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 검찰 부패를 국민에게 고발하다
이연주 지음, 김미옥 해설 / 포르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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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는 인천지방검찰청 검사로 일하다가 변호사로 이직한 '이연주'님의 저서다. 검사로 재직할 당시 검찰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폐쇄적인 조직인지 알게 된 저자는 극심한 무기력과 우울감에 시달리다가 결국 검찰을 떠난다. 저자는 분명 검찰을 떠났지만 검찰이란 조직은 끊임없이 저자의 무력했던 기억을 상기시킨다.

2018년.  SNS에 검찰조직을 고발하는 글이 업로드 되어 화제가 되었다.​ 저자가 책 이름과 같은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쓴 글이다. '죄의 무게를 다는 그들의 저울은 고장났다' 당시 저자가 표현한 검찰 조직이다.


저는 무죄를 무죄라고 했다가 얼치기 운동권 검사, 막무가내 검사’, ‘부끄러운 검사’라는 온갖 화살을 맞은 고슴도치가 되어버린 그 사람의 화살을 하나라도 빼주어야겠어요. 제가 외면했던 그 모든 문제를 온몸으로 부딪히며 피를 뿌리며 걸어간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도록.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바로 보게 해준 그 사람을 위해 저는 거기에 가려 합니다.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p.357)

- 2019년 9월 검찰 개혁 촛불 집회 당시

저자의 집회 참여를 말리는 시어머니께 쓴 저자의 편지-

요즘 같은 전염병 시국에도 헤드라인 기사에는 검찰 이야기가 절대 빠지지 않는다. 검찰 조직의 인사 안은 한 달여 기간 동안 스무번이 넘도록 바뀐다. 소위 '빽'이 되는 힘센 사람들이 서로 자기 라인 검사들을 요직에 넣으려고 겨루다 보니 인사안이 끊임없이 뒤집어지는 것이다. 그들의 세계는 각자의 이기심과 욕망이 한데 얽혀 꿈틀거리는 괴물과도 같다. 서로 꽉 묶여있어 몸 성히 빠져나올 수도 없다.

책 표지에 쓰여있는 '검찰 부패를 국민에게 고발하다' 라는 말에 충실하게도 저자의 문체는 매우 간결하다. 마치 보고서를 읽고 있는 듯 쉽게 이해되는 정보 전달형 문체이지만 그 내용은 하나같이 충격적인 것들이다. 넥슨 게이트, 그랜져 검사 등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검찰 부패 사건은 이 책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읽다 보면 몇몇 검사들의 뻔뻔한 행태에 냉소가 지어지기도 하지만 저서의 내용이 모두 진실이기에 웃을 수 없다. 

민주주의는 자전거와 같다.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지고 만다. 페달을 계속 굴려야만 아름다운 꽃밭도, 너른 바다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내 글을 읽는 이들에게 간절히 부탁한다. 계속 서로의 빛이 되어달라고, 페달을 굴리는 동력이 되어달라고.​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p.38)

용기내어 검찰의 비리와 부정을 고발했지만 사회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여전히 저자는 형사 사건을 맡지 못하는 민사 전문 변호사이고 공수처는 설립되지 않았으며 각각의 검찰을 서포트 하는 스폰서 세력도 건재하다. 그럼에도 저자는 말한다. 쓰러지지 말고 계속해서 페달을 밟아 달라고. 사회를 바꾸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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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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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과 꼭 닮은 공상과학 세상 '스노볼'​


혹한으로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가는 책의 초장부터 독자를 영하 46도의 세상으로 떠밀어 넣는다. 이 책의 주인공 전초밤이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마주하는 건 '파사삭' 코의 점막과 속눈썹이 얼어붙고 몸이 부르르 떨릴만큼 추운 세상이다. 작가의 묘사는 놀랍도록 섬세해서 따듯한 실내에 앉아 책을 읽다가도 금새 흰 눈이 뒤덮인 세상에 홀로 놓여진 것처럼 '오싹' 추위가 느껴지기도 한다.

흰 눈이 지배하는 추운 세상에 유일하게 따듯한 도시가 있다. 거대한 유리돔 안의 아름다운 도시 '스노볼'이다.

