 사랑을 통해서 말입니다.

안전장치도 잘 되어 있지 않은 반지하방에 사는 가을이 못내 걱정된 기주가 가을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가을의 짐들을 자신의 집으로 옮겨 오면서 그들의 동거는 시작됩니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부모님을 떠나 보내고 외로웠던 기주에게 외로움을 덜어주고 챙겨주는 가을과의 생활은 어느 덧 그의 일상이 되었고 그녀를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듭니다. 물론 가을 또한 겉모습과 달리 자상한 면을 가진, 자신과 마찬가지로 외로워 보이는 기주를 사랑하게 됩니다.

가을, 그녀 또한 상처를 가진 여자입니다. 대필작가인 자신과 달리 유명 작가이자 드라마작가인 아버지 진만과의 갈등과 어머니가 아프신 상황에서조차 글쓰기에 여념없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아버지와 부녀다운 정을 느껴 본 적 없던 가을이 기주가 진만이 쓴 드라마에 출연을 결심하면서 왕래없던 아버지와 자주 부딪치게 됩니다. 자신에게 한번도 자상한 모습을 보인 적 없던,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글만 쓰던 아버지를 미워한다고 생각했던 그녀지만, 아버지의 병환소식에 이 두 부녀사이가 변화의 조짐을 보입니다. 물론 이 사이에는 기주의 남모르는 노력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 진만의 사정과 사랑법, 그리고 이해와 용서. 그렇게 가을과 진만은 이제서야 부녀다운 부녀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터진 가을과 기주의 열애설. 평범한 사랑을 하고 싶지만 세상은은 그들의 사랑을 한낱 저속한 스캔들로 치부하며 편협한 구경거리로 만듭니다. 그런 세상에 용기있게 자신들의 사랑을 공표한 기주. 그리고 당당하게 사랑을 이어갑니다.

꽤 사랑스런 캐릭터였던 기주와 가을, 그리고 잔잔하게 그려진 그들의 사랑.
스타와 그의 연인의 소재를 다룬 만큼 그들의 연애가 세상에 밝혀지면서 갈등을 겪게 되긴 하지만 솔직히 너무 흐지부지 진행된 것 같아 밋밋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게 아쉬움으로 남긴 하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움이 느껴진 글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두는 무슨 색일까?
임은정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연두는 무슨 색일까?'라는 제목처럼 연두라는 여주가 등장하는 소설로 쌍둥이자매를 소재로 한 소설입니다.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연두는 섹시가수인 여동생 보라 때문에 예쁘면서도 그러한 미모를 숨기고 살고 있는 착한 심성의 내성적인 여주입니다. 자신과 달리 외향적인 쌍둥이 동생 보라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사고를 수습하는 연두. 보라때문에 포기하며 사는 것도 많은 그녀지만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동생을 챙겨주고 동생을 위합니다.
그런 그녀가 동생을 위해 했던 큰 일 중 하나가 바로 6년전, 가수를 꿈꾸는 동생의 오디션을 대신 봐준 것.
뜻하지 않게 누군가를 속였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그녀가 6년만에 그 당사자를 만나게 됩니다.
단잠을 자고 있던 그녀를 깨운 한 사람, 애완견 술탄이 아파 연두의 병원 문을 두드린 기획사 대표 민영이 바로 그녀의 죄책감에 대상.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만남에 보라와 똑같은 자신의 얼굴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진료를 끝내게 되고 괴상한 차림의 수의사 연두를 의심쩍어 하면서도 끌리는 민영. 그렇게 두 사람의 재회는 시작되었습니다.

 

안그래도 예기치 않았던 민영과의 만남에 놀란 상태에서 민영을 피하기 바쁜 그녀에게폭탄같은 일이 터집니다. 컴백을 앞둔 여동생 보라가 증발해버린 사건이 터지고 만 것. 그것도 유부남 서준과의 스캔들을 남겨두고 말입니다. 보라의 뒷수습을 하기 위해 보라행세를 하게 된 연두는 어쩔 수 없이 또 다시 민영을 속이기에 이릅니다. 쌍둥이지만 외모 빼고는 거의 닮은 게 없는 두 자매이기에 보라행세가 쉽지 않은 연두. 그런 그녀의 고군분투가 시작됩니다. 녹음에 안무에 화보, 뮤비촬영까지. 제대로 춰 본 적도 없는 섹시춤에 노출까지 신경 쓸 일은 태산이고, 거기다 민영을 향하는 자신의 마음에 죄책감에 힘들어 하는 연두, 그녀를 지켜보면서 언니인 연두를 이렇게 몰고간 대책없는 보라를 미워도 했고 거절치 못하는 연두가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거기다 민영에게 언제 어떻게 들킬까 싶어 조마조마했습니다.

