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스타
신해영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책 소개에 끌려 읽게 된 '시에스타'는 요즘 온 국민이 열광하고 있는
피겨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소설입니다.

피겨의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정상에 우뚝 서 훌륭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김연아선수를 떠올리게 한 소설.
김연아선수로 인해 피겨에 관심이 생기긴 했지만
전문적인 지식은 없는 저 같은 경우도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같습니다.

피겨요정이라고 불리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자란 피겨스케이터 연우는
오직 피겨밖에 모르는 외로운 사람입니다.
자신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커질 수록 더 움츠려 들고 벽을 쌓은 인물입니다.
그녀에게 있어 피겨는 유일한 소통의 수단이자 친구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연우를 가슴에 담은 남자 승하.
팬으로서 시작된 호감은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사랑으로 발전하고
그렇게 연우를 향한 승하의 짝사랑이 시작됩니다.

키다리아저씨처럼 연우 모르게 그녀를 지켜주고 응원하는 승하.
스포츠 저널리스트와 취재대상으로서의 재회를 통해
홀로 키워왔던 마음을 내비추고 점점 연우와의 사이를 좁혀가기에 이릅니다.

무한정 애정을 보이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승하를 믿지 못하고
밀어내기만 했던 연우도 그의 진심을 느끼고 어느샌가 그에게 마음을 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이들의 사랑에도 위기가 찾아오지만 진실한 사랑으로 이겨내는
예쁘고 따뜻한 승하와 연우의 사랑.

오랜 시간을 홀로 바라보면서 사랑을 키울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와의 만남을 자신의 생일로 할 정도로,
사랑받는 이로 하여금 특별함을 느끼게 하는 승하의 예쁜 사랑이 참 좋았던 소설이었습니다.

피겨를 소재로 했지만 피겨 자체적인 내용보다는 심리묘사에 주력했고,
장르가 장르인만큼 사랑이 주축이 되다 보니 스포츠를 아무리 접목시켰다고 해도
피겨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는 작품이기는 했습니다.
신선한 소재에 기인, 특별한 매력을 찾아 보려 했지만
기대와 달리 너무 잔잔한 느낌이라서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예쁘고 따뜻한 사랑을 만난 것이 만족하렵니다.

피겨라는 소재에 관심을 가져 읽게 된 분들에게는
너무 밋밋하게 다가올 수 도 있는 소설이라는 것,
제목만큼이나 아주 나른한 작품이라는 점을 유념하고 읽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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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님아, 못된 내 님아 1
이진희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교통사고로 인해 지적장애가 생기면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끊임없이 반복하며 평범한 사람을 꿈꾸는 미노와 첩촉사고를 통해 친구인 도혁의 동생인 미노와 인연이 닿으면서 그녀의 순수함에 끌리는 가진의 사랑이야기인 '내 님아, 못된 내 님아'는 따뜻하고 순수한 소설이었습니다.

남들에게 싫은 소리 못하고 누군가와 관계 맺는 것을 순수하게 기뻐할 줄 아는 미노.
스물여덟의 다 큰 성인여자이지만 그녀의 예쁜 마음처럼 세상을 바라보고 순수하게 대하는 것을 보면서 미노라는 캐릭터에 빠져들었습니다. 한번의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뒤이어 어미니의 존재를 잃었음에도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잃지 않으며 자신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더 노력하고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서고자 했던 그녀의 모습은 어느 여주의 모습보다 인상적이고 아름다웠습니다.

재벌그룹의 사생아이지만 자신의 힘으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고 있던 가진.
똑똑하고 잘생긴 그는 미노를 만나기전까지만 해도 나쁜 남자의 전형이었던 그가 미노를 만나고 보살피면서 다정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순수한 미노와는 정 반대인 가진이건만 너무나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의 모습과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정말 따뜻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미노와 가진의 예쁜 사랑도 좋았지만 두 사람의 애정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 도와주는 클럽의 넘버 원, 투 수혁과 형만 두사람의 미노를 향한 과외수업이 정말 재밌었습니다. 미노와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가진의 히스테리로 힘들었던 두 사람이 그런 가진을 풀어주고 미노와의 사랑이 원만하도록 고군분투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재밌었습니다. 또, 수혁과 형만 사이의 이야기도 웃겼습니다. 미노의 오해에서부터 시작해 클럽 사람들을 비롯, 형만의 설레발로 어느 덧 공식연인이 되어버린 두 사람의 웃지 못할 이야기는 아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전체적인 스토리나 인물들의 매력면에서 마음에 들었던 '내 님아, 못된 내 님아'이지만 몇 군데에서 옥의 티같은 것들이 보여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미노를 괴롭혔던 동창들을 응징하는 가진의 모습에서 개연성이 부족해 보였고, 이복형인 강율과 아버지로 인해 신서그룹의 기획팀장으로 들어간 가진을 향한 고모부의 뜬금없는 출판사이야기는 글의 흐름상 맞지 않았습니다.

