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통볼통 화가나 아이세움 감정 시리즈 3
허은미 지음, 한상언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큰아이가 스탠드 펀치볼 사달라고 졸라 한참 동안 실갱이 한적이 있다. 펀치볼을 펑펑 주먹으로 치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는 거다. 마침 좋아하는 캐릭터 모양이 광고되고 있어서 더욱 졸라댔다. 연령에 맞지 않는 비디오테이프에 딸린 사은품이라 안사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스트레스를 그렇게 풀면 안될 것 같아서였다. 권투를 유난히 싫어하는 나로서는 누군가를 향해 주먹을 뻗으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비록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 펀지볼이어도 주먹을 뻗는 사람의 마음이 온갖 분노로 가득하기는 매 한 가지라 생각된다. 어차피 밖에 나가도 다들 학원 다녀서 같이 놀 친구도 없고, 동생 친구들하고 놀자니 재미없을 때도 많아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이! 어이!” 힘차게 큰 소리를 내다보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땀 흘리고 나면 시원하다고 한다.
“스트레스 풀고 싶어.”
“화가 나.”
이런 말을 너무 자주 하길래 걱정도 되고 어찌 해줘야 할지 몰라하고 있는데 허은미 작가 소개하는 글에서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일상에서 놓치지 않고 좋은 이야기거리를 찾아 내고, 재치 있고 웃음을 자아내는 맛깔스런 문장이 반드시 하나 있어 더욱 좋아하는 작가라 잔뜩 기대했다.
표지도 그렇고 본문도 몇 장 훑어 넘기는데 온통 울그락불그락 하다. 마치 책이 화를 내고 있는 듯하다. 아이들은 만화를 좋아하던데 나는 만화가 더 복잡해서 잘 안읽힌다. 아이들이 너무 만화만 볼 때는 그 책을 같이 읽고 좋은 점 나쁜 점 이야기 하면 좋다는데 나 자신이 만화를 못읽으니 그럴수도 없다. 그런데 본문에는 만화에 나올법한 캐릭터로 가득하다. 읽다가 덮고 읽다가 덮고, 그러다 마음 크게 먹고 나서야 읽을 수 있었다.
화가 무엇인지 한 마디로 딱부러지게 정의한 책이 또 있을까? 역시 작가답다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읽어 나간다. 주인공 통도령을 따라가다 보면 한 대 맞은 것보다 그 때 느낀 감정이 더 오래감을 아이들도 쉽게 공감하겠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자기만의 틀이 확고해서 좀처럼 성격도 단점도 바꾸기 힘들어 마음 고생하는 경우를 볼 수있다. ‘결심의 노예’가 자신과 남을 얼마나 괴롭고 힘들게 하는지, 이런 때에는 말만 조금만 바꾸어 생각해도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구절은 너그럽고 여유있는 태도를 안겨준다. 성격이 꼼꼼하다 못해 깐깐한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천천히 마음에 새겨가며 다시 읽어본다.
화가 나면 화났다고 말하는 사람은 차라리 낫다. 괜히 사사건건 짜증내고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면 곁에 있는 사람이 대처하기도 참 난감하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차라리 화를 내는게 더 쉬우니까 그러는 거란다. 화를 내는 친구에게 되려 화로 보답하지 않고 그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까지 알게 될 것 같다. 또한 화를 숨길 때 자주 쓰는 방법을 언급하고 있어서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다른 사람의 행동 뒷면에 있는 감정을 돌아보게 한다.
살다보면 즐겁고 행복할 때도 있지만 화낼 일도 많다. 아이들 기 안죽이고 혼내기도 참 어렵다. 어른들 마음 안상하게 실망 안하게 살기도 어렵다. 내 마음 다스리기도 어렵다. 너무 억누르면 병이 되고 제대로 표현하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는 화! 허은미 작가다운 말로 매듭을 짓는다.
“화는 아주 강한 감정이야. 하지만 나는 더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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