 

연두, 그녀 나름대로 마음 고생을 하고 있을 때 마찬가지로 가슴앓이를 하는 민영.
오디션때 빼고는 지난 6년 동안 여자로 느끼기는 고사하고 골칫덩이로만 느꼈던 보라를 여자로서 의식하는 그는 자신의 사업 철직과 마음의 소리때문에 고뇌에 빠집니다. 그러면서도 보라에게 눈길이 가 그녀를 주시하고 질투하고 걱정하는 그. 첫사랑의 상처 후 사랑에 있어서 회의적인 그였지만 보라행세를 하는 연두를 사랑하게 되고 그 마음을 인정합니다.

 

비록 보라행세를 하고 있지만 민영을 사랑하게 된 연두는 그녀에게 내민 그의 손을 잡고 그들의 조심스런 사랑이 시작됩니다. 민영을 사랑할수록 죄책감이 커지는 연두. 그리고 보라행세를 하는 연두를 사랑하면서 자연스레 무언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민영. 민영은 결국 자신이 사랑한 보라가 진짜 보라가 아니라 그녀의 행세를 한 쌍둥이 언니임을 알게 됩니다. 더불어 자신이 관심을 가졌던 동물병원의 괴상한 원장이라는 것도.
알면서도 내색하지 않는 그는 연두가 자신에게 언제 사실을 말할지 기다리며 때때로 그녀에게 심술을 부립니다. 그리고 이런 폭탄을 떠뜨리고 연두에게 모든 것을 짊어지게 한 보라를 향해 이를 갑니다.

 

민영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마음과 그런 그를 잃기 싫다는 마음에 고백을 미루고 미루던 연두의 마음은 그야말로 곪아터져만 갔습니다. 민영을 사랑하고 민영을 사랑을 받으면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조마조마해 하던 그녀. 그런 상황에서 보라가 귀국하고 보라와 서준의 뒷조사를 하고 있던 민영의 첫사랑이자 서준의 부인인 희연 덕에 모든 사실이 폭로될 위기에 처하고 결국 민영이 먼저 나서게 됩니다. 자신을 속인 연두가 괘씸하긴 하지만 사랑하는 연두이기에 지켜주고자 하는 그. 민영과 서준의 합작으로 희연을 막고 모든 것은 잘 무마되어 연두와 보라의 대사기극은 영원히 묻히게 되고 연두, 보라 두 자매는 각자 행복한 사랑을 합니다.

 

꽤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었습니다. 가벼운 이야기이긴 했지만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었고 카메오로 등장하는 동물 술탄과 몽이 글의 재미를 더하기도 했습니다. 글을 처음 읽을 때는 사고만 치고 내빼는 보라를 미워하기도 했는데 후반부에 그녀의 이야기와 서준과의 사랑을 다루면서 보라 또한 보라 나름대로의 고충의 있었음을 알 수 있었던, 그야말로 쌍둥이 자매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소설이었습니다. 다만 초반부분에서는 재밌게 읽어 나갔지만 후반부분 갈등이 표출되고 해결되는 장면에서는 너무 급마무리 된 느낌이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볍기 읽기에는 부담 없는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큐티파이
이예찬 지음 / 발해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이 작가님의 책은 처음이지만 평이 좋아서 읽게 된 '큐티파이'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재밌고 만족스러웠던 소설이었습니다. 학원물에서 시작되는 소설임에도 가볍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흐름, 그리고 세심한 표현력과 흡입력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어 읽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열여덟의 한주는 어른스럽고 완벽을 추구하며 하나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집중을 하는 소녀입니다. 제빵, 뜨개질, 십자수 등, 남들이 보기엔 취미로 하는 것에 왜 그리 집착을 하는 냐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녀가 그렇게 집중했던 이유에는 외로움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딸인 자신에게 너무 냉정한 어머니와 떨어져 살면서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은 그녀는 그 외로움을 잊기 위해 무언가에 몰두해야만 했습니다. 남들과의 관계에 의지해서도 자신을 보여서도 안된다는 교육을 받고 살아왔던 그녀, 그러했던 어머니에 의해 세뇌당하다시피했으면서도 그녀는 외롭고 사람의 정이 그리웠습니다. 그녀는 아직은 열여덟밖에 안된 어린 소녀였고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한 인간이었기에.
그런 그녀가 자신을 외롭지 않게 해주겠다는 한 소년, 진휘를 만납니다. 자신이 만든 빵을 평가받기 위해 찾았갔던 그였지만 어느 새 그녀에게는 그것이 일상이 되었고 그와 함께 하는 동안은 외로움을 잊게 됩니다.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멋지게 보이는 것이 좋고 예쁜 여자에게 고백을 받으면 괜히 으쓱하는, 아직은 어린 열여덟의 진휘의 평범했던 일상에 손을 내민 한주. 진휘, 손수 만든 빵을 내밀며 평가해달라는 그녀 또한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애들 중 한명으로 알고 귀찮아했던 그지만 매번 손을 내밀며 자신을 바라보는 반짝이는 눈빛에 끌려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어버립니다. 다른 남자들과 있는 모습에 질투도 하고, 자신에게만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던 그는 어느새 자신의 심장에 한주를 담고 있었던 것입니다. 서로를 알아가면서 그는 알게되었습니다. 송한주 그녀가 외로움으로 똘똘 뭉친 소녀라는 것을. 그녀가 무언가에 집중하는 이유가 외로움을 견디는 그녀만의 방식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는 그녀를 외롭지 않게 해주리라 결심합니다.

