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모자와 까만 원숭이 미래아이 저학년문고 1
카린 코흐 지음, 윤혜정 옮김, 앙드레 뢰슬러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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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이들이 놀다가 형 하나가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먼저 세 번 이기는 사람한테 300원을 준다고 했다. 1학년 두 남자아이가 힘있게 가위 바위 보를 하는데 드디어 한 아이가 세 번째 이기는 순간
“윽.”

진 아이가 이긴 아이의 배를 주먹으로 힘있게 친 것이다. 결국 맞은 아이는 울며 집에 갔고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 말을 들었는데 이러이러해서 누가 때렸다고 한다고. 우리 아이들이 거기 있었으면 어찌 된 일인지 정확히 알고 싶다고. 해질녘에서야 들어온 아이에게 물어보니 맞은 아이가 엄마에게 제대로 말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엄마가 하나 알려준다.
“다음엔 그러면 안된다고 말하라고 알려주지.”
“그래? 그 말은 안했네-.”
“거기까지 말해줘야지_.”
그렇구나. 그 자리에서 지켜봤으니까 정황만 물어봤을 뿐 동생들이 싸우면 말릴 수 있어야 된다고는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난 미처 거기까지 생각지도 못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학교에서도 왕따가 심각해지는 이유 중에 하나가 그저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알면서도 나한테 피해가 없는 쪽으로 힘을 실어 더욱 심각해지는 집단 따돌림도 문제지만,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방관하는 자세 또한 잘못 되었음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제목 ‘썩은 모자’와 ‘까만 원숭이’는 미아와 아바디를 놀리는 말이다. 미아는 그래도 늘상 쓰고 다니는 모자 때문에 놀림을 당하는 거지만 아바디의 겉모습을 보고 놀리는 말들은 너무 심하다. 새까마니까 더 더러워질 것도 없잖아, 외국인은 나가라, 씻지도 않았다, 원숭이 머리털, 너처럼 새깜둥이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말들은 1학년이 아니라 어른이 들었어도 서러웠을 것이다.
검은 피부 때문에 하얀 눈이 더욱 돋보이는 아바디는 베짱있는 아이다. 놀리는 3학년 형아를 눈 똑바로 뜨고 어깨를 쫙 펴서 그냥 지나가게 할 줄도 알고, 팀의 끊임없는 놀림에 분이 풀릴 때까지 한 판 붙을 줄도 안다. 경찰이 되려면 그래야 한다며 모든 걸 호기심있게 바라보고, 상상의 이야기를 잘도 만들어내 낸다. 이런 아이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도 친구가 있어서 일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아바디가 누명을 쓰고 있는데도 보고 있기만 했으니 실망이 오죽 했으랴. 그러고 보니 미아는 자기를 놀릴 땐 야무지게 한 마디 대꾸하면서 아바디가 밀쳐서 넘어지거나 놀림을 당한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러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냐며 억울하다는 듯 말하는 미아에게도 진짜 억울한 일이 벌어진다. 반 아이들 모두 미아를 놀리는 가운데 자기 이야기를 먼저 해본 적도 없고 손을 들어 발표한 적도 없은 아바디의 용감한 행동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그러면서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것이 진짜 친구임을 알아간다.
모자를 쓴 두 아이가 나란히 학교에 가면서 신나게 하는 말속에 친구의 의미가 들어있다.
“내 모자는 바람이 불어도, 햇볕이 따가워도, 사고가 나도 날 지켜 줄거야. 또 못된 말에서도.”
다른 사람들, 선생님, 어쩌면 팀도 모자를 쓰고 다닐 수 있을 거라는 아이들의 말이 참 따뜻하게 다가온다.
엄마의 한 마디보다 책 한 권의 힘이 더 크기에 아이에게 책을 건낸다.
“이 책 한번 읽어볼래?”
아이는 자기도 친한 친구집에서 하룻밤 자보고 싶다며 주인공들 몰래 그림속에 숨어있는 난쟁이를 발견하고 좋아라 했다. 재밌다고 몇 번 읽어가면서 글밥 속에 숨은 뜻도 그대로 아이 마음에 스며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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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겐 분명 문제가 있다
멜 레빈 지음, 김미화 옮김 / 소소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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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문제’ 또는 ‘문제아’라고 하면 주위로부터 상처를 받고 있는 낙인이론의 대상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한 거부감 느끼는 두 글자 ‘문제’라는 낱말 앞에 차마 나란히 갖다 붙이기 싫은 ‘내 아이’가 있다. 그래서 더욱 ‘문제’가 무인가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이 책은 자녀를 키우다 보면 흔히 겪을 수 있고,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만한 사례들로 구성되어 있

