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어릴 적 미국 이민한 저자가 이야기를 꾸려 나갔다는 사실에 얼마나 우리네 역사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을까 하는 의아심에 만난 소설이다.
1917년 평안도 깊은 산속에서 보부상을 백씨를 길잡이로 한 일본 장교들이 길을 잃고 헤매다가 쓰러진 굶주림과 추위와 싸우는 사냥꾼과의 만남부터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시작된다.
어린 옥희가 엄마의 손에 의해 기생인 은실의 집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연화와 월향, 예단과 인연을 맺어나간다.
이야기들의 전개들은 전혀 연결고리가 없을 것 같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어느 순간 서로 연결되는 과정들은 의외로 운명이란 게 있는듯하다.
서로의 목숨을 건진 굶주린 사냥꾼과 일본인 장교인 야마다 겐조,
비록 몸을 파는 기생이지만 그들에 의해 모금되는 독립자금과
경성 기생인 예단과 친일파 같은 김성수와 독립운동과 공산주의자인 이명보와의 인연
아버지의 죽음 후 경성에서 거지들의 왕초가 된 남정호와 옥희와의 인연
옥희와 한철, 정호의 사랑 등
그리고 우리 국민들을 탄압하는 일본인 장교와 그들을 기생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일제 강점기 시절의 굶주린 동포들의 실상과 독립을 향한 지식인들의 고민,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이야기들, 마지막 안타까운 정치적 정적의 제거로 무고하게 사형을 당한 남정호와 이명보, 남편의 폭행에 도망가는 제주도 해녀인 진도댁 이야기까지 우리 역사의 어두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소설 속에선 우리가 알고 있는 단군신화나 드라마 왕초의 차인표가 생각나게 하는 남정호 이야기, 미스터 선샤인 속 변요한 느낌이 드는 김성수, 그리고 기생들에 의해 각종 정보와 독립자금을 모집하는 이야기들은 익숙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500페이지가 넘는 긴 이야기들은 빼앗긴 땅과 억압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 역사의 대서사시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느낀 점을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