 

그렇게 풋풋한 시간을 보내던 한주와 진휘, 수줍은 첫키스의 아른한 느낌이 사라지기도 전에 그들이 함께 했던 세계는 무너지고 맙니다. 한 순간에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진 한주로 인해.
아무 말 없이 사라진 한주를 걱정하며 찾았던 진휘, 갑작스런 한주의 전학소식과 함께 그는 한주에게 배신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그는 한주를 잊지 못했습니다. 급기야 영장을 받은 어느 날, 그는 한주를 찾기 위해 그녀의 어머니가 강의하던 대구의 대학교를 찾지만 그녀를 만나지 못합니다. 그저 그녀가 어느 외국에서 잘 살고 있으리라 생각을 하며 그녀를 잊고자 마음 먹습니다.

 

그렇게 그들이 헤어진지 10년 후, 그들은 다시 만났습니다. 진휘의 어머니가 자주 가는 마트의 푸드코트 '주 하우스'에서 매운낚지볶음을 만들며 환하게 웃고 있는 한주와 재회하게 된 진휘는, 갑작스레 사라졌던 그녀가 마치 아무일도 없었단듯이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것에 배신감이 들고 마음이 상합니다. 그리고 10년전과는 전혀 다른 그녀의 모습에 또 한번 놀랍니다. 남들과 관계맺는 것을 극도로 피하고 자신을 내보이지 않던 그녀가 남들과 서슴없이 친해지는 모습에 놀라며 그녀가 사라지고 힘들었던 자신과 달리 그녀는 잘 살았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그녀가 곱게만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가습 속은 벌써 풍랑이 불고 있었습니다. 한주를 사랑했던 풋풋한 옛감정이 불러 일으키는 회오리바람속에서.

 

한주를 잊었다고 생각했던 순간까지 한번도 한주를 잊어본 적 없던 그는 운명처럼 다시 한주를 가슴에 담게 됩니다. 물론 처음에는 그 감정을 무시해 보려하기도 하고 소개를 통해 만난 경애와 잘해 보려고 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마음이 가는대로 굴복하고 맙니다. 그렇게 한주와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진휘가 알지 못했던 한주의 10년, 그녀의 삶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갑작스레 전학을 가야 했던 이유, 아무말없이 떠나야 했던 이유는 그녀의 어머니때문이었습니다. 대구의 대학교수로 재직중이던 어머니께서 쓰러졌다는 갑작스런 소식에 대구로 내려가야만 했던 그녀는 처음에는 이별이 이렇게 길어길지 몰랐습니다. 어머니의 건강이 괜찮아지면 다시 올라가야지하고 막연히 생각했던 그녀엾지만 어머니의 병세는 심각했고 결국 그녀는 어머니의 곁을 지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뇌출혈로 큰 고비를 넘기고서도 불편해진 몸에 무력감에 자해하는 어머니를 지켜야 했고 병수발을 해야 했으며 가장이 생계를 꾸려 나가야 했습니다. 똑똑했던 그녀지만 대학을 포기하고 생업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던 그녀, 고된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 그녀가 얻은 것이 있다면 자신과 어머니 사이에 있던 벽을 허물고, 세상을 한발 내딛은 것.

