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머릿속에 거울로 방벽을 세웠다. 무엇이 들어오든 곧장부딪혀 튕겨나가도록. - P295

"너 아직도 유나를 싫어하니?"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냐. 그 아이는 그냥 나쁜 년이야. 어쩌면미친년일지도 몰라.  - P301

왜 안 되는지, 그녀는 묻지 않았다. 물을 필요가 없었다. 유나는자신의 결정을 타의에 의해 바꾸지 않는다. 아니, 타의 자체를 불쾌해했다. 지유는 그 점을 경험으로 터득하고 있을 터였다.  - P323

 그녀가 판단하기로 유나는 단순한 엄마가아니었다. 아이의 영혼을 지배하는 절대자였다. 유일무이한 세계였다. 유나를 잃는다는 건 모든 걸 잃는다는 의미였다. 자신은 바로 그런 일을 하려 하고 있었다. 아이에게서 유나를 빼앗는 일. 아이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일.
- P327

왜 자신에게 거리를 두느냐고 화를 내고, 화를 내기 시작하면 기어코 극단까지 갔다. 자해를 하거나 가해를 하거나, 헤어질 위기도 여러 번 겪었다. 그때마다 유나는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네가나한테 어떻게 이래? - P355

어느 쪽을 택하든 결과는 비슷할 것이다. 자식을 죽인 살인범으로 감옥에서 늙어 죽든가, 푹 잠든 새에 죽든가. - P391

정리하면 제 딸에게 점심을 사다 준 언니 때문에 약이 올랐고,
그걸 숨긴 딸 때문에 화가 났고, 딸을 집어던져 기절시킨 현장에나타나 뜯어말린 자신 때문에 꼭지가 돌았다는 얘기였다. 요약하자면 가만있는 날 미친년으로 만든 건 너네야, 정도가 될까. 이는아내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전형적인 방식이기도 했다.  - P395

그는 갑자기 넌덜머리가 났다. 행복을 위한 아내의 ‘노력‘을 알아차린 지금에도, 아들을 죽였다고 확신하는 상황에서조차, 확신을 확증하기 위해 집으로 들어온 이 마당까지,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자신에게 환멸이 났다. 이쯤이면 무의식에 성전이 한 줄 가인됐다고 봐야 했다. 신유나의 성미를 건드리지 말라. - P396

"이제부터라도 노력할 마음이 있긴 있는 거야?"
아내는 그와 눈을 맞추며 물었다. 결혼 전, 아니 반년 전만 해도효과가 있었을 유혹이었다. 지금은 이 밀착감이 갑갑하기만 했다.
이런 행동이 아직도 상대에게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 여자는 자기 안에 거울을 품고 사는 게 분명했다.
자신을 늘 여왕이라 말해주는 마법의 거울을. - P399

지유가 이유를 묻자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다. 너는 내 작품이니까. 하지만...... 이라고 토를 달자 엄마는 되물었다. 지유가 그린그림은 누구의 것이지? 비로소 지유는 이해했다. 자신은 엄마의것이었다. - P403

유나에게 한 번 ‘제 것‘은 영원한 ‘제 것‘이었다. ‘제 것‘이 남의손에 넘어가는 일은 용납하지 않는다. 차라리 없애버릴지언정, ‘유나의 것‘이었던 남자들의 최후가 바로 그 증거였다. 그녀는 대답했다. - P430

유니는 움찔하듯 눈을 깜박거렸다. 깜박이는 눈꺼풀 밑에서 아연한 빛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 빛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녀는 망설임 없이 ‘배신감‘이라고 답할 터였다. - P432

정신이 제대로 돌아온 지금,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왔다. 유나는자신을 죽이는 일에 정말로 진지하게, 진심이었다. 올가미는 유나가 건넨 선택 조항으로 읽혔다. 스스로 죽든가, 좀 더 버텼다가 유나 손에 죽든가.
그녀는 죽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이 자리에서 이 꼴로 죽고 싶진 않았다. 그러려면 뭔가를 해야 할 것이다. 한가하게 누워서 아버지의 꽃 노래나 들을 게 아니라. - P441

