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자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싱크대 밑, 신발장 아래, 옷장 뒤에서 태연히 숨죽이고 있을 바퀴벌레들을, 그리고 바퀴벌레가 언제 있었냐는 듯 모른 척하고 있는 이 좁은 방의 거짓말을.
미처 돌아가지 못한 바퀴벌레 두마리가 현관 한복판에 멈춰서서 더듬이를 천천히 움직였다. 티끌만 한 새끼 바퀴였다. 여자는 택배 상자를 내려놓은 뒤에 슬리퍼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내 그것으로 바닥을 내리쳐서 두마리를 한꺼번에 눌러 죽였다. 손끝으로 미세한 이물감이 전해지면서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여자는 자신이 이 방에서 함께서식하고 있는 바퀴벌레들 중에 딱 이 두마리만큼의 성인광고를 지우고 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제일 약하고 작은 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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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아이는 마치 그랜드 피아노와 같은 것이었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아주 고귀한 소리가 날 것이다. 그 소리를 한번 들어보 면 특유의 아름다움에 매혹될 것이다. 너무 매혹된 나머지 그 소리를 알기 이전의 내가 가엾다는 착각까지 하게 될지 모른다. 당연히,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감 있는 어른,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그걸 놓을 충분한 공 간이 주어져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집 안에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를 들이기 전에 그것을 놓을 각이 나오는 지를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부족해도 어떻게든 욱여넣고 살면 살아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물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집이 아니라 피아노 보관소 같은 느낌으로 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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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는 것, 이곳에 없다는 것. 그러면 다른 곳이 있는 걸까. 어디로 가신 걸까. 어딘지는 몰라도 존 레넌도 있고 프레디 머큐리도 있는 곳이겠지. 아버지는 그들을 마주쳐도 누군지 모르겠구나, 하는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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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장우를 통해서 당신의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정의한 행복의 방식과 장우의 방식이 달랐다. 그게 갈등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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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화가 잘 통한다고 생각했어요?"
"네"
"음…… 제가 말을 잘하는 게 아닐까요?"
뭐야, 고개를 들었다. 창밖의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그녀의 목소리만 수화기에 남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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