 

어머니의 제자였던 동주의 어머니 밑에서 음식을 배우고 서울로 올라와 동주와 함께 시작한 '주 하우스'. 그렇게 열심히 일하면서 그녀는 종종 꿈꾸었습니다. 진휘를 만날 수 있기를. 그랬던 그녀의 바람이 우연처럼 이루어졌지만 자신에게 냉랭할뿐더러 그의 곁에 있는 경애로 인해 가슴 아파합니다. 하지만 다른 곳을 보는 듯 했지만 같았던 두 사람의 마음이 닿아 결국 그들은 지나온 시간이 무색하게 따뜻한 사랑을 이어갑니다.

 

10년이라는 오랜 시간 속에 첫사랑의 아련함을 간직하며 서로 다른 삶을 살아돴던 한주와 진휘, 두 사람의 학창시절 이야기부터 재회, 그리고 다시 사랑하기에 이르기까지 그 잔잔한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표현한 덕분에 갈수록 몰입하면서 읽었던 따뜻한 소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한주는 한주 나름대로, 진휘는 진휘 나름대로 성숙해지고 성장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고 그러한 그들의 시간의 흐름이 무색하게 여전한 사랑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갑작스레 이별하고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막연히 가슴 속에 담고 꺼내보았던 두 사람의 예쁜 사랑에 미소가 지어지면서도 그들이 이별하고 살았던 시간들이 안쓰러워 눈물을 짓게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별했던 10년 속에서 잃었던 것만큼 얻은 것도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에서 엄마로, 어머니를 대하는 마음도 행동도 변한 한주와 딸과 티격태격하며 지내게 된 나여사. 그들은 어느 새 진정한 가족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한주의 생부의 등장은 한주 가족내에 자리잡고 있던 앙금들이 풀리며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가족다운 모습을 찾아가기에 이릅니다.

 

이렇듯 한주와 진휘의 풋풋한 사랑에서 안타까웠던 이별, 그리고 다시 찾은 따뜻한 사랑과 가족애를 통해 따스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큐티파이'는 정말 간직하고 싶은 기쁨과 만족감을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혼, 살아보고 할까요?
서연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결혼, 살아보고 할까요?'는 제목을 통해 예상했던 스토리와는 다른 느낌의 소설이었습니다. 동거를 소재로 했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전혀 가볍지 않고 현실적이면서 매끄러운 스토리 전개가 몰입을 이끌었던 아주 만족스러웠던 소설이었습니다. 예전에 나온 적 있던 책을 개정판으로 냈다고 하는데 앞서 나온 책을 읽지 않은 저로서는 모든 것이 신선했고, 분명 시간적으로도 봤을 때 처음 출간됐을 당시와 시대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그러한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버린 연상연하 커플이 책 속에서는 쉽게 인정받지 못하긴 하지만, 그외에는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세살 차이의 연상연하 커플인 연우와 태준은 선후배관계에서 시작된 연인이었습니다. 연우의 실연 뒤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시나브로, 점점 서로에게 젖어든 두 사람은 어느 새 연인관계가 되었고 4년이라는 시간 속에 깊은 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연우의 독립과 더불어 동거에 이르게 됩니다. 선후배관계때와는 다른, 그리고 연인때와는 또 다른 생활 속에서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서로의 몰랐던 모습을 알아가며 사랑이 더 깊어지는 연우와 태준의 관계를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표면적인 그들의 관계만을 봤을 때는 남들에게 있어 선후배 사이일 뿐인 두 사람. 의도적으로 숨긴 것은 아니었지만 서로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게 익숙해졌던 두 사람이 갑작스레 누군가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공표한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어렵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로 인해 겉으로는 내색을 잘 하지 않는 연우가 불안감을 느끼기고 하고 그 불안감을 홀로 삭이면서 마음에 멍울이 지기도 합니다. 분명 사랑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어딘가 아슬아슬하게만 느껴지는 두 사람. 그것은 아마도 그들의 관계에 대한 정의, 그리고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 무엇보다도 태준의 상처때문은 아니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준, 연우를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그는 유년시절을 고통스럽게 보내야만 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성인이 된 순간까지도 고통과 두려움 속에 살고 있었습니다. 폭력적인 아버지 아래 살면서 신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상처 입었던 그는, 폭력으로 얼룩진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홀로 그 폭력을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그러한 가정 속에서 자라 사랑하는 법을 몰랐던 태준은 연우를 사랑하면서도 그렇기에 함께 하고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음에도 자신의 상처를 내 보이지 못했고 확신도 주지 못했습니다.