다. 운동신경이 둔한 아이, 기억력이 떨어지는 아이,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아이 등 차

례만 보아도 ‘내 아이는 어디에 해당하지?’,‘그럼 어떻게 해야하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게

한다.

저자는 노력에 비해 나타나지 않는 결과, ‘아웃풋’에 대해 강조하며 아웃풋의 개념에 대해 새롭게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자체가 즐거운 놀이이면서 동시에 정신노동, 전략적 계획, 만족

감 유예, 조직능력, 자기절제 등 주요한 요소들을 예로 들며 자신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안

내하고, 흔히 오락적 취미활동과 지적 탐구활동을 한 묶음으로 생각하는 데 ‘특기’와 ‘전문성’ 두

가지를 모두 키워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당장 보다는 먼 훗날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평

가방법, 글쓰기에서 최종 결과물에 대한 분명한 상과 개요의 필요성 ,아이의 두뇌회로 구조와 연

관된 스포츠나 악기의 선택이론을 제시한다.

또한 학교는 아이들에게 학습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하고, 부모는 자식들에게 작업하는 방법을

가르칠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학교만 머리를 써야 하는 곳으로 생각하고 (특별히 원치

않더라도) 집은 놀이터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기 쉬우며, 그와 같은 진공 상태에서는 ‘교육적인 긍

정적이고 귀중한 경험’이 아니라 참아내야 하는 뭔가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전문가의 손

에만 맡겨 키우는' 요즘의 부모들이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론보다는 구체적인 방법론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 멜 레

빈은 학습의 개인차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한 비영리단체 ‘다양한 정신의 아이들’ 설립‧공동의장

인 만큼 책의 구절 구절마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묻어난다. 그래서 더더욱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다. 사례별로 가볍게 훑어보기엔 깊이가 있다. 우선 관심 있는 부분부터 골라

읽으며 마무리단계에서 전체적으로 한 번 쭉 읽어주면 더더욱 깊은 맛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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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다르의 따스한 빛 지식과 정보가 있는 북오디세이 31
요 쇼메이 그림, 미나미 나나미 글, 노경실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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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은 왜 생겨?”                                                                                                     

