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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 신화학의 거장 조지프 캠벨의 ‘인생과 신화’ 특강
조지프 캠벨 지음, 권영주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0월
평점 :
창세기에 대홍수와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있었다면 우리나라엔 '목도령 이야기'가 있었다. 대홍수 설화와 유사 이전 인간 타락에 대한 신화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어느 문명에나 있는 비슷한 신화다. 인터넷 밈(meme)도 없던 기원전 시대인데 왜 모든 문명의 신화가 서로 비슷할까? 지구에는 수많은 문명이 있었고 사라진 문명도, 끝까지 남은 문명도, 새롭게 태어난 문명도 있다. 다양한 문명에 사는 다른 시대의 사람들이 상상한 각각의 신화가 비슷하다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그 이유를 책의 작가 조지프 캠벨이 친절히 설명해준다.
종교적 전설과 신화를 통해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근원적인 문제와 심리를 알 수 있다. 그걸 알아가는 과정이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과도 같기에 조지프 캠벨이 들려주는 신화 이야기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미가 오늘 인류의 진화에 관한 숙제를 발표했는데 선생님이 걔 생각이 틀렸다고 했어요. 아담과 이브가 인류 최초의 조상이래요”
이럴 수가! 무슨 그런 선생이 다 있나! 나는 생각했다.
나에게서 두 자리 건너에 앉은 부인이 말했다.
“선생님 말씀이 맞지. 인류 최초의 조상은 아담과 이브야.”
20세기를 사는 아이 어머니가 어떻게 저럴 수가!
소년이 대답했다.
“네, 그건 아는데요, 그렇지만 이건 과학 숙제였다고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스미스소니언협회의 공로상 후보로 이 아이를 추천하고 싶어졌다.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조지프 캠벨 中
불과 50년 전 만 해도 인간의 기원은 아담과 하와이고 오스트랄로 피테쿠스가 인류의 시초라는 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학의 힘으로 모든 것을 증명하고 밝혀내는 오늘날에도 종교와 신화가 우리 생활에 밀접한건 왜일까? 잠시만 상상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종교와 신화가 없는 과학과 이성의 시대를 상상해보자.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생명 윤리와 인권 존중은 없는 합리적 민주주의의 세상. 끔찍한 상상이지만 산업화 이후 우리사회는 벌써 비슷한 양상으로 치달아 가고 있다. 합리적 민주주의에서 인간성을 간직하게 해주는 최소한의 윤리는 신화와 종교에서 나온다. 인도계통의 모든 종교에서 쓰이는 '카르마' 개념은 우리나라에서도 '업보'라는 말로 유명하다. 인간이 무언가를 선택함에 있어 선한 쪽으로 행할지 악한 쪽으로 행할지는 '업보'에 대한 의식으로 정해진다. 이처럼 신화와 종교는 비록 과학과 상반되는 개념일 수 있어도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
신화의 보편성과 동서양 종교 교리의 확연한 차이, 신화의 필요성에 대한 궁금증은 언제나 내 마음 한 켠에 있었지만 '조지프 캠벨'만큼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준 사람은 없었다.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은 신화와 우리 삶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