태준이 연우의 품에 안겨 자신의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내고서야 두 사람이 하나로 되어 가는 길에 한 걸음 더 전진하게 됩니다. 그들의 사이를 알고 있던 몇 안되는 연우의 친구들에게 자신들의 동거 사실을 밝히는 것 또한 그 하나의 걸음이었고 막연히 자리잡고 있던 연우의 불안감을 떨쳐낼 수 도 있었습니다.태준에게 있어 여전히 두려운 존재인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민교수, 혜린이 놓은 덫 속에 숨이 막혀 하면서도 발버둥을 치면서도 제대로 대응조차 못했던 태준은 자신의 여자는 연우를 위해, 자신을 지켜주겠다고 말하는 사랑스런 '내여자'를 위해 용기를 내기로 합니다. 망상과 집착으로 똘똘 뭉친 혜린이라는 여자에게서, 탐욕으로 일그러진 민교수와 강압적인 아버지에게서 연우를 지키면서 그녀와 함께 하기 위해, 유년의 상처로 자라다 만 반쪽 어른의 모습을 버리기로 마음 먹는 태준. 비로소 그는 진정한 어른이 되었고 한 여자의 온전한 남자가 되었습니다. 말로는 그리고 상식적으로 통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두 사람이 선택한 것은 달걀로 바위치기를 하는 무모함이 아니라 치밀한 작전이었습니다. 신혼집을 장만하고 혼인신고를 하고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두 사람의 하나되기 과정. 결국 승자는 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두 사람의 사랑을 지켜냈고 새로운 관계의 재정립을 이루어 냈습니다. 한 남자의 아내,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그들의 사랑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상처를 가진 태준이 과거의 상처에서 나오는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분명 체격적인 면에서 아버지보다 뛰어나면서도 무자비한 폭력에 힘없이 당하기만 하던 태준이 그러한 아버지를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았으며 태준이 자신의 남자라는 망상으로 그의 곁에 있는 연우를 보잘 것 없는 여자로 모욕하는 혜린의 집착과 광기를 책을 읽는 내내 혀를 내두르게 했습니다. 그러한 딸의 사랑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욕심을 위해 태준을 몰아 붙이는 민교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외롭지 않았던 것은 사랑과 함께 였기도 했지만 그들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태준의 선배인 석환과 영원부부는 태준과 연우의 사랑을 응원하고 위로하며 물심양면으로 도왔고 친구를 위한답시고 연우에게 상처를 줬던 민재도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두 사람의 사랑을 축복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요즘의 시대에서도 보기 드문, 출간 당시에는 정말 획기적으로 다가왔을 어머니상인 연우 어머니와 가족의 지지, 피한방울 안 섞였지만 이번 시련을 통해 진정한 모자관계로 거듭난 태준의 새어머니의 인정 속에서 그들은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모두의 축복 속에 진정한 부부가 됩니다. 그리고 티격태격의 연속이지만 너무나 닮은 태준과 그의 아버지의 관계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이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게 어떤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서연작가의 '결혼, 살아보고 할까요?'는 건조한 문체지만 섬세한 감정묘사와 현실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전개로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자아내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감동과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최연우, 강태준이라는 두 인물의 사랑을 통해 사랑뿐만 아니라 가족의 재정립을 보여주는 소설이었으며 여자에게 있어 결혼이 전부가 아니며 능력이 된다면 혼자서 사는 것이 결혼이라는 제도에 갇혀 지내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의식을 가진 연우 어머니의 생각은 대개의 어머니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점에서 신선했고 그러면서도 딸의 행복에 대한 지지를 아끼지 않는 점에서는 정말 역시 모정의 깊이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두꺼운 책두께에 비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어 읽었던, 재밌고 만족스러웠던 소설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금빛 나날
박미연 지음 / 청어람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금빛나날'은 18살, 20살의 풋풋한 사랑에서 10여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의 성숙된 사랑을 잔잔히 그려나간 소설이었습니다. 홀어머니밑에서 자랐지만 구김살없이 누구에게나 친근한 명랑 쾌활 18세 소미와 모든 것에 무관심한 것 같은 과묵한 20세의 승호는 한 교실의 짝이었습니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수업 중 괴롭혀도 까닥하지 않는 승호에게 다가가고자 무던히도 노력하는 소미와 그런 소미에게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가면서도 무관심한 척 하는 승호. 그런 승호도 결국 소미의 밝음에 전염된 듯 손을 들고 맙니다. 아무리 벽을 세우려고 해도 어느 새 허물고 들어와 마음을 열어 놓게 만드는 소미, 그런 그녀의 밝음이 저에게도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세상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 같은 승호지만 그의 그러한 행동은 상처받은 가족사에서 오는, 더 이상은 상처받기 싫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세계로 아무도 오지 않길 바라면서도 누군가에게 구원 받길 원했던 깊숙히 자리한 그의 바람이 느껴지면서 그러한 그의 외침을 듣고 자신이 더 서럽게 울어 주며 승호에게 손길을 내미는 소미를 보면서 두 사람은 어떻게든 이어질 수 밖에 인연이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승호의 마음을 알아 준 유일한 벗.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소미가 승호에게 손길을 내미는 것 같지만 어쩌면 소미가 승호의 무언의 손길을 잡았던 것인지도.

