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한낮에 게으른 비가 내리던 날, 다리가 구부러진 거대한 회갈색 새가텃밭에 내려앉던 날, 딸의 부푼 잇몸에서 처음으로 치아의 울퉁불퉁한선이 나타난 날, 혹자는 자잘하고 무의미한 것들을 기억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소나는 일생 동안 매일의 장면들, 그냄새와 색채, 특히 남편이 과장되고 진중하게 한 매 순간의 말들을 기억했다. - P30

고상함을 타고난 로베르트 빅토로비치와 그런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젊고 어린타나는 일용할 양식과 관련된 일이라면 모두 소네치카의 몫으로 남겨두고, 자신들은 선택된 지적인 엘리트들이 누리는 복지를 요구하곤 했다.
하지만 소네치카는 자신의 팔자를 투덜거리거나 더 고상한 것을 질투할 생각 따윈 추호도 하지 못했다.  - P50

그러자 이 페이지들 속에 있는 단어의 완벽함과 구현되어 있는 고상함으로부터 오는 조용한 행복이 소나를 비추었다. - P67

"영감님이 여자 위에서 돌아가셨구만. 여자는 참 젊네."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뭐가 어때? 병원에서 죽어가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다른 이가 대꾸했다. - P77

저녁이 되면 그녀는 배를 닮은 코에 가벼운 스위스제 안경을 걸치고달콤한 심연, 어두운 가로수 길, 봄의 물속으로 곤두박질치듯 뛰어든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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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관한 한 그녀에게는 분명 재능이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일종의 천재성 같은 것일지도 몰랐다. 인쇄된 글자에 너무나 공감한 나머지상상 속 주인공이 현실 세계의 친구들 사이에 서 있을 때도 있었고, 죽어가는 안드레이 공 침대맡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나타샤 로스토바의 밝은슬픔이 어리석은 부주의로 네 살짜리 딸을 잃은 언니의 격렬한 슬픔과동등하게 여겨지기도 하였다.  - P9

수천 권의 책 더미에 고치처럼 둘러싸여 그리스신화의 자욱한 웅얼거림과 최면을 걸듯 날카로운 중세의 피리 소리, 입센의 안개에 싸인 듯한바람에 흩날리는 우수, 발자크의 상세하고 지리한 설명. 단테의 영적 음악, 릴케와 노발리스가 높은 목소리로 부르는 사이렌의 노래. 하늘의 중심부를 향하는 위대한 러시아인들의 도덕적 절망에 매료된 소네치카의평온한 영혼은 이 순간이 자신에게 얼마나 위대한 순간인지 깨닫지 못했고, 그녀의 생각은 오직 열람실에서만 읽도록 허용된 책을 이 사람에게대여하는 것이 위험한 일인지 아닌지에 관한 것에만 머물렀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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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여신이 대지를 굽어본다. 가장 뜨거운 불길을 뚫고 나가야만 정화될 수 있으리니, 그의 눈에 죽어가는 해바라기 숲이 보인다. 그의 눈에 한나무에서 검은 새 떼가 일제히 날아오르는 것이 보인다. - P30

운이란, 가령 좋고 나쁜 운은 있을 수 있다. 매일 성공이나 실패 둘 중 한쪽으로 슬며시 기운다. 그러나 저주는 없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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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임스는 소련 내 미국 협조자들에대한 밀고가 ‘돈이 된다‘는 점과 이들을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발각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간교한 판단하에 스스럼없이 명단을 넘겼다. 이때 노출된 보리스 유진Boris Yuzhin, 세르게이 모토린Sergei Motorin, 발레리 마르티노프Valery Martynov는 소련 대사관 직원으로 위장한 KGB 요원이었고 드미트리 폴리야코프는 GRU 소속의 고위 장교였다. 이들은 모두 FBI가 오랜 기간 동안 공을 들여 포섭했으나 에임스의 밀고로 본국으로 소환돼 처형되거나 중형을 선고받았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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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의 처형 방식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재까지대략 세 가지설이 전해진다. 첫 번째는 용광로 처형설이다. 이는 이 분야에 정통한 스파이 전문가 어니스트 볼크먼 Ernest Volkman의 조사 내용으로 신뢰성이 높다. 그는 이 용광로 처형 방식을 GRU의 전통적 반역자 체단 방식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단 볼크먼도 자신의 저서 말미에 "천천히
‘밀어 넣었다고 한다"라고 적어 사실에 무게를 두면서도 전언을 바탕으로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두 번째로는 산 채로 화형을 당했다는 설이 있다. - P100

이것도 목격자 증언은 아니며 후에 GRU에 있다 망명한 소련 장교가펜코프스키인지는 모르겠지만 GRU 본부에서 어떤 대령이 화형을 당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라고 증언한 사례가 있다. 이에 따라 그 ‘어떤 대령‘이 혹시 펜코프스키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 세 번째로는 즉결 처형식 총살형을 당했다는 설이다. 이는 그의 신분이 군인이기 때문에 반역자라고 해도 신분을 존중해 그런 방식을 택했다는 말이 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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