이런 아쉬운 점들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의 예쁜 사랑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지켜 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읽었던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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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
지오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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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운 'A.J'.
책 소개글에서 비춰지는 A.J는 한 여자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잊지 못하고 한국행까지 감행하는, 사랑에 있어 아주 열정적인 남주였습니다. 반면, 여주인 은수는 애인의 배신으로 인한 상처로 새로운 사랑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인물로 소개됩니다. 사랑의 상흔을 가진 은수를 향한 이국의 남자 A.J, 그의 열정적인 사랑에 기대를 많이 해서 인지 정작 책을 펴고 읽어 나가는 순간 순간들은 솔직히 아쉬움이 자리잡았던 것 같습니다.

은수는 연인인 태승으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것도 다른 여자와의 약혼때문에 말입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가 약혼하는 여자가 바로 은수의 친구 수경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배신을 하고서도 뻔뻔스런 모습을 보이는 태승에게 커피세례를 하고 애써 담담한 척하는 은수이지만 실상 그녀는 애인과 친구의 배신에 상처 입은,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연약한 사람입니다.

애인의 배신에 상처입은 은수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그녀의 마음까지 내다 본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푸른 눈을 가진 이방인 A.J. 태승과의 이별을 지켜 본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끌리듯 은수를 따라 나섰고, 아프면서도 아픈 내색을 하지 않고 울지도 않는 은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로해줍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을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하루가 지나고 사라진 은수를 찾아 헤매지만 결국 은수를 다시 만나지 못하고 귀국을 하게 됩니다. 미국에 돌아가서도 은수를 잊지 못하는 A.J는 결국 휴가를 내고 은수를 찾아 다시 한국으로 오게 됩니다. 이름도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한 여자를 만나기 위해 한국행까지 감행한 A.J는 우연을 가장한 인연으로 은수와 재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연인사이가 됩니다. 

연인에게 상처를 입었던 은수처럼 옛 연인으로부터 깊은 상처를 받은 적 있었던 A.J. 그렇기에 은수를 마음을 어느 누구보다 잘 이해하며 그녀를 지켜주고 사랑해주는 그의 사랑만을 본다면 멋있게도 다가올 수 있는 사랑이지만 설정에 비해 그러한 면이 잘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은수를 배려하고 사랑해주는 A.J의 모습을 그리고는 있지만 그렇게 공감이 가지도 자연스럽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프롤에서 등장하는 A.J의 옛 연인 라일리, 프롤에서 보면 본편에서 꽤 비중있는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점을 보면서 차라리 이 프롤부분을 빼거나 다른 장면을 프롤로 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연인이었던 은수를 버리고 그녀의 친구 수경의 손을 잡아 성공을 꿈 꿨지만 결국 모든 것이 어긋나고 은수에게 되돌아오려는 뻔뻔스런 태승이나, 은수의 연인이었던 태승을 유혹해 결국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나서도 A.J에게로 눈을 돌리는 극악적인 여조 수경. 은수의 이복오빠로 은수를 괴롭히는 철우. 이렇듯 악역의 등장을 통해 은수와 A.J 사이의 만남과 위기를 표현하고자 한 것 같지만 이러한 부분들이 잘 묘사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끊기는 느낌을 받아 몰입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소설가를 꿈꾸는 은수, 반면 소설을 쓰기 위해 노력하거나 그녀의 소설에 대한 부분이 아주 비중이 작아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첫 눈에 반한 여자를 만나기 위해 한국행을 감행하는 열정적인 A.J의 모습을 좀 더 부각시키고 나머지 이야기들을 좀 더 단조롭게 했더라면 어땠을 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은수의 소설가 꿈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보충해서, 약하게 느껴졌던 은수의 캐릭터를 살렸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국의 남자와의 운명적인 사랑, 그 자체에 대한 설정은 구미를 당겼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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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정신세계 - 치토스와 게토레이
조효은 지음 / 우신(우신Books)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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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의 톡톡튀는 대사와 사실적인 레지던트들의 모습,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넘쳐 났던 '그녀의 정신세계'는 읽는 내내 소리 내 웃게 되는 유쾌한 소설이었습니다.    