"자기, 나랑 얘기 좀 해."
물론 얘기는 잘되지 않았다. 아내는 대화가 서툰 사람이었다.
아내가 잘하는 것은 연설이었다. 그의 태도가 얼마나 성급하고 잘못됐는지 지적하고, 자기가 지금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토로하고,
밤사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얼마나 애썼는지 생색내는 동안, 그는하품을 열여덟 번쯤 삼켰다. - P456

"...... 자기는 자꾸 나를 밀어내."
다시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피하고, 속이고 배신해. 내가 들어가면 자는 척하고, 내가 잘때는 핸드폰을 뒤져 나몰래 진우와 술을 마시고 와서 이혼을 요구해. 나는 용서하고 또 용서하는데, 끝까지 나를 우습게 봐 나는그게 슬퍼." - P464

"아무리 잘해줘도 사람들은 나를 배신해, 심지어 아빠까지도."
아내는 그의 손목에 묶인 줄을 쥐고 일어났다. 그를 끌고 어딘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래도 자기는 아닌 줄 알았지." - P468

손도끼칼을 쥔 엄마의 손과 핏물을 뒤집어쓴 얼굴, 욕조 밖으로 늘어진 누군가의 다리와 발가락 하나가 경련하듯 까딱거리는맨발.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상황으로 이해되는 순간, 지유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탁 끊겼다. 훅, 어둠이 덮쳐왔다. 이후에 대한 기억은 없다. 의식을 놓아버리기 전 귀를 찢는 듯한 자신의 비명을 들었다는 것 말고는. - P479

"무슨 꿈? 혹시 되강오리 꿈 말이니?"
지유는 고개를 흔들더니, 왁, 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 바람에아이의 말이 토막토막 살렸다.
"아래층 욕실에서・・・・・・ 피가 고인 욕조에・・・・・・ 다리 두 개가 다발이 달린 ・・・・・・ 진짜 다리…."
그러지 않을까, 했던 일이 ‘그랬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 P491

"수레에도 다리가 있었니?"
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리의 주인은 차은호일 것이다. 아직 살아 있는지, 벌써 죽었는지는잘 모르겠지만, 수레에 싣고 습지로 가는 이유도 짐작이 됐다. 눈보라 치는 밤에 반달늪에서 술래잡기를 하자고 데려가지는 않았을 테니까. - P493

그렇게는 안 되지. 그리 쉽게는 안 되지. 그녀는 유나를 쫓아 늪을 건너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은 유나를 쫓아간 게 아니었다. 아버지가 사랑한다고 여겼던 그녀 안의 ‘착한 아이‘를 죽이러 가고있었다. 절대로, 영원히 살아나지 못하도록.
ddd ㅇ리는 것처럼 가까 - P505

"자기, 나랑 왜 결혼했어?"
왜 했을까. 그때의 그는 신유나의 행성이었다. 매일 매 순간 그녀를 생각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출근길 교차로 신호에 걸렸을 때, 수업을 하다 잠시 숨을 고를 때, 퇴근 후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고를 때, 그녀를 생각했다. 거실에 앉아 혼자 맥주를 마시며깔깔 웃는 그녀의 웃음소리를 생각했다. 자신의 집 현관문을 열고들어서던 그녀가 얼마나 눈부셨는지 생각했다. 잠자리에 누우면잠이 들 때까지 온전히 그녀를 생각했다. 그런 여자와 결혼 말고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선택의 대가로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다.  - P518

아들을 죽였을지 모른다는 의심에 시달린다. 의심으로 잠 못 드는밤마다 아내가 가르쳐준 죽음의 묘약 ‘쉐바‘를 먹는다. 약에 취해잠들면 그날 밤으로 돌아가고, 아내는 그를 죽이러 온다. 아내가오면 그는 묻는다.
이제 행복해?
아내는 무표정하게 대답한다.
아니, 나는 참 운이 없어. - P519

