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는 내 친구 길벗어린이 과학그림책 5
이수지 그림, 박정선 글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첫째가 여자 아이인지 남자 아이인지 책을 읽기도 전에 몇 장 넘겨 확인한다. 작은아이가 먼저 알아챈다. '애가 오빠고 애가 동생이야.' 표지 그림에서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신나게 노는 두 남매는 알콩달콩 싸우다가도 놀이 하나에 마음이 통하면 더할 나위 없이 사이좋은 우리 아이들을 보는 것 같아 풋,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아이들도 더 흥미롭게 책을 들여다 보는것 같다. 게다가 강아지나 고양이 한 마리쯤 키우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서 두 남매와 잘 어울려 노는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럽기만 하다.   

 처음에 이 책을 한 장 두 장 넘겼을 때는 여러 가지 그림자를 만들며 노는 이야기 인 줄 알았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모양을 만들어 볼까 생각하며 엄마랑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책인 줄 알았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의 방향, 빛과 물체의 거리에 의해 그림자의 길이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빛은 투명한 물체와 불투명한 물체를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재미있게 들려준다. 그 재미가 그림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저만큼 떨어져서 종이 접기하며 듣고 있던 큰아이가 '재밌다.'그런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읽어주는 소리만 들어도 재미있다는 것이다. 햇살과나무꾼이 번역하거나 글을 쓴 책이면 믿음이 가서 골라 들게 되는데 그 믿음이 어디서 오는지 알 것 같다. 아이들도 그 재미를 이렇게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니 말이다. 
  

  그림자한테 속기도 한다는 장면에서는 오래도록 머물렀다. 추장이 뭐냐고 물어보고 앞쪽을 넘겼다 덮었다 하며 돛단배랑 뱀이랑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자세히 들여다 본다. 그 중에서도 오빠의 깜짝 변신에 우리 모두 한바탕 웃었다. 동생을 놀라게 한 그림자는 늑대인지 호랑이인지 그리고 누가 어떻게 만든 그림자인지 이야기를 하는 작은아이 목소리가 들떠 있다. 작은아이가 보기에 오빠는 뭐든지 처음부터 다 잘한 것으로 보이나 보다. 그런 아이에게 이 책을 같이 읽고 신나게 놀며 자신감도 키워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앞에 앉히기도 전에 아이는 다리 앞에 쑤욱 들어와 앉더니만 목소리에 즐거움이 가득해서 읽어주는 내내 뿌듯하다. 주전자도 만들어보고 자기가 잘 만들 수 있는 그림자도 만들어보고 닭도 만들어보고 그러면서 우리도 한 덩어리가 되어간다.   

  작은아이는 '하늘에 떠 있는 별이 비쳐줘서 멋지고 신기하다.'고 했다. 엄마 몰래 그림자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별이 쉽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곳은 아파트다. 집안의 불을 다 꺼도 가로등의 불빛이 새어들어와 아주 깜깜한 밤은 아니다. 그래서 보이는 별도 적지만 그 별빛이 집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이 번 추석에는 시골에 가서 쏟아지듯 하늘에 매달려 있는 별과 달의 빛이 얼마나 밝은지 직접 보고 싶다. 이 책을 아주 적절한 시기에 만나 더더욱 기쁘다. 큰아이는 '모든 게 투명하면 그늘도 없어 더울 것 같아.'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역시 아이의 상상력은 따라잡을 수 없다니까-.  

  아빠랑 함께 한 시간이 아니어서 아쉬운데 작은아이의 말이 위로가 된다.
“언제 아빠랑 산책 했는데 아빠 그림자 속에 내가 들어갔더니 그림자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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