4차원 정신세계를 가진, 흥분하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나오는, 눈 오는 날 종이 울릴 때 태어난 설종은 세인대학병원 내과 레지던트 1년차로 먹고 싶은 남자 치토스, 성형외과 치프 레지던트 준우를 인턴때부터 짝사랑해왔습니다. 곱상한 외모만큼이나 자상하고 부드러운 준우에 비해 설종에게만 유난히 더 지독한, 냉철한 내과 치프 레지던트 게토레이 경진은 설종에게 있어 천적이자 피하고 싶은 존재로 낙인 찍혀 있었습니다. 설종에서 있어 전혀 다르게 보이는 두 남자, 하지만 이들에게도 접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둘 다 박가로 일명 박치프& 박선생이라고 불린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훗날, 누군가에게는 해프닝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어마어마한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수도.

치토스를 선호하고 게토레이를 싫어하던 그런 그녀의 일상에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치토스 준우의 맞선 소식& 결혼 소식에 충격받은 것에 이어 자신의 실수에는 유난히 더 냉혹했던 게토레이 경진에게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다른 면모를 발견하기 시작, 세 사람의 사랑의 작대기가 오묘하게 이동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배고픈 설종 끼니 챙겨주기, 알게 모르게 편의 봐주기, 스킨십&질투 등 차가운 줄만 알았던 경진의 세심함과 자상함에 조금씩 마음이 움직인 설종은 어느 새 경진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인턴때부터 눈여겨 봐뒀던 후배 설종, 처음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기인같은 그녀의 행동에 눈길이 갔지만 훗날 그녀를 마음에 담게 되고 실수 많은 그녀를 오히려 제대로 키우기 위해 혹독하게 대했던 경진은 동료이자 친구인 동욱에게서 설종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게 되고, 우연히 자신에게 쓴 편지를 보게 되면서 애써 부정했던 자신의 감정을 인정, 설종에게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설종이 경진을 좋아한다는 동욱의 말이, 설종의 편지가 이들의 오해 및 삽질을 불러왔다는 것입니다.
설종이 좋아하는 박 치프, 박 선생. 하지만 이 대상이 경진이 아닌 준우라는 것.
그 진실을 알지 못한 경진은 설종에 대한 마음을 더 키웠고, 설종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에 그녀와의 달콤한 연애를 시작한 것이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무섭고 미웠던 사람이었건만 어느 새 설종의 마음을 차지해버린 경진, 그의 예쁜 눈동자가 자신만을 비추는 것이 마냥 좋고 행복했던 설종은 자신을 향한 경진의 마음과 참모습에 뒤늦게 그의 소중함을 깨달아가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달달한 사랑이 꽃피우나 했지만 이들의 사랑에도 위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이 두 사람의 연애의 시작이었던 오해의 진실이 밝혀진 것. 결과적으로만 보면 결국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되었으니 상관없을 것도 같지만 경진에게만은 달랐습니다. 배신 당해 자살을 선택했던 어머니에 대한 상처를 안고 있었던 경진에게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고통이었고, 결국 그는 수치심을 느끼고 분노를 터뜨리며 설종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경진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내쳐진 설종은 설종 나름대로, 화가 나면서도 여전히 설종을 사랑하는 경진은 경진 나름대로,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이들의 진심은 통하는 법. 결국 사랑을 이루어내고 결혼에 골인하게 됩니다.

유쾌했습니다. 따뜻했습니다. 치열하고 냉혹할 것만 같았던 의사세계의 따뜻함과 일상을 엿볼 수 있었고 레지던트들의 일면도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항아, 동욱, 자영, 진우, 영식 등 조연들 모두 유쾌하고 사랑스런 인물들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더 유쾌하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표준말을 쓰지만 흥분할 때나, 생각할 때는 사투리를 사용하는 설종, 솔직한 입담을 과시하는 항아와 자영, 진정한 타짜 동욱 등 모두 살아있는 인물들이었습니다. 모두 매력적이었지만 무뚝뚝하고 냉정한 것만 같았던 경진에게서 따뜻하고 섬세할 뿐만 아니라 소유욕 짙은 강한 남자라는 의외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흡족했던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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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춘화 朝鮮春畵 -상권
이혜경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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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조선춘화'는 눈길을 끄는 제목과 흥미를 돋우는 책 소개글처럼 재기발랄, 쾌활 에로사극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봤는데 여러 인물들이 엮어나가는 이야기들이 결코 가볍지 않고 유쾌하며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설공찬의 조선춘화를 통해 선비들의 이중생활을 파헤치는 설정부터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설공찬 보늬와 유창이, 김완, 민영우, 조신선 등 각기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참 재밌게 전개된 것 같습니다.

