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힘으로 신실하고 고요하게 감싸여
보호받고 위로받는 이 놀라움 속에. - P11

어떤 사람이 고통을 겪을 때 "하느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기도하세요. 그러면 모든 게 더 수월해질 겁니다."
와 같이 경건한 체하는 말을 건넨다면, 그것은 공허한 위로에 불과합니다. 그러한 위로의 시장에서 위로는 너무 싸게팔립니다. ‘값싼‘ 위로는 죽은 뒤에 하느님께서 그가 겪은 모든 고통을 보상해 주시리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죽은 뒤에영원한 삶을 더 많이 누릴 거라는 말이겠지요. 이는 그가 저세상에 가서 받게 될 위로일 겁니다. - P26

믿음이 우리를 우리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할 때, 우리는 내면에서 신적 위로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감각에 집중할때, 우리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만지면서 자연의 신비를 느끼고 그러면서 삶의 신비를 지각할 때 신적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 P28

지금 내 상태는 좋지 않습니다. 나는 나의 고통도 존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고통을 위와 같이 비교함으로써 건너뛰지 말아야 합니다. - P36

"한편으로는 모든 게 가까워지고 눈앞에 있다. 누구나 언제든지 채팅방,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에 접근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가까움은 새로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러한 가까움은 중요하지 않다. 끊임없이 많은 사람과 관계하면, 개인 한 명 한 명을 시야에서 놓치게 되고자기 자신도 놓치고 만다." - P47

코니 팔멘의 사례는 우리에게 이런 교훈을 줍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 내가 그들 곁에 머물러 있을때, 내가 그들의 절망과 고통, 눈물과 저항을 견뎌 낼 때 나는 그들에게 위로가 됩니다. 말없이 곁에 머무는 것만이 당사자에게 위로가 됩니다. - P49

 외로운 사람과 함께있는 것, 그의 외로움 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를 억압하는 모든 것을 그와 함께 견디는 것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 P50

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위로인 것입니다. 우리는 그 사람이 우리를 이롭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 가까이에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그에게서 어떤 현명한 말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사람 가까이에 있고 싶을 뿐입니다.
그에게서 위안이 되는 무언가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이 사람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고통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지각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우리의 고통에 동참하고그것을 우리와 함께 견디는 것을 피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가 직면한 상황을 더 가볍게 만들어 줍니다. - P52

슬퍼하는 사람의 얼굴이 빛나면, 지금 그의 상태가 좋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그 사람에게끈질기게 달라붙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안아 주는 것이적절하다고 여겨지면 그렇게 하는 게 좋습니다. 우리는 상대방을 감싸 안으면서 우리가 그 사람 곁에 있다는 것만 전해주지 않습니다. 그는 우리와 포옹하며, 고통과 슬픔 중에도 하느님께서 자기를 안아 주신다고 느낄 것입니다. - P54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그 무엇이 이루어집니다. 우리는자신이 이해받고 보호받는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대화상대자를 우리를 도와주고 우리를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여깁니다. - P58

"왜 그 문제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자네는 여러 감정을 지니고 있을 뿐이야. 그 감정은 그대로 놔두어도 괜찮아."
이 말이 저를 자유롭게 했습니다. 더 이상 될 수 있는 한강연을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 감정들을 허용한 것이지요.  - P62

사람들은 내 말을 흘려듣지 않습니다. 내 말은 그것을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는 대상을 찾아냅니다. 서로의 말을 경청하는 가운데 상대방과 내적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에게 주목하는 가운데 나의 걱정거리와 문제들을 잊게 됩니다. 이는 나에게 유익합니다. - P67

책을 읽으면서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면,
그것은 우리의 지혜가 됩니다. 이제 그 지혜는 우리를 위로해줍니다. - P84

책 읽기의 가장 중요한 첫 행보이자 본디 위안이 되는것은 우리가 다른 관점들을 지니고, 다른 세계로 잠겨 들고이 다른 세계에서 우리 영혼과 만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에게 유익합니다. 이제부터 어떤 것들은 새롭게 그리고 달리보게 될 것입니다. 평소에는 우리가 해결하지 못했을 문제들도 더 수월하게 극복해 낼 것입니다. - P88

우리 영혼은 무엇이 자신을 이롭게 하는지 잘 압니다.
우리 영혼은 때때로 자신이 아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외부에서 어떤 자극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책을 읽으며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이미 지각한 그 무엇을 발견합니다. 책과 만나면서 우리가 본래 생각하고 느끼는 것,
그리고 우리 삶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더 또렷이 보게 됩니다. 그것을 확인하는 일은 우리에게 유익하고, 또 지속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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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만날 수 없는 만큼 준후는 다현을 더욱 품에 안았다. 학교에서 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하는 만큼 다현을 더 눈에 담기 위해 시선을 마주했다. 다현도 준후의 몸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의 등에 손톱을 박았다. 준후는 온 힘을 다해 다현을 가졌다.
그의 품속에 다현을 가둘 때면 준후는 더욱 공허해졌다. 갈증이심한 병이라도 앓고 있는 것 같았다. 참고 다스렸던 시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둘은 거칠고 자유로웠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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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짓 하자.
다현이다. 글자 속에서 다현의 통통 튀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같았다. 살짝 아랫입술을 깨무는 준후의 입안에서 침이 고였다.
뭐라고 답을 하면 좋을까. 준후는 다현만큼이나 위트 있는 문자를 보내고 싶었다. - P15

