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동안의 팽팽한 신경전 끝, 식장에 들어가기 직전에 여자는마지막으로 거울을 돌아보았다. 역시나 멋진 타투였고 드레스와도잘 어울렸다. 내 몸은 내 거야. 결혼을 한다고 해도 내 몸은 내 거야 내 마음대로 할 거고 다들 보라고 해. 44명의 여자 중에 가장 멋진 워킹으로 입장했다. - P14
여덟번째 여자는 칼럼니스트였다. 여자는 결혼해서 사는 삶에어느정도 익숙해졌을 때 혼잣말을 했다. "이제 환멸에대해서는, 웬만큼 쓸 수 있겠군" - P15
여자는 고전문학 전공자였는데, 고전문학 속 영웅들이 대다고아인 것에 대해 다시생각해보았다. 고아들만이 진정으로 용감해질 수 있다고 말이다. - P15
"결혼생활 안에서 너를 변호해줄 사람은 없어. 너밖에 없어. 그게 안되면 언니한테 전화해." 사촌언니는 변호사였다. 열세번째 여자는 의아했으나 이후 이어진 결혼생활에서 언니의 말뜻을 이해했다. - P17
"아마 다음에 소식을 들으면 부고겠지." 이혼 수속이 끝나고 여자가 말했다.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길에서 죽지 마." 결혼생활은 지옥이었지만 그 말은 진심이었다. - P19
그게 신경 쓰였다. 친구의 우울을 감지한지좀 되었다. 변화가 없는 사회는 아니지만, 변화가 느린 사회라서 친구가 지쳐간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오지 않는다 해도 섭섭해하지 - P22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을 때, 스물한번째 여자의 남편은 빈정거렸다. "그렇게 매사 우울해서 어떻게 사니? 차라리 약을 먹어라. 응?" 여자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내 우울은 지성의 부산물이야. 너는 이해 못해." - P23
두번은 넘어갈 수 없었다. 둘 다 일하는데 식사 준비를 여자가하는 건 여자의 자발적인 기여일 뿐이었다. 남자가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차분하게 반박해야 했지만 여자도 쌓였던게 많았다. "다시 말해봐 씨발새끼야." 격론 끝에 남자는 마트 앞에서 울었다. 여자는 별로 미안하지 않았다. - P25
여자의 친척이 성당에서 하는 예비부부 수업을 추천했고, 곧이어 남자의 친척이 절에서 하는 수업을 추천했다. 종교가 없는 여자는 당황스러웠다. 54 "네? 결혼을 절대 안하실 분들이 결혼에 대해 하는 말을 들으러가라고요?" - P26
서른다섯번째 커플은 신혼 내내 저녁마다 나라 걱정을 했다. "신혼부부가 나라 걱정하느라 섹스할 시간이 없네." "이게 출산율 저하의 이유군." - P29
"자기는 왜 그런 생각을 안해? 불행은 보이지 않는 모퉁이 너머마다 서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놀래키고, 인생은 그 반복일 뿐이라고 누가 그랬어. 그 말이 맞는 거 같아. 우리 둘은 이제 불행 공동체가 된 거라고."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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