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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정신세계 - 치토스와 게토레이
조효은 지음 / 우신(우신Books)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등장인물들의 톡톡튀는 대사와 사실적인 레지던트들의 모습,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넘쳐 났던 '그녀의 정신세계'는 읽는 내내 소리 내 웃게 되는 유쾌한 소설이었습니다.
4차원 정신세계를 가진, 흥분하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나오는, 눈 오는 날 종이 울릴 때 태어난 설종은 세인대학병원 내과 레지던트 1년차로 먹고 싶은 남자 치토스, 성형외과 치프 레지던트 준우를 인턴때부터 짝사랑해왔습니다. 곱상한 외모만큼이나 자상하고 부드러운 준우에 비해 설종에게만 유난히 더 지독한, 냉철한 내과 치프 레지던트 게토레이 경진은 설종에게 있어 천적이자 피하고 싶은 존재로 낙인 찍혀 있었습니다. 설종에서 있어 전혀 다르게 보이는 두 남자, 하지만 이들에게도 접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둘 다 박가로 일명 박치프& 박선생이라고 불린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훗날, 누군가에게는 해프닝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어마어마한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수도.
치토스를 선호하고 게토레이를 싫어하던 그런 그녀의 일상에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치토스 준우의 맞선 소식& 결혼 소식에 충격받은 것에 이어 자신의 실수에는 유난히 더 냉혹했던 게토레이 경진에게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다른 면모를 발견하기 시작, 세 사람의 사랑의 작대기가 오묘하게 이동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배고픈 설종 끼니 챙겨주기, 알게 모르게 편의 봐주기, 스킨십&질투 등 차가운 줄만 알았던 경진의 세심함과 자상함에 조금씩 마음이 움직인 설종은 어느 새 경진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인턴때부터 눈여겨 봐뒀던 후배 설종, 처음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기인같은 그녀의 행동에 눈길이 갔지만 훗날 그녀를 마음에 담게 되고 실수 많은 그녀를 오히려 제대로 키우기 위해 혹독하게 대했던 경진은 동료이자 친구인 동욱에게서 설종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게 되고, 우연히 자신에게 쓴 편지를 보게 되면서 애써 부정했던 자신의 감정을 인정, 설종에게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설종이 경진을 좋아한다는 동욱의 말이, 설종의 편지가 이들의 오해 및 삽질을 불러왔다는 것입니다.
설종이 좋아하는 박 치프, 박 선생. 하지만 이 대상이 경진이 아닌 준우라는 것.
그 진실을 알지 못한 경진은 설종에 대한 마음을 더 키웠고, 설종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에 그녀와의 달콤한 연애를 시작한 것이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무섭고 미웠던 사람이었건만 어느 새 설종의 마음을 차지해버린 경진, 그의 예쁜 눈동자가 자신만을 비추는 것이 마냥 좋고 행복했던 설종은 자신을 향한 경진의 마음과 참모습에 뒤늦게 그의 소중함을 깨달아가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달달한 사랑이 꽃피우나 했지만 이들의 사랑에도 위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이 두 사람의 연애의 시작이었던 오해의 진실이 밝혀진 것. 결과적으로만 보면 결국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되었으니 상관없을 것도 같지만 경진에게만은 달랐습니다. 배신 당해 자살을 선택했던 어머니에 대한 상처를 안고 있었던 경진에게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고통이었고, 결국 그는 수치심을 느끼고 분노를 터뜨리며 설종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경진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내쳐진 설종은 설종 나름대로, 화가 나면서도 여전히 설종을 사랑하는 경진은 경진 나름대로,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이들의 진심은 통하는 법. 결국 사랑을 이루어내고 결혼에 골인하게 됩니다.
유쾌했습니다. 따뜻했습니다. 치열하고 냉혹할 것만 같았던 의사세계의 따뜻함과 일상을 엿볼 수 있었고 레지던트들의 일면도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항아, 동욱, 자영, 진우, 영식 등 조연들 모두 유쾌하고 사랑스런 인물들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더 유쾌하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표준말을 쓰지만 흥분할 때나, 생각할 때는 사투리를 사용하는 설종, 솔직한 입담을 과시하는 항아와 자영, 진정한 타짜 동욱 등 모두 살아있는 인물들이었습니다. 모두 매력적이었지만 무뚝뚝하고 냉정한 것만 같았던 경진에게서 따뜻하고 섬세할 뿐만 아니라 소유욕 짙은 강한 남자라는 의외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흡족했던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