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춤을 추다 - 엄마와 딸을 위한 세 가지 열쇠
파트리시아 들라애 지음, 조연희 옮김 / 일므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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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별처럼 많은 엄마와 딸이 있다. 무수히 많은 엄마와 딸들 만큼 모녀관계도 다양하다. 친구처럼 편한 사이, 너무나 사랑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 서먹해 보이는 사이, 때때로 남 보다 못한 관계인 모녀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을 쓰는 동안 100명이 넘는 엄마와 딸들을 만났다고 한다. 매우 행복해 보이는 모녀도 있었고 어색한 모녀도 있었으며 특별한 점이 없는 모녀도 있었다. 작가가 이 책에서 모녀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그들에게 간섭하지 않고 존중해주는 것이 작가의 기본적인 자세다. 그래서 작가는 다양한 모녀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모녀를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삶속에서 배운 지혜를 담담하게 이야기 할 뿐이며 그 이야기가 독자들의 내면에서 메아리를 일으키며 공감받기를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야기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처럼 유용해서 모녀 관계뿐 아니라 부모와 자녀, 부부 관계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처럼 들릴 때도 있다. 작가가 인간관계 전문 기자이기도 하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저희가 자주 만나려면 엄마나 저나 서로 노력해야 해요. 하지만 둘 다 그다지 보고 싶어 하지 않아서 자주 만나지 않아요. 그렇다고 괴롭지는 않아요. 다투는 일도 별로 없어서 화나지도 않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거든요. 엄마나 저나 어쩔 수 없어요. 뭐, 아쉽기는 하지만 저는 엄마가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엄마도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고요. 엄 마는 제가 꿈꾸던 엄마가 아니지요. 저 역시 엄마가 꿈꾸던 딸 은 아닐 테고요. 누구도 자기 아이를 선택할 수는 없잖아요. 엄마가 없는 사람은 없고요. 어쨌든 저희 엄마고, 제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엄마는 항상 저를 응원해 줬어요. 제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한 적도, 제 삶이나 제 아이들을 나쁘 게 말한 적도 없어요. 그 점은 정말 고마워요. 엄마를 사랑하지만 저희는 전혀 달라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요.



한국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효'를 배운다. '효'라는 것을 프랑스인인 작가에게 설명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공자가 설파한 유교에서 시작된 효는 부모를 의무로서 공경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효자또는 효녀가 되기위해 우리는 부단히 노력한다. 행여 효를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죄책감마저 든다.


나도 한국의 'K-장녀'(한국의 장녀 개념을 K-POP에 빗댄 신조어)로써 효녀가 되어 부모님을 잘 보살펴드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며 자라왔다. 특히 아버지보다 어머니에 대한 의무감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연민이었을지도 모른다. 집안일엔 영 소질이 없고 흥미도 없는 아버지와 어린 동생, 매일 같이 아침 9시 부터 저녁 9시 까지 일을 하시면서도 육아뿐 아니라 가사를 도맡아 식구들의 가장이자 매니저 노릇를 한 어머니에 대한 연민말이다. 나 말곤 어머니를 도울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학업을 급히 마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러고도 엄마를 더 돕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엄마는 항상 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착하고 바른 딸들이 있어서 엄마는 너무 행복해' 엄마가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은 딸들과 함께 보내는 모든 시간이다. 작가가 책을 쓰는 동안 만난 100명의 모녀들 중 내가 있었다면 작가는 뭐라고 이야기해주었을까? 작가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진다.


엘자를 상담했던 가족 심리 치료사는 엘자를 따로 불러 엄마를 돌보라고 했다. “어머니에게 관심을 가져 주세요. 약한 분이세요.”

딸은 엄마에게 관심을 가지는 만큼 자기 자신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계속 엄마 주위에 있다면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다. 엄마의 거울에 비치는 상은 지나치게 왜곡되어 있다. 거울 위아래로 금이 많이 나 있는 것이다. 상황을 있는 그대 로 받아들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엄마에게 신경 쓰지 말고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자.

나는 누구일까? 나에게 유익한 것은 무엇일까? 내 주변 사람들 중 좋은 사람은 누구일까? 더는 물건"이 아니라 나만 의 취향과 특성, 욕구와 꿈을 지닌 단 하나뿐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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