스노볼의 온기는 스노볼 밖 사람들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환산해서 유지한다. 팔과 다리를 이용해 쳇바퀴를 돌려 전기를 생산해내는 것이다. 그들 모두가 스노볼에 사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프롤레타리아(노동자 계급)인 셈이다.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임금이 아니다. 바로 '시청료'다. 스노볼안에 사는 사람들은 의무적으로 자신의 생활 모습을 24시간 내내 드라마로 방영해야 하는데 그 드라마를 보기 위한 시청료가 노동의 댓가인 것이다. 그렇다면 스노볼에 사는 사람들은 부르주아(자본가 계급)인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스노볼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이본 미디어 그룹'의 소수 직계 가족만이 자본가라고 할 수 있다. 이 세계에서 '전력을 생산하라'거나 '사생활을 공유하라'는 기본 의무를 지지 않는 이는 이본 그룹 가족뿐이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노동자의 임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노동자는 생산 수단을 소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팔아 생존한다. 실제로는 노동자들의 노동 덕분에 자본가가 부를 획득함에도 노동자들은 자본가에게 종속 된 듯 행동한다.' '노동자들이 자본가에게 받는 대가는 노동력을 재생산 할 수 있는 아주 최소한의 것이다.' 라고. ​하루종일 운동 에너지를 만들어내고도 고작 '스노볼 드라마 시청 권한'만을 지급 받는 스노볼 밖 주민들을 보며 마르크스의 자본론 비판이 떠오른것은 그래서였을 거다. 체계적이고 견고한 거대 권력의 부조리 앞에서 희생되는 것은 언제나 힘없는 노동자다. 공상과학 판타지 소설인 스노볼이 꼭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그 까닭이다. 스노볼의 세상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맞닿아 있기에.


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이 책에서 가장 악한 이가 '이본 미디어 그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내 생각이 너무 뻔했던 걸까? 이 소설은 그렇게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이 책에서 주인공을 내내 조마조마 하게 하고 독자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인물은 '차설'이다. 차설은 '이본 미디어 그룹'에도 사생활을 공유하는 시민의 의무를 지우게 하겠다는 야심을 가졌고, 그 야심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이를 수단으로 사용하는 다면적인 사람이다. 차설에 대한 이야기가 이 소설의 가장 큰 사건인 것인데 그게 독자로서 아쉬웠다. 자본주의의 이면을 종말 이후 세상을 통해 꼬집어줬으면 통쾌하게 그 세상을 전복시키는 장면도 나와줬으면 했는데. 노동자들간의 싸움으로만 소설이 끝 맺어져서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스노볼의 후속편을 써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룬의 아이들의 작가 전민희님이 극찬한 소설이라던데 그 점 정말 공감된다. '박소영'작가님의 책은 처음으로 읽어보았는데 아몬드를 쓰신 손원평 작가님의 뒤를 이을 대형 신인의 등장이라더니 그 말이 맞았다. 앞으로 쓰실 작품들이 더욱 기대될 만큼 스노볼을 읽는 동안 작가님의 상상력과 문체에 푹 빠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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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 대형 서점 부럽지 않은 경주의 동네 책방 ‘어서어서’ 이야기
양상규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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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에 손님들을 초대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고심해 북큐레이션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고,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그로 인해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다. 딱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이 책에 있다. 바로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의 작가 양상규님이다.

대형 인터넷 서점에서 클릭 한 번이면 책이 배송되는 시대에서 동네 서점은 점점 없어져가는 추세다. 대형 서점의 독점을 막고 동네 서점을 살리기 위한 '도서정가제'라는 정책 덕분일까? 요근래 대한민국에는 '작은 책방', '동네 서점' 열풍이 불고 있다. 책을 펼쳐보고 책의 만듦새는 어떤지, 제본 방식이 무엇인지 등 꼼꼼히 살펴본 후 책을 바로 사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서점의 매력이 빛을 발한다. 나아가 서점 주인과 책에 대한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점 주인의 생각이 담긴 북큐레이션도 볼 수 있는 작은 책방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좋아할 만한 장소다. 비록 책방은 작을 지 몰라도 책방 주인이 하는 일은 정말 많다. 
책을 파는 나는 책을 만드는 사람들과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시장이기도 하고, 책을 사는 독자들과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출판 관련업계이기도 하다. 여기서 나는 양쪽의 상황과 반응을 가장 먼저, 최전선에서 직접 볼 수 있는 특권이라면 특권을 누리고 있다. 어떠한 책이 바로 그것을 필요로 하는 독자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독자가 원하는 적확한 메시지를 담은 책을 발견할 수 있도록 책방을 운영하는 임무도 있다.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中