  이웃 집에 마실 갔다가 6학년 아이의 질문에 당황하던 어른들 모습이 생각난다. 사막…. 기후나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살아가기에 편안한 곳이 아닌데 그곳을 떠나지 않고 사막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자연환경, 관심을 특별히 두지 않으면 그 곳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아 더 멀게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특별히 마음먹고 다큐멘터리를 놓치지 않고 본다면 모를까 TV나 신문에서도 유가인상이 아니면 사막을 둘러싼 곳을 보기 드물다. 그래서 사막에 대한 궁금증은 어른들을 당황하게 하고 같이 책을 찾지 않는한 통쾌하게 답해주기도 어렵다고 본다.
  이 책은 에티오피아에 처음으로 자원봉사를 간 한 청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가득 메꾸고 있는 노란 갈색의 사막, 하얀 경계선에서 맑게 피어나는 하늘이 인상적이다. 낭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글밥 아래 외곽선으로만 나타낸 사람만큼이나 말라 있는 풀 뜯고 있는 동물, 식량을 두 손 뻗어 받아가려는 아이의 모습은 그곳이 어떤 곳인지 가늠하고 가슴 저리게 한다.
  내전과 2년 이상이나 계속된 가뭄으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먹을 것이 없어져버린 상황에서 국제 구호 물품은 턱없이 부족하고, 다툼이 생길까 병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나눠주고, 한 자루씩 받고 더 받을 수 있을 지도 몰라 떠나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들, 기부도 중요하지만 기부 후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아직 우리의 힘과 관심이 더 필요함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야기는 많지만, 옥수수와 분유 한 자루밖에 받지 못했는데 내 가족의 생계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 식량을 나누어줄 수 있는 마음은 어디서 온 걸까?
  “난 단지 기뻤던 내 마음을 그 아이들한테도 전해 주고 싶었을 뿐이야.”
아저씨의 대답은 이 청년을 지금도 국제 기아와 빈곤에 처한 사람들과 관계가 이어지도록 힘이 되어준다. 하-얀 해, 넓은 사막과는 대조적으로 작게 그린 흰옷 입은 사람들, 그들이 입고 있는 눈부시도록 흰색은 어쩌면 청년이 느낀 사람에 대한 “다정함”일지도 모른다.
뒷 부분에 실린 국제기아에 대한 정보는 막연히 어렵고 힘들겠거니 하는 동정심에서 현실을 올바르게 알고 그곳에 눈을 돌릴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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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통볼통 화가나 아이세움 감정 시리즈 3
허은미 지음, 한상언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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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가 스탠드 펀치볼 사달라고 졸라 한참 동안 실갱이 한적이 있다. 펀치볼을 펑펑 주먹으로 치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는 거다. 마침 좋아하는 캐릭터 모양이 광고되고 있어서 더욱 졸라댔다. 연령에 맞지 않는 비디오테이프에 딸린 사은품이라 안사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스트레스를 그렇게 풀면 안될 것 같아서였다. 권투를 유난히 싫어하는 나로서는 누군가를 향해 주먹을 뻗으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비록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 펀지볼이어도 주먹을 뻗는 사람의 마음이 온갖 분노로 가득하기는 매 한 가지라 생각된다. 어차피 밖에 나가도 다들 학원 다녀서 같이 놀 친구도 없고, 동생 친구들하고 놀자니 재미없을 때도 많아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이! 어이!” 힘차게 큰 소리를 내다보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땀 흘리고 나면 시원하다고 한다.
“스트레스 풀고 싶어.”
“화가 나.”
이런 말을 너무 자주 하길래 걱정도 되고 어찌 해줘야 할지 몰라하고 있는데 허은미 작가 소개하는 글에서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일상에서 놓치지 않고 좋은 이야기거리를 찾아 내고, 재치 있고 웃음을 자아내는 맛깔스런 문장이 반드시 하나 있어 더욱 좋아하는 작가라 잔뜩 기대했다.
표지도 그렇고 본문도 몇 장 훑어 넘기는데 온통 울그락불그락 하다. 마치 책이 화를 내고 있는 듯하다. 아이들은 만화를 좋아하던데 나는 만화가 더 복잡해서 잘 안읽힌다. 아이들이 너무 만화만 볼 때는 그 책을 같이 읽고 좋은 점 나쁜 점 이야기 하면 좋다는데 나 자신이 만화를 못읽으니 그럴수도 없다. 그런데 본문에는 만화에 나올법한 캐릭터로 가득하다. 읽다가 덮고 읽다가 덮고, 그러다 마음 크게 먹고 나서야 읽을 수 있었다.
화가 무엇인지 한 마디로 딱부러지게 정의한 책이 또 있을까? 역시 작가답다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읽어 나간다. 주인공 통도령을 따라가다 보면 한 대 맞은 것보다 그 때 느낀 감정이 더 오래감을 아이들도 쉽게 공감하겠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자기만의 틀이 확고해서 좀처럼 성격도 단점도 바꾸기 힘들어 마음 고생하는 경우를 볼 수있다. ‘결심의 노예’가 자신과 남을 얼마나 괴롭고 힘들게 하는지, 이런 때에는 말만 조금만 바꾸어 생각해도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구절은 너그럽고 여유있는 태도를 안겨준다. 성격이 꼼꼼하다 못해 깐깐한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천천히 마음에 새겨가며 다시 읽어본다.
화가 나면 화났다고 말하는 사람은 차라리 낫다. 괜히 사사건건 짜증내고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면 곁에 있는 사람이 대처하기도 참 난감하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차라리 화를 내는게 더 쉬우니까 그러는 거란다. 화를 내는 친구에게 되려 화로 보답하지 않고 그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까지 알게 될 것 같다. 또한 화를 숨길 때 자주 쓰는 방법을 언급하고 있어서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다른 사람의 행동 뒷면에 있는 감정을 돌아보게 한다.
살다보면 즐겁고 행복할 때도 있지만 화낼 일도 많다. 아이들 기 안죽이고 혼내기도 참 어렵다. 어른들 마음 안상하게 실망 안하게 살기도 어렵다. 내 마음 다스리기도 어렵다. 너무 억누르면 병이 되고 제대로 표현하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는 화! 허은미 작가다운 말로 매듭을 짓는다.
“화는 아주 강한 감정이야. 하지만 나는 더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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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머리 프리데리케 소년한길 동화 31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바바라 발드슈츠 그림, 김영진 옮김 / 한길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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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는 맨날 코딱지 파서 교실바닥에 버린다. 우엑, 더러워! 엄마 나, 학교가기 싫어!”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며 칠 지나지 않아 아이가 하는 말이다. 학교 가면 맨날 미술 색칠만 하고,

