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읽었다. 소원을 비는 사람처럼 책 탑을 쌓았다. 딸이 남기고 간 빈 공간을 책으로 채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만언니, 그런 건 다 가짜야 몸이란 것 자체가 가짜야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거라고 그저 혈전이 한 개 생겼다는 이유로"..
우는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던 리즈가 그때는 엉엉 울었다. - P186

"있잖아, 몸은 실제로 제일 중요한 생존용품이긴 한데, 약하고 불완전해, 몸은 결국엔 우릴 버리게 마련이야." - P184

가끔은 나도 궁금할 때가 있다. 만약 내가 여행을 다녔다면, 리즈처럼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면, 내 정신의 물리적 윤곽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그랬더라면 언니는 지금쯤 완전히 다른 하드웨어에서 실행되고있을 거야." 리즈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제 업그레이드 할때도 됐겠네. 자, 코트디부아르로 가 볼까." - P185

나는 리즈를 제대로 추모할 수조차 없다. 리즈가 멀리에, 다른 대륙에 위치한 기계의 데이터 그리드 간극 속에 고정되어 있는 채로는, 그럴 수 없다. 보나 마나 로고리즘스는 점점 더 정교해지는 자기네 신경망 속에서 리즈를 되살리려고 몰래 시도했을 테고, 보나 마나 리즈는 몸도 정신도 없이 영겁의 고독을 곱씹는 고통을 몇 번이고 겪었을 것이다. 그 복사본들 가운데 어떤 것이 내 동생일까? 나는 어떤 복사본을 위해 추모해야 할까? - P192

"우리랑 같이 가요."
그렇게 말하는 뤽의 눈을 들여다보며 나는 상상했다. 밀물과 설물에 연연하지 않는 삶을, 캄캄하고 밀폐된 방 안에 욱여넣지 않은삶을.
하지만 뒤이어 아빠가 떠올랐다. 하루가 다르게 세어 가는 아빠의 머리가, 한 달이 다르게 주름이 늘어 가는 아빠의 얼굴이 한 해가 다르게 굽어 가는 아빠의 등이
"난못가요." - P2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눈곱만큼도 의심치 않았다. 나는 우쭐해야 마땅했다. 내가 만든 인형이 현실에서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으니까. 그러나 나는 겁에 질렸다. 알고리즘이 지능 흉내를 내는데 아무도 눈치를 못 채는 것 같았으니까. 누구 하나 관심조차 안 보이는것 같았으니까. - P158

"우리? 인간 말이야? 여보, 지금 무슨 얘길 하는 거야?"
"만약에." 나는 적당한 표현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우리가단지 하루하루 어떤 알고리즘을 따르는 것뿐이라면? 우리 뇌세포가 단지 어떤 신호를 받아서 다른 신호를 찾을 뿐이라면?  - P1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각한 기억장애를 앓고 있는 사례자들은 무한 경쟁의 전쟁터에 내몰려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었는데,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때문에 건망증과 기억력 감퇴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순간의 기억을 잃거나 기억의 오작동이 발생하는 기억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 P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나 딸은 나와 다른 세상에서 자란 사람이었다. 모세가 약속의 땅에 들어서지 못했듯이, 나는 영원한 시간을 감당하며사는 법을 배우지 못할 운명이었다.
내가 늙어 가다가 죽기로 마음먹은 것은 사랑 때문이 아니었다.
시간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다시 그리고 또다시시작해야 하는 운명으로부터. - P61

"나는 여러 번의 삶을 살면서 이미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어. 어떤것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으로 끝을 맺어야 하는 법이란다."
"그럼 역사상 가장 오래 산 여성이자 영원히 살 기회를 얻은 최초의 여성이 그 기회를 포기한 최초의 여성이 되겠군요." 캐시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난 엄마가 죽는 거 싫어요. 죽음이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건 미신이에요."
어쩌면 그리도 제 아버지하고 똑같은 말을 하는지,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이인데.
"그게 미신이라면, 나는 미신을 믿는 사람이 될 거야." - P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