좌의정 남인 영수의 자식인 한성부 정 4품 서윤, '김완'과 우의정 노론 영수의 자식인 예문관 정 8품 수찬, '민영우', 그리고 철저한 중도노선자이면 대대로 벼슬을 하지 않고 은둔하는 조선 최고 유림들의 왕국 소쇄원의 황태자, '유창이'. 당파도 당색도 다를 뿐더러 성격도 다른 세 사람이 친우라는 것도 눈길을 끌지만 이들의 한성의 밤을 접수하는 동안 이들을 따라 다니며 이들이 벌이는 행각들을 모조리 관찰하여 상황을 기가 막히도록 절묘하게 화폭에 담고 그 대상을 비웃는듯한 이야기를 재치있게 만담형식으로 곁들인 설공찬의 <조선선비의 이중생활>을 통해 바라보는 세 사람의 이야기도 재미를 더했고, 세책점 최고의 베스트셀러답게 그 작가 설공찬의 호기롭고 유쾌한 성격과 흥미진진한 전개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어 읽었던 것 같습니다.

당색은 다르지만 한 스승 밑에서 배운 죽마고우로 여전히 친분 돈독한, 여심뿐만 아니라 남심까지 사로잡는 출중한 세 친구가 자신들의 밤문화를 사실적으로 담은 <조선 선비의 이중생활>이라는 춘화를 곁들인 잡록에 의해 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지은이 설공찬을 잡아 이 사실을 무마하려고 하지만 영우가 책의 유혹에 못 이겨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채 당직을 서며 책을 탐독하다 조선이 낳은 최고로 똑똑한 왕 정조에게 딱 걸리게 되면서 이들의 삶은 새로운 방향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세 친구가 찾아 헤맨 지은이 설공찬은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세 사람의 주인을 맴돌았던, 조선팔도 안다니는 곳이 없고 책이 있는 곳이라면, 그리고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는 유명한 책쾌 조신선의 양자 조보늬였습니다. 부족한 것 하나 없는 인물들의 밤문화를 우연히 보고 배알이 꼬여 그들의 삶을 관찰하다 결국 화폭에 담고 책으로까지 내게 되었던 보늬는 책의 인기가 갈수록 치솟자 그만 두지 못하고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해 창작의 혼을 불태웁니다. 배포 크고 당돌한 보늬, 그에게도 비밀이 있으니 그의 정체가 여자라는 것입니다. 갓난 아기로 버려져 운명처럼 조신선의 손에서 키워지게 된 보늬는 조신선의 직업상 거처없이 여러 곳을 전전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사내로 키워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보늬 또한 별 불만 없이 아니,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호기로운 사내로서 살아왔습니다.

설공찬이 자신인 것을 알면서도 위험한 처한 상태에서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 창이로 인해 자진해 정조 앞에 나가는 보늬. 인재에 고팠던 정조는 영특하고 재능있는 이 네 사람을 자신 아래 두고 이롭게 쓰기 위해 청 사행단 합류를 명합니다. 그를 통해 가까워진 창이와 보늬. 보늬가 여자인 것을 알고 두 사람은 관계가 더욱 깊어지지만 신분의 차로 보늬는 끝을 바라보면서 지금 이 순간만을 즐길 뿐입니다. 창이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현재에 만족하고자 하는 보늬이지만 까탈스럽고 질투쟁이인 창이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과 원초적인 욕구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새 보늬를 사랑하게 된 창이는 보늬를 아내로 맞아들이기 위해 죽음을 불사르기도 하고 도망치는 보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쟁취해 안해로 맞아들입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대략 이렇지만 책을 통해 직접 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본다면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보늬의 출생의 비밀, 주변인들의 이야기, 실존인물들과의 만남과 시대배경적인 역사의 절묘한 조화로 인해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으면 감탄했던 것 같습니다.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정조와 연암 박지원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그에 따른 에피소드 뿐만 아니라 감초역할을 톡톡히 했던 조연들의 빛이 발했던 소설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보늬라는 이름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밤의 껍질을 벗겨내고 났을 때 나오는 속껍질이라는, 쓸모없고 성가시다는 뜻과는 달리 조신선의 말처럼 입 안에 둥글로 향긋하니 감도는 예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입 안에 맴도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친 딸이 아님에도 가슴으로 낳은 딸 보늬를 아낌없이 사랑해주고 위해주는 조신선의 부정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구박하긴 하지만 사행단으로 가게 된 보늬를 걱정하고 뒤를 봐주는 모습이나 보늬가 자신의 친부모를 알게 되고 그래도 자신의 부모라고 도와달라고 할 때 거리낌없이 도와주는 모습, 보늬가 창이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을 때 무엇이든 최고로 해주고자 하는 그의 마음을 엿보면서 참 훈훈하고 따뜻했던 것 같습니다.

제목만 보고 가볍게 생각했던 '조선춘화'. 가벼운 듯 하면서도 닿는 이의 허한 마음을 채워줬던 춘화처럼 따뜻하고 유쾌한 소설이었습니다. 재미와 감동이 공존했을 뿐만 아니라 참신한 발상과 시대적, 장소적 배경이 역사와 절묘하게 만나 빛을 발했던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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