자꾸 뭐 쓰라고만 한다고 가기 싫다더니, 이젠 짝궁 핑계를 댄다. 그 아이에게 이런 마음을 내색

했을까? 우리 아이로 인해 또 한 아이가 마음을 다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러던 중  이 작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권 고르다 만난 책이 『불꽃머리 프리데리케』이

다.

오로지 빨간머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프리데리케는 괴롭힘을 당한다. 놀림이라고 하기엔 무리

가 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앞에선 아무 문제 없는 듯 행동하다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

지는 일들은 그냥 장난이 아니다. 그들의 악심은 밑도 끝도 없다. 새총을 쏘다가 브루노에게 딱

걸려 맞고는 아무 잘못 없는데 맞았다고 엄마한테 딱 잘라 말하는 아이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모든 정황을 바로 보지 않고 내 아이 말 하나로 모든 걸 판단해버리고 행동에 옮기는 엄마 모습

은 우리 모습인 것이다. 또한 우체부 브루노의 생활을 통하여 우리가 얼마나 많은 규칙과 형식을

정해 놓고 거기에 얽매여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선물로 받은 책 두 권으로는 부족하여 시장에서 채소나 달걀을 싸준 신문마저 다 읽고 이야기를

상상하여 종이에 적고 눈을 감은 후 그것을 다 잊은 다음 자기가 쓴 이야기를 다시 읽는 프리데

리케. 사람들이 무서워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으로 닫혀있는 생활은 그 아이의 정신 세계마저

현실에서 멀어지게 한다. 상상의 세계에서 빠져나올 건강한 현실이 없음이 읽는 사람의 가슴을

무겁게 한다. 아무도 놀림을 당하지 않는 나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일을 즐겁게 하는 나라. 그 나라로 가기 위해서 90kg인 안나 이모가 날기를 성공했을 때 서로 부

둥켜 안고 울다가 웃다가 흐느끼는 장면에선 너무나 처절한, 너무나 가혹한 삶이 그들을 얼마나

힘들게 했나 알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의 무관심, 집단 따돌림이 쉽게 해결되지 않고 이모가 받은 고통을 프리데리케가

대물림하여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배려라고 생각해야 할까?  고민이 해결되지 않은

채 다른 세계로 떠나는 결말은 적극적이지 못해 아쉽고, 그래서 더욱 아픈 이야기가 되어버렸

다. 남아 있는 빨간 머리는 이름 ‘전문가’ 직업 ‘교수’ 인 한 사람뿐인 것도 편견에 대해 한 번 생

각해보게 한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동화가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 것은 바로 시장과 군중의 모습

때문이다. 빨간머리 가족이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할까봐 시장은  서

커스단을 부르고 그것을 서커스의 일부로 착각하게 조작한다.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게 하는 무

언가에 속고 마는 군중이 내 모습이 아니라고 말할 수 도 없는 일이다.

95쪽의 얇은 동화책이지만 많은 생각거리를 담고 있다. 노랑, 빨강, 연두, 파랑, 회색만을 이용한

간결한 그림, 교회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대머리인 그림도 눈길을 끈다. 아이들  책읽어주는

시간에 조금씩 조금씩 읽어줘야 겠다. 함께 살아가는 것, 함께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 마음

에 씨앗 하나 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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