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가 제 몸에 달라붙은 어떤 것을 긁어내고 딱 하룻밤 제 엄마의 방에서 조용히 쉬어 가는 모습을. 성희와 자신중 누가 더 고통스러운가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태지혜는 더이상 우주를 욕망하지도 않았다. 그저 피로했다. 다 관두고땅 밑으로 꺼지고만 싶었다.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르고 세 번째 임신을 준비할 것인가, 다른 길을 찾을 것인가 고민 중일때 오랜만에 사람을 죽이는 악몽을 꾸었다. 잠결에 흐느껴 우는 태지혜를 성우는 더 이상 끌어안고 달래 주지 않았다. 꿈결에도 성우가 조용히 제 베개를 들고 거실로 나가는 게 느껴졌다. - P72
송기주가 어떤 악몽을 지어내도 할머니는 모든 꿈을 길몽으로 해석했다. 송기주는 늘 그럴싸한 악몽을 지어내는 일에골몰했고,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할머니는 눈 하나 깜짝하지않았다. 할머니는 고통과 불행에 내성이 생긴 걸까? - P82
육아서가 말하는 권위가 있되 다정한부모고 나발이고 송기주의 육아는 일단 아이의 생존이 일차적인 목표가 되었다. 한밤중 수유를 마치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도 아이가 잘못되는 악몽을 꾸고 소스라치며 깨어나 아이가 숨을 쉬는지 코끝에 손을 갖다 대는 날이 이어졌다. 송기주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기보다 아이의 죽음을 막기 위해 초긴장 상태로 지내는 파수꾼에 가까웠다. - P87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시오가 총총이 시절 송기주의 예상과 전혀 다른 아이로 자라는 것처럼 송기주역시 임신 시절 했던 다짐과 전혀 다른 엄마가 되어 가고 있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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