작가는 동네책방을 열어보고 싶은 이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한다. 그 조언들은 하나같이 스스로 겪은 실수와 실패에서 비롯한 노하우들이다. 이 책에는 작가가 책방을 열게되는 과정과 책방에서의 일상, 책방을 운영하는 모습 등이 담겨있다. 자영업을 운영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서점 운영을 할 때 꼭 알아야할 것들도 있기 때문에 서점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노하우를 얻기 위해 읽어보길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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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 신화학의 거장 조지프 캠벨의 ‘인생과 신화’ 특강
조지프 캠벨 지음, 권영주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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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에 대홍수와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있었다면 우리나라엔 '목도령 이야기'가 있었다. 대홍수 설화와 유사 이전 인간 타락에 대한 신화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어느 문명에나 있는 비슷한 신화다. 인터넷 밈(meme)도 없던 기원전 시대인데 왜 모든 문명의 신화가 서로 비슷할까? 지구에는 수많은 문명이 있었고 사라진 문명도, 끝까지 남은 문명도, 새롭게 태어난 문명도 있다. 다양한 문명에 사는 다른 시대의 사람들이 상상한 각각의 신화가 비슷하다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그 이유를 책의 작가 조지프 캠벨이 친절히 설명해준다.

종교적 전설과 신화를 통해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근원적인 문제와 심리를 알 수 있다. 그걸 알아가는 과정이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과도 같기에 조지프 캠벨이 들려주는 신화 이야기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미가 오늘 인류의 진화에 관한 숙제를 발표했는데 선생님이 걔 생각이 틀렸다고 했어요. 아담과 이브가 인류 최초의 조상이래요”​

이럴 수가! 무슨 그런 선생이 다 있나! 나는 생각했다.

나에게서 두 자리 건너에 앉은 부인이 말했다.

“선생님 말씀이 맞지. 인류 최초의 조상은 아담과 이브야.”

20세기를 사는 아이 어머니가 어떻게 저럴 수가!

소년이 대답했다.

“네, 그건 아는데요, 그렇지만 이건 과학 숙제였다고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스미스소니언협회의 공로상 후보로 이 아이를 추천하고 싶어졌다.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조지프 캠벨 中

불과 50년 전 만 해도 인간의 기원은 아담과 하와이고 오스트랄로 피테쿠스가 인류의 시초라는 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학의 힘으로 모든 것을 증명하고 밝혀내는 오늘날에도 종교와 신화가 우리 생활에 밀접한건 왜일까? 잠시만 상상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종교와 신화가 없는 과학과 이성의 시대를 상상해보자.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생명 윤리와 인권 존중은 없는 합리적 민주주의의 세상. 끔찍한 상상이지만 산업화 이후 우리사회는 벌써 비슷한 양상으로 치달아 가고 있다. 합리적 민주주의에서 인간성을 간직하게 해주는 최소한의 윤리는 신화와 종교에서 나온다. 인도계통의 모든 종교에서 쓰이는 '카르마' 개념은 우리나라에서도 '업보'라는 말로 유명하다. 인간이 무언가를 선택함에 있어 선한 쪽으로 행할지 악한 쪽으로 행할지는 '업보'에 대한 의식으로 정해진다. 이처럼 신화와 종교는 비록 과학과 상반되는 개념일 수 있어도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