이 소설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완전한 행복에 이르고자 불행의 요소를 제거하려 ‘노력‘한 어느 나르시시스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흔히 자아도취형 인간을 나르시시스트라 부르지만, 병리적인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는 의미가 좀다르다. 통념적인 자기애나 자존감과도 거리가 있다. 덧붙이자면모든 나르시시스트가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모든 사이코패스는기본적으로 나르시시스트다.
그들은 사이코패스보다 흔하다는 점에서 두렵고,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지만 정작 자아는 텅 비어 있다는 점에서 비극적이며,
매우 매혹적이라는 점에서 위험한 존재다. 그들에게 매혹된 이는
‘가스라이팅‘에 의해 길들여지고, 조종되고, 황폐화된다.  - P520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애와 자존감은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미덕이다. 다만 온 세상이 ‘너는 특별한 존재‘라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개인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고유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그와 함께 누구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인정해야 마땅하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 믿는 순간, 개인은 고유한 인간이 아닌 위험한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P521

《완전한 행복》은 한 나르시시스트의 행복 강박과 어떤 사건이결합하는 지점에서 태어난 이야기다. 책을 다 읽은 독자라면 주인공이 행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직감적으로 누군가를 떠올렸을지도모르겠다.
아마도 직감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군가‘의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지면을 빌려 밝혀둔다. 이야기를 태동시킨 배아이긴 하나, 그 밖의 요소는 소설적허구다. 플롯도, 인물도, 시공간적 배경도, 서사도. - P521

 악인의 내면이 아니라, 한 인간이 타인의 행복에 어떻게관여하는지, 타인의 삶을 어떤 식으로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싶었으므로 - P522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삶의목적이 되기도 한다. 다만 늘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 - P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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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먹이를 주러 갔겠지. 그게 아니라면 수레를 왜 끌고 갔겠어.
요망한 생쥐는 비웃는 목소리로 물었다.
밤에 먹이를 주러 갔다고? 혼자서? 오리한테 먹이 주는 게 그렇게나 급한 일이야?
지유는 답을 찾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엄마는 그날 오리 먹이를 만드는 것도 혼자 해치웠다. 자신에겐 2층에서 내려오지 말라고 해놓고 그전엔 그러지 않았다. 곁에서 모든 걸 지켜보게 해줬다. ‘조수‘로 임명하고 이런저런 심부름을 시켰다. 뭔가를 물어보면 친절하게 가르쳐줬다. 그러니까 기분이 좋을 때에는. - P207

지유는 혼란에 빠졌다. 두서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아빠는 뭘 입고 갔을까. 옷도 신발도 없이 어떻게 갔을까. 가방은 왜 두고 갔을까. 혹시 휴대전화를 찾으러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까. 엄마는 이걸 왜 창고에다 두었을까.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릴까. 왜 이렇게 무서운 기분이 들까. - P213

아마도 그는 연락한 이유를 설명해야 할 터였다. 아내는 내용을보여달라 할 것이고. 이러쿵저러쿵, 의견을 빙자한 검열이 이어지겠지. 지금 이 순간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자신이 한 일을 아내에게 검열당하는 일. - P246

"늘 그런 식이야. 내가 원하는 걸 왜 네가 정해주는데?"
"내가 언제 그랬어?"
아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반달 모양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예민하게 굴거야? 나라고 속이 없어서그 신경질 다 받아주는 줄 알아?" - P259

"좀 전에 형사들이 찾아왔었어. 오면 연락 달래."
"나한테?"
짧은 순간, 어떤 빛이 아내의 눈을 스쳐갔다. 너무 빨리 사라져버려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는 그것을 긴장으로 읽었다. - P264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조금만 참으면, 네 사람이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평범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만큼만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이었단 말인가. - P266

