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드레스44
효진
알다시피,은열
옥상에서 만나요
ㅡㅡㅡㅡㅡㅡ
보늬
영원히77사이즈
해피쿠키이어
이혼세일
이마와모래

정말로 날 만나고 싶었다기보다는 아들이 모아둔 돈은 자기 것이라고 확실히 하고 싶어 전전긍긍했던 것 같아. 좋은 회사에 다니는아들이 왜 나 같은 대학원생과 만나는지 모르겠다고 거의 직접적으로 말했어. 곤란한 얘기들이 계속 이어지는데, 그 사람은 신경도쓰지 않고 옆에서 휴대폰 게임을 했어. 뾰롱뾰로롱 하는 효과음도줄이지 않고서 도망쳐야겠다, 돌아와서 혼자 있게 되자마자 입 밖으로 그 말이 나왔어. - P59
그 점잖던 사람이인터넷 싸이트에 내 이름과 얼굴을 다 공개하며 자기 집이 가난하다고 홀어머니를 대놓고 무시하면서 도망간 여자라고 글을 올리기시작했거든. 가난하기로 치면 나도 가난하고 사실 내가 도망친 건가난보다 좀더 어둡게 끈적이는 어떤 것으로부터였는데 나는 무슨 무슨 녀라고 유행하는 비속어들로 요약되어버렸어. - P59
너는 그 사람을 처음 만나보고 나서 애는 엄청 쓰는데 재미있는말은 한마디도 못하고 어딘가 열등감이 있을 것 같다고 싫어했는데……… 네가 만나본 내 남자친구중에 제일 싫다던 그 말을 왜 제대로 듣지 않았을까. 하여튼 그땐 너무 바닥이어서 너한테도 자세히 못했던 얘기야. - P60
우리 반에서 내가 나이가 제일많아선지 한중일 가리지 않고 동생들이 인생 상담을 해왔지만 웃는 얼굴로 거절하곤 했어. 계속 도망친 사람이 무슨 상담을 해주긴해줘, 그게 내 솔직한 마음이었어. - P62
혹시 나의 특징은 도망치는 능력이 아닐까? 누구나 타고나게 잘하는 일은 다르잖아. 그게 내 경우에 도주 능력인 거지. 참 잘 도망치는 사람인 거야. 상황이 너무 나빠지기 전에, 다치기 전에, 너덜너덜해지기 전에 도망치는 사람, 타이밍과 속도를 조절해서 도망치는 사람. - P62
내용을 대충 옮기자면 "윤회의 바퀴가 셀 수 없이 거듭 돌아 본래의 육(肉)과 혼(魂)이 먼지만큼도 남지 않을 때까지, 함께 있고 싶은 이들과 함께 있다면 그곳이 극락이다" 정도인데 만족감이 엿보인달까. 행복했는지 물어보고싶다. - P80
"솔직히 역사는 그 순간을 살았던 그 사람들만의 것이라고 생각해. 그러니 전근대사는 무기로 쓰면 안되고, 근현대사에 있어선 더철저하게 책임을 져야겠지. 민족주의자 말고 각자 나라에서 좋은시민들이 되면 지금과는 다를 거야. - P83
"하지만 네 말은 그거잖아. 우리가 언젠가 뿔뿔이 돌아가고 ‘알다시피‘에 다른 멤버들이 들어온다 해도 지금 이 순간은 우리들 것이라서 아무도 가져가지 못한다는 거. 다른 사람에겐 지분이 없다는거. 효짱 얘기가 그 얘기 아니야?" - P84
끊임없이 되풀이되던 복사뼈에 관한 꿈에서도 해방되었다. 언젠가 또 굉장한 이야기가, 도무지감당이 안되는 이야기가 안테나에 걸려 나를 사로잡는다 해도 환태평양이 내 편인 이상 문제없다. 논문이 되지 않으면 노래라도, 농담이라도 된다는 것을 아는 이상 괜찮다. 그래서 언제나, 알다시피 밴드입니다. 조금은 웃어주세요. 그럼, 노래 들어갑니다. - P90
언니들이 아니었으면 난 정말 뛰어내리고 말았을 거야. 경리부의 맏언니 명희 언니, 편집기자인 소연 언니, 제작물류부의 예진 언4. 세 사람은 마치 운명의 마녀들처럼, 다정하게 머리를 안쪽으로 기울이고 엉킨 실 같은 매일매일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함께 고민해주었어. - P95
그즈음에 대한 기억은 불연속적이야. 더러운 이미지들만 스틸럼 남아 있어. 회사 언니들과 나는 한달에 한번씩, 회사에 남아도는영화표나 공연표로 외출을 했어. 그런 날에만 잠깐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 우리는 입안의 쓴맛을 누그러뜨려줄 기름진 음식을먹었지. 울다가 웃다가 욕하다가 탈진한 채 늦은 밤 귀가하면 내가사람 같았어. - P96
규중조녀비서(閨中操女秘書)』라는 말도 안되는 제목의 그 책에는 제목만큼이나 말도 안되는 주문들이 가득 모여 있었어. 남편의시앗을 제거하는 주문, 학문에 뜻이 없고 주색잡기만 하는 장남을정신 차리게 하는 주문, 엉덩이가 가벼운 막내딸을 처신하게 하는주문, 입이 가벼운 동네 이웃에게 갚아주는 주문 얹혀사는 군식구를 독립시키는 주문・・・・・・ 그것은 주문서라기보다 전근대 여성들의고민을 모아둔 책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았지. - P99
막상 일요일 쌀쌀한 저녁, 회사 옥상 문을 잠그고 오컬트 행위를하고 있자니 마음이 착 가라앉았어. 누가 보면 어쩌나 싶던 불안감도 건조한 서울 공기에 날아가고 말았지.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는소원을 비는 탑처럼 보였고, - P101
도피 결혼에 대한 전근대적 저주였올지도 몰라. 하지만 따지고보면 백퍼센트도 아닌 결혼이 어딨겠어? 여자들에겐 언제나 도망치고 싶은 대상이 있는걸,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도, 복받치게 억울했지. - P105
남편은, 내가보기엔 꽤 고마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기꺼이 내 친구의 절망을 빨았어. - P111
알아? 소도시의 청소년, 특히 망한 공단이 있는 지역의 청소년들은 서울 애들보다 훨씬 더 농도 짙은 절망을 한다는 거? - P113
너라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모든 사랑 이야기는 사실 절망에관한 이야기라는 걸. 그러니 부디 발견해줘. 나와 내 언니들의 이야기를 너의 운명적 사랑을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줄 기이한 수단을. 옥상에서 만나, 시스터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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