친구에서 서로를 가슴에 담은 연인으로 변해가는 소미와 승호를 지켜보면서 참 예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그 예쁜 사랑 지켜보고 싶었는데 두 사람에게 이별이 찾아왔을 때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당시 집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던 유학행을 원했던 승호였지만 소미를 만나고 그녀를 마음에 담으면서 갈등을 하게 되는 그는 결국, 소미의 눈물을 뒤로 하고 한국을 떠납니다.

이별때문에 한 동안 심하게 앓아야만 했던 소미지만 대학에 들어가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자신의 재능을 펼치면서 그녀 특유의 밝음은 여전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영어연수라는 명목 아래 승호를 만나러 미국행을 결심을 하게 됩니다. 승호를 보기 위해 미국까지 가는 소미를 보면서 역시 소미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재회했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한 동안의 이별을 통해 더 깊어진 그들의 마음은 한 순간에 타올랐습니다. 떨어지기 싫어서 거짓말까지 해 승호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는 두 사람.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행복감을 만끽하던 두 사람의 시간은 소솜같았습니다. 승호의 아버지가 소미의 존재를 알게 되고 소미의 어머니에게 함께 살고 있던 것을 들키는 바람에 두 사람은 또 다시 이별하게 됩니다. 보내는 것이 가슴 아프면서도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승호, 그러한 승호의 태도에 상처받은 소미. 그들의 스무살, 스무 두살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십여년만에 승호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그들은 다시 재회하게 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소미를 되찾기 위해 외로움 속에서 홀로 싸워야 했던 승호의 소미를 얻기 위한 행동개시, 처음 짝으로 만났을 때 소미가 먼저 다가왔다면 이번에는 승호가 먼저 다가서기로 마음 먹은 것입니다.

승호가 굴레와 같던 집안에서 벗어나 당당히 소미에게 서기 위해 힘을 길렀던 시간동안 그림에 혼을 불어 넣으며 꽤 잘 나가고 촉망받는 화가로 성장한 소미.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나 그들이기에 쉽지만은 않은 사랑.
잊지 못했으면서 잊었다고 그저 추억뿐이라고 말하며 도망치는 소미와 그런 소미에게 끊임없이 손을 내미는 승호의 모습은 마치 그들의 학창시절로 돌아가 입장만 바뀐 듯 했습니다.

다시 손을 잡고 싶은 마음 반 다시는 상처받기 싫은 마음 반 속에서 갈등하는 소미. 결국 그녀의 선택은 그녀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그렇게 두 사람은 오랜 시간 돌고 돌아 드디어 완전한 행복을 누리게 됩니다. 각 자 집안의 가정사와 반대때문에 쉽지 않았던 두 사람의 사랑, 두 번의 이별 끝에 이루어진 사랑인만큼 굳건히 지켜나가길! 제목처럼 황금빛나날로만 가득하길! 그러한 마음으로 책을 덮었습니다.

애정신같은 것보다는 두 사람의 이야기와 사정에 초점을 맞췄던 '황금빛나날'은 그 특성만큼 잔잔하게만 흘러갔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딱 떨어지는 기승전결 속에서 편안하게 읽었던 소설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소미와 승호라는 인물과 집안에 대한 이야기, 그들 사이에 흐르는 감정에 대한 묘사가 더 섬세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