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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머리 프리데리케 ㅣ 소년한길 동화 31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바바라 발드슈츠 그림, 김영진 옮김 / 한길사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 000는 맨날 코딱지 파서 교실바닥에 버린다. 우엑, 더러워! 엄마 나, 학교가기 싫어!”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며 칠 지나지 않아 아이가 하는 말이다. 학교 가면 맨날 미술 색칠만 하고,
자꾸 뭐 쓰라고만 한다고 가기 싫다더니, 이젠 짝궁 핑계를 댄다. 그 아이에게 이런 마음을 내색
했을까? 우리 아이로 인해 또 한 아이가 마음을 다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러던 중 이 작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권 고르다 만난 책이 『불꽃머리 프리데리케』이
다.
오로지 빨간머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프리데리케는 괴롭힘을 당한다. 놀림이라고 하기엔 무리
가 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앞에선 아무 문제 없는 듯 행동하다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
지는 일들은 그냥 장난이 아니다. 그들의 악심은 밑도 끝도 없다. 새총을 쏘다가 브루노에게 딱
걸려 맞고는 아무 잘못 없는데 맞았다고 엄마한테 딱 잘라 말하는 아이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모든 정황을 바로 보지 않고 내 아이 말 하나로 모든 걸 판단해버리고 행동에 옮기는 엄마 모습
은 우리 모습인 것이다. 또한 우체부 브루노의 생활을 통하여 우리가 얼마나 많은 규칙과 형식을
정해 놓고 거기에 얽매여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선물로 받은 책 두 권으로는 부족하여 시장에서 채소나 달걀을 싸준 신문마저 다 읽고 이야기를
상상하여 종이에 적고 눈을 감은 후 그것을 다 잊은 다음 자기가 쓴 이야기를 다시 읽는 프리데
리케. 사람들이 무서워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으로 닫혀있는 생활은 그 아이의 정신 세계마저
현실에서 멀어지게 한다. 상상의 세계에서 빠져나올 건강한 현실이 없음이 읽는 사람의 가슴을
무겁게 한다. 아무도 놀림을 당하지 않는 나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일을 즐겁게 하는 나라. 그 나라로 가기 위해서 90kg인 안나 이모가 날기를 성공했을 때 서로 부
둥켜 안고 울다가 웃다가 흐느끼는 장면에선 너무나 처절한, 너무나 가혹한 삶이 그들을 얼마나
힘들게 했나 알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의 무관심, 집단 따돌림이 쉽게 해결되지 않고 이모가 받은 고통을 프리데리케가
대물림하여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배려라고 생각해야 할까? 고민이 해결되지 않은
채 다른 세계로 떠나는 결말은 적극적이지 못해 아쉽고, 그래서 더욱 아픈 이야기가 되어버렸
다. 남아 있는 빨간 머리는 이름 ‘전문가’ 직업 ‘교수’ 인 한 사람뿐인 것도 편견에 대해 한 번 생
각해보게 한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동화가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 것은 바로 시장과 군중의 모습
때문이다. 빨간머리 가족이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할까봐 시장은 서
커스단을 부르고 그것을 서커스의 일부로 착각하게 조작한다.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게 하는 무
언가에 속고 마는 군중이 내 모습이 아니라고 말할 수 도 없는 일이다.
95쪽의 얇은 동화책이지만 많은 생각거리를 담고 있다. 노랑, 빨강, 연두, 파랑, 회색만을 이용한
간결한 그림, 교회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대머리인 그림도 눈길을 끈다. 아이들 책읽어주는
시간에 조금씩 조금씩 읽어줘야 겠다. 함께 살아가는 것, 함께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 마음
에 씨앗 하나 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