더이상 다현의 웃음을 볼 수도, 사과 향이 나는 머리칼을 만질 수도, 따스한 살 냄새를 맡을 수도 없다는 사실에 폭발할 것 같은 분노가 일었다. 누가 그런 잔인한 일을 벌였는지, 반드시 그 얼굴을 보고 싶다. 다현의 시신을 처리한 자신 역시 위험해질 수도 있지만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어차피 자신의 알리바이는 완벽하다. 형사가 알아낼 수 없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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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유부남의 몸으로 미성년 학생과 관계를 했다. 준후는 믿을 수 없는 눈길로 다현의 시신을 보았다.
사실이 알려지면 파멸이다.
안 될 일이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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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거짓말을 수도 없이 되풀이하다 보면 나중에는 어떤 것이 진실인지 모를 때가 있다. 진모가 그랬다. 자신의 말에 자신이속아서 목이 메고 있는 진모.
"이번엔 멜로드라마 작전이구나."
"뭐? 멜로드라마?"
"그래. 신파조 작전이야. 그렇게 해서 윤희라는 애를 확실히 잡아두려는 모양인데 조심해. 가만 보니 그 애 신파를 되게 즐기더라. 너무 재다가 진짜 네 말대로 요조숙녀 되는 수도 있어. 그러면다행이긴 하지만 내 동생이 좀 안됐잖아? 온갖 폼 다 잡았는데."
- P247

남김없이 다 솔직해버리면 사랑이 누추해지니까. 사랑은 솔직함을 원하지 않으니까. - P250

몇 달에 한 번, 혹은 몇 년에 한 번 집에 돌아오던 아버지는 저런 모습이 아니었다.
슬픈 일몰의 시간에 어둠을 등에 지고 들어오던 아버지의 쓸쓸한귀가는 그 풍경 속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매혹이 있었다. 저녁바람에 날리던 검은 머리칼, 깊숙한 곳에서 형형하게 빛나고 있는검은 눈동자, 구겨진 바지 주름 사이에 숨어있다 아버지가 움직일때마다 아슴아슴 풍겨져 나오던 저 먼 곳의 냄새⋯⋯ - P261

인생은 짧다.
그러나 삶속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 - P272

그러나 나는 그런 김장우의 얼굴에서 문득 아버지의 얼굴을 읽었다. 너무 특별한 사랑은 위험한 법이었다. 너무 특별한 사랑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만 다른 길로 달아나버린 내 아버지처럼. 김장우에게도 알지 못하는 생의 다른 길이 운명적으로 예비되어 있을지 몰랐다. 지금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알아도 어떻게 할 수없겠지만, 사랑조차도 넘쳐버리면 차라리 모자란 것보다 못한 일인 것을. - P277

죽는 일보다 사는 일이 훨씬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절실히 깨달았거든. 나는 용기가 없어서, 너무나 바보 같아서, 여러 사람이 크게 다치는 대형사고를 만나면 절대 생존자 명단에는오르지 못할 위인이라는 것 잘 알아. 그러니 이 죽음도 뜻밖에 만난 하나의 사고라 여기자 - P284

진진아
너무 빠르게도, 너무 늦게도 내게 오지 마.
내 마지막 모습이 흉하거든 네가 수정해줘. - P285

이모는 그렇게 떠나갔다. 이모가 이 세상과 하직하는 사흘 동안하늘은 내내 음울했고 겨울 끝의 찬바람은 한없이 모질었다. 내머릿속은 모래를 가득 채운 것처럼 부석부석했고, 먹먹한 가슴 한켠으로 쉼 없이 이모의 편지 구절들이 흘러내렸다.
진진아, 나, 이제 끝내려고 해. 그동안 너무 힘들었거든..나도그렇게 사는 것처럼 살고 싶었어 ・・・ 무덤 속처럼 평온하게 말고. - P288

 이모는 자신의 죽음으로 자식들의 삶이 완벽하게 지리멸렬해지는 것을 막아냈다. 주리와 주혁은 평생 자기 어머니의 죽음을 반추하며 살아갈 것이었다.
진모는 아직도 갇혀있다. 사방이 벽인 감방에서, 그리고 자신의짧은 생애 동안 공고하게 구축해놓은 우상의 세계에서 - P292

아버지는 이미 오래전에 자신의 인생을 벗어던지고 덤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진짜 인생은 자기 혼자 다 즐기고, 덤으로 얹혀질 인생의 시기에 비로소 가족에게 돌아온 아버지는 천진난만그 자체였다. 생의 이면을 보아버린 자의 그 많은 갈등과 괴로움도 단숨에 압축해버리니 별것도 아니었다. 남은 것은 음식에의 탐욕, 그것뿐이었다. - P293

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늘같은 분량의 행복과 불행을 누려야 사는 것처럼 사는 것이라고 이모는 죽음으로 내게 가르쳐주었다. 이모의 가르침대로 하자면 나는 김장우의 손을 잡아야 옳은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 이모의 죽음이 나로 하여금 김장우의 손을 놓아버리게 만들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보였던 이모의 삶이 스스로에겐 한없는 불행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하게 비쳤던 어머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이었다면, 남은것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문제 뿐이었다. - P296

그것이 이모가 그토록이나 못 견뎌했던 ‘무덤 속 같은 평온‘이라 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귀를 가졌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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