신화의 보편성과 동서양 종교 교리의 확연한 차이, 신화의 필요성에 대한 궁금증은 언제나 내 마음 한 켠에 있었지만 '조지프 캠벨'만큼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준 사람은 없었다.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은 신화와 우리 삶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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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춤을 추다 - 엄마와 딸을 위한 세 가지 열쇠
파트리시아 들라애 지음, 조연희 옮김 / 일므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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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별처럼 많은 엄마와 딸이 있다. 무수히 많은 엄마와 딸들 만큼 모녀관계도 다양하다. 친구처럼 편한 사이, 너무나 사랑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 서먹해 보이는 사이, 때때로 남 보다 못한 관계인 모녀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을 쓰는 동안 100명이 넘는 엄마와 딸들을 만났다고 한다. 매우 행복해 보이는 모녀도 있었고 어색한 모녀도 있었으며 특별한 점이 없는 모녀도 있었다. 작가가 이 책에서 모녀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그들에게 간섭하지 않고 존중해주는 것이 작가의 기본적인 자세다. 그래서 작가는 다양한 모녀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모녀를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삶속에서 배운 지혜를 담담하게 이야기 할 뿐이며 그 이야기가 독자들의 내면에서 메아리를 일으키며 공감받기를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야기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처럼 유용해서 모녀 관계뿐 아니라 부모와 자녀, 부부 관계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처럼 들릴 때도 있다. 작가가 인간관계 전문 기자이기도 하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저희가 자주 만나려면 엄마나 저나 서로 노력해야 해요. 하지만 둘 다 그다지 보고 싶어 하지 않아서 자주 만나지 않아요. 그렇다고 괴롭지는 않아요. 다투는 일도 별로 없어서 화나지도 않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거든요. 엄마나 저나 어쩔 수 없어요. 뭐, 아쉽기는 하지만 저는 엄마가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엄마도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고요. 엄 마는 제가 꿈꾸던 엄마가 아니지요. 저 역시 엄마가 꿈꾸던 딸 은 아닐 테고요. 누구도 자기 아이를 선택할 수는 없잖아요. 엄마가 없는 사람은 없고요. 어쨌든 저희 엄마고, 제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엄마는 항상 저를 응원해 줬어요. 제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한 적도, 제 삶이나 제 아이들을 나쁘 게 말한 적도 없어요. 그 점은 정말 고마워요. 엄마를 사랑하지만 저희는 전혀 달라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요.



한국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효'를 배운다. '효'라는 것을 프랑스인인 작가에게 설명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공자가 설파한 유교에서 시작된 효는 부모를 의무로서 공경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효자또는 효녀가 되기위해 우리는 부단히 노력한다. 행여 효를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죄책감마저 든다.


나도 한국의 'K-장녀'(한국의 장녀 개념을 K-POP에 빗댄 신조어)로써 효녀가 되어 부모님을 잘 보살펴드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며 자라왔다. 특히 아버지보다 어머니에 대한 의무감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연민이었을지도 모른다. 집안일엔 영 소질이 없고 흥미도 없는 아버지와 어린 동생, 매일 같이 아침 9시 부터 저녁 9시 까지 일을 하시면서도 육아뿐 아니라 가사를 도맡아 식구들의 가장이자 매니저 노릇를 한 어머니에 대한 연민말이다. 나 말곤 어머니를 도울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학업을 급히 마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러고도 엄마를 더 돕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엄마는 항상 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착하고 바른 딸들이 있어서 엄마는 너무 행복해' 엄마가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은 딸들과 함께 보내는 모든 시간이다. 작가가 책을 쓰는 동안 만난 100명의 모녀들 중 내가 있었다면 작가는 뭐라고 이야기해주었을까? 작가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진다.


엘자를 상담했던 가족 심리 치료사는 엘자를 따로 불러 엄마를 돌보라고 했다. “어머니에게 관심을 가져 주세요. 약한 분이세요.”

딸은 엄마에게 관심을 가지는 만큼 자기 자신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계속 엄마 주위에 있다면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다. 엄마의 거울에 비치는 상은 지나치게 왜곡되어 있다. 거울 위아래로 금이 많이 나 있는 것이다. 상황을 있는 그대 로 받아들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엄마에게 신경 쓰지 말고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자.

나는 누구일까? 나에게 유익한 것은 무엇일까? 내 주변 사람들 중 좋은 사람은 누구일까? 더는 물건"이 아니라 나만 의 취향과 특성, 욕구와 꿈을 지닌 단 하나뿐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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