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절정의 스타 이기주와 대필작가 송가을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정해연작가의 ’Fall in love’는 잔잔한 분위기의 소설이었습니다. 자신의 이름 석자가 박힌 책을 쓰고 싶지만 현실은 대필작가로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가을.그런 가을에게 인기가수인 이기주의 자서전 대필작업이 들어오게 되고, 그렇게 닿을 것 같지 않던 이기주와의 인연이 닿게 됩니다. 자신의 자서전의 출간에 대해서도 회의적이고 친숙하지 않은 누군가와의 동행이 귀찮기만 했던 이름처럼 이기적이게만 보였던 이기주. 그런 그가 가을과 뜻하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면서 그 짧은 시간 안에 자신도 모르게 곁을 내주게 됩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여성들을 몰고 다니는 인기절정의 스타이건만 자신을 스타로 보지 않는 가을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고 어느 새 그녀를 챙겨주는 기주. 때론 다른 남자연예인에게 러브레터를 보낸 적 있다는 가을의 거짓말에 질투도 하는 기주는 가을을 통해서 까칠하고 차갑게만 보였던 모습을 던져 버리고 온화한 분위기로 변모하게 됩니다. 가을의 사랑을 통해서 말입니다. 안전장치도 잘 되어 있지 않은 반지하방에 사는 가을이 못내 걱정된 기주가 가을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가을의 짐들을 자신의 집으로 옮겨 오면서 그들의 동거는 시작됩니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부모님을 떠나 보내고 외로웠던 기주에게 외로움을 덜어주고 챙겨주는 가을과의 생활은 어느 덧 그의 일상이 되었고 그녀를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듭니다. 물론 가을 또한 겉모습과 달리 자상한 면을 가진, 자신과 마찬가지로 외로워 보이는 기주를 사랑하게 됩니다. 가을, 그녀 또한 상처를 가진 여자입니다. 대필작가인 자신과 달리 유명 작가이자 드라마작가인 아버지 진만과의 갈등과 어머니가 아프신 상황에서조차 글쓰기에 여념없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아버지와 부녀다운 정을 느껴 본 적 없던 가을이 기주가 진만이 쓴 드라마에 출연을 결심하면서 왕래없던 아버지와 자주 부딪치게 됩니다. 자신에게 한번도 자상한 모습을 보인 적 없던,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글만 쓰던 아버지를 미워한다고 생각했던 그녀지만, 아버지의 병환소식에 이 두 부녀사이가 변화의 조짐을 보입니다. 물론 이 사이에는 기주의 남모르는 노력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 진만의 사정과 사랑법, 그리고 이해와 용서. 그렇게 가을과 진만은 이제서야 부녀다운 부녀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터진 가을과 기주의 열애설. 평범한 사랑을 하고 싶지만 세상은은 그들의 사랑을 한낱 저속한 스캔들로 치부하며 편협한 구경거리로 만듭니다. 그런 세상에 용기있게 자신들의 사랑을 공표한 기주. 그리고 당당하게 사랑을 이어갑니다. 꽤 사랑스런 캐릭터였던 기주와 가을, 그리고 잔잔하게 그려진 그들의 사랑. 스타와 그의 연인의 소재를 다룬 만큼 그들의 연애가 세상에 밝혀지면서 갈등을 겪게 되긴 하지만 솔직히 너무 흐지부지 진행된 것 같아 밋밋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게 아쉬움으로 남긴 하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움이 느껴진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