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나날
박미연 지음 / 청어람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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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나날'은 18살, 20살의 풋풋한 사랑에서 10여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의 성숙된 사랑을 잔잔히 그려나간 소설이었습니다. 홀어머니밑에서 자랐지만 구김살없이 누구에게나 친근한 명랑 쾌활 18세 소미와 모든 것에 무관심한 것 같은 과묵한 20세의 승호는 한 교실의 짝이었습니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수업 중 괴롭혀도 까닥하지 않는 승호에게 다가가고자 무던히도 노력하는 소미와 그런 소미에게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가면서도 무관심한 척 하는 승호. 그런 승호도 결국 소미의 밝음에 전염된 듯 손을 들고 맙니다. 아무리 벽을 세우려고 해도 어느 새 허물고 들어와 마음을 열어 놓게 만드는 소미, 그런 그녀의 밝음이 저에게도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세상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 같은 승호지만 그의 그러한 행동은 상처받은 가족사에서 오는, 더 이상은 상처받기 싫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세계로 아무도 오지 않길 바라면서도 누군가에게 구원 받길 원했던 깊숙히 자리한 그의 바람이 느껴지면서 그러한 그의 외침을 듣고 자신이 더 서럽게 울어 주며 승호에게 손길을 내미는 소미를 보면서 두 사람은 어떻게든 이어질 수 밖에 인연이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승호의 마음을 알아 준 유일한 벗.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소미가 승호에게 손길을 내미는 것 같지만 어쩌면 소미가 승호의 무언의 손길을 잡았던 것인지도.

친구에서 서로를 가슴에 담은 연인으로 변해가는 소미와 승호를 지켜보면서 참 예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그 예쁜 사랑 지켜보고 싶었는데 두 사람에게 이별이 찾아왔을 때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당시 집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던 유학행을 원했던 승호였지만 소미를 만나고 그녀를 마음에 담으면서 갈등을 하게 되는 그는 결국, 소미의 눈물을 뒤로 하고 한국을 떠납니다.

이별때문에 한 동안 심하게 앓아야만 했던 소미지만 대학에 들어가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자신의 재능을 펼치면서 그녀 특유의 밝음은 여전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영어연수라는 명목 아래 승호를 만나러 미국행을 결심을 하게 됩니다. 승호를 보기 위해 미국까지 가는 소미를 보면서 역시 소미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재회했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한 동안의 이별을 통해 더 깊어진 그들의 마음은 한 순간에 타올랐습니다. 떨어지기 싫어서 거짓말까지 해 승호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는 두 사람.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행복감을 만끽하던 두 사람의 시간은 소솜같았습니다. 승호의 아버지가 소미의 존재를 알게 되고 소미의 어머니에게 함께 살고 있던 것을 들키는 바람에 두 사람은 또 다시 이별하게 됩니다. 보내는 것이 가슴 아프면서도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승호, 그러한 승호의 태도에 상처받은 소미. 그들의 스무살, 스무 두살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십여년만에 승호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그들은 다시 재회하게 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소미를 되찾기 위해 외로움 속에서 홀로 싸워야 했던 승호의 소미를 얻기 위한 행동개시, 처음 짝으로 만났을 때 소미가 먼저 다가왔다면 이번에는 승호가 먼저 다가서기로 마음 먹은 것입니다.

승호가 굴레와 같던 집안에서 벗어나 당당히 소미에게 서기 위해 힘을 길렀던 시간동안 그림에 혼을 불어 넣으며 꽤 잘 나가고 촉망받는 화가로 성장한 소미.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나 그들이기에 쉽지만은 않은 사랑.
잊지 못했으면서 잊었다고 그저 추억뿐이라고 말하며 도망치는 소미와 그런 소미에게 끊임없이 손을 내미는 승호의 모습은 마치 그들의 학창시절로 돌아가 입장만 바뀐 듯 했습니다.

다시 손을 잡고 싶은 마음 반 다시는 상처받기 싫은 마음 반 속에서 갈등하는 소미. 결국 그녀의 선택은 그녀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그렇게 두 사람은 오랜 시간 돌고 돌아 드디어 완전한 행복을 누리게 됩니다. 각 자 집안의 가정사와 반대때문에 쉽지 않았던 두 사람의 사랑, 두 번의 이별 끝에 이루어진 사랑인만큼 굳건히 지켜나가길! 제목처럼 황금빛나날로만 가득하길! 그러한 마음으로 책을 덮었습니다.

애정신같은 것보다는 두 사람의 이야기와 사정에 초점을 맞췄던 '황금빛나날'은 그 특성만큼 잔잔하게만 흘러갔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딱 떨어지는 기승전결 속에서 편안하게 읽었던 소설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소미와 승호라는 인물과 집안에 대한 이야기, 그들 사이에 흐르는 감정에 대한 묘사가 더 섬세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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