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월급을 잊지 않고 가져다주는 것만으로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믿는 남자여서 딸들이 지금쯤 뭐가필요하겠거니 짐작하고 선물하는 일은 꿈조차 꾸지 않았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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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그건 천사가 숲을 지날 때 남긴 천사의 발자국이야. 천사가 밟고 지나간 자리에는 모두 이렇게 이끼가 자라는거야." 그때부터 우리는 노루를 잊고, 혹시 천사가 지나가지않을까 기대하며 기다렸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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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희가 제 몸에 달라붙은 어떤 것을 긁어내고 딱 하룻밤 제 엄마의 방에서 조용히 쉬어 가는 모습을. 성희와 자신중 누가 더 고통스러운가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태지혜는 더이상 우주를 욕망하지도 않았다. 그저 피로했다. 다 관두고땅 밑으로 꺼지고만 싶었다.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르고 세 번째 임신을 준비할 것인가, 다른 길을 찾을 것인가 고민 중일때 오랜만에 사람을 죽이는 악몽을 꾸었다. 잠결에 흐느껴 우는 태지혜를 성우는 더 이상 끌어안고 달래 주지 않았다. 꿈결에도 성우가 조용히 제 베개를 들고 거실로 나가는 게 느껴졌다.  - P72

송기주가 어떤 악몽을 지어내도 할머니는 모든 꿈을 길몽으로 해석했다. 송기주는 늘 그럴싸한 악몽을 지어내는 일에골몰했고,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할머니는 눈 하나 깜짝하지않았다. 할머니는 고통과 불행에 내성이 생긴 걸까?  - P82

육아서가 말하는 권위가 있되 다정한부모고 나발이고 송기주의 육아는 일단 아이의 생존이 일차적인 목표가 되었다. 한밤중 수유를 마치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도 아이가 잘못되는 악몽을 꾸고 소스라치며 깨어나 아이가 숨을 쉬는지 코끝에 손을 갖다 대는 날이 이어졌다. 송기주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기보다 아이의 죽음을 막기 위해 초긴장 상태로 지내는 파수꾼에 가까웠다.  - P87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시오가 총총이 시절 송기주의 예상과 전혀 다른 아이로 자라는 것처럼 송기주역시 임신 시절 했던 다짐과 전혀 다른 엄마가 되어 가고 있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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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같은 심연에서 왔지만, 저마다 자신의 고유한 목적지를 향해 가기 위해 애쓴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서로의 인생을 해석할 수는 없다. 내 인생의 해석권은 오직 내게만 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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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이기지 못하는 이들을, 실수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자들을, 변명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약한 이들을 깊이 응시하게 되었다. 우선 이연부터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연은 착한 사람보다 성숙한 사람에게 더 끌렸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쩌면 젊은시절 주사 때문에 동료들이 이연을 기피한 적이 있어서일지몰랐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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