이번엔 검색창을 눌러봤다. 이해할 수 없으나, 서로 맥락이 닿는 검색어 리스트가 밑으로 펼쳐졌다. 발골법, 뼈와 살 분리하기,
감자탕 끓이기, 고기 다지기・・・・・・・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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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웠냐?"
진우의 어조에서 의한 기대감이 읽혔다. 부부싸움 무용담이라도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는 다가오는 종업원을 향해 빈 소주병을 흔들어 보였다.
"잘해라. 잘못하면 자다 간다."
진우는 말해놓고 혼자 킬킬거렸다. 묘하게 신경을 긁는 말이었다. 녀석은 작년에도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땐 술집이 아닌 결혼식장이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기에 오지랖 정도로만 들었다. 기분이 엿 같은 지금은 악질적인 농담으로 들렸다. 그는 입술만 움직여 상응하는 답을 들려주었다. 미친 새끼 뭐래? - P68

어느 유명 헬스 유튜버가 주장한 ‘미인론‘이 기억나는 순간이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미인이 있다고 했다. 인류가 보편적으로 지지하는 범용 미인, 꽂힌 자에게만 추앙받는 전용 미인. 그 기준을 적용하면 그녀는 후자에 부합했다. - P78

그녀는 깔깔 웃기 시작했다. 그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굳어버렸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처음 들었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이번엔 허벅지 털을 넘어 그 밖의 것까지 세워 일으켰다.  - P87

65년을 살아온 인간은 상수지 변수가 아니니까. - P97

어머니는 애초부터 지유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존재자체를못마땅해했다. 어머니로 말하면, 양쪽이 재혼일 경우 한쪽의 아이에게 헌신하려면 다른 한쪽은 아이가 없어야 하며, 당신 아들은
‘다른 한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믿는 양반이었다. 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지유 때문에 노아가 희생당하고 있는 셈이었다. - P111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그녀는 베란다 유리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먼 지평선을넘어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실제로 보이는 건 유리문에 반사된실내풍경뿐일 텐데,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거" - P113

민영은 입술 끝을 비쭉이며 소리 없이 웃었다. 카톡으로 ‘ㅎ‘라는 답을 받을 때만큼이나 기분이 오묘했다. 언짢기는 하나 언짢은티를 내면 이쪽이 옹졸해지는 유의 반응이었다. - P131

생기없는 눈빛과 그늘이 짙은 눈두덩과 얄팍하게 꺼진 볼, 꺼칠하게 자란 수염과 막 걸친 듯한 옷. 지하도에 앉아 있으면 500원쯤 던져주고갈 사람이 서넛은 되겠다 싶은 몰골이었다. 한때는 학교에서 가장빛나는 별이었는데. - P140

그녀는 결론을 내렸다. 잠깐 잠수했을 것이다. 어쩌면 사람 혹은 세상에 염증을 느꼈을지도 몰랐다. 아니면 마냥 쉬고 싶었거나, 때가 되면 수면으로 떠오르겠지.
- P142

유나의 러시아 유학도 이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공부도 끝내지 않고 돌연하게 돌아와버린 유학이었지만, 남자친구의 죽음 때문이라고 했다. 헝가리 유학생이었고, 차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일주일 후에 숨을 거뒀다고 했다. 동거 반년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 P144

가까스로 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인도양 어느 섬에서대답을 해도 그보다는 크게 들릴 것 같았다.  - P149

내일은 바라는 방향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
간절히 원한다 하여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도. 유나는 겨울이가고 봄이 또 가도록 돌아오지 못했다. - P154

이제 와 추측건대,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자신을 향한 유나의 감정이 증오라는 것을. 그것도 자신을 통째 삼켜버릴 만큼 깊고 어둠고 뜨겁다는 것을. - P159

그는 그녀를 여자가 아닌 다른 존재로 봤다. 가장 가까운 단어를 찾자면 ‘야채‘ 정도나 될까. 달콤하진 않지만 가까이에 있고, 반하지는 않았으나 안전하며, 즐거움보단 이로움을 주는 존재. 야밤에도 거리낌 없이 찾아갈 수 있고, 태연하게 재워달라 말할 수 있으며, 편안하게 자고 가도록 배려해주는 사람. - P175

제가 물었어요. 왜 이혼하려고 하는데?
오빠 대답은 간단했어요. 더 살다간 죽을 것 같아서. - P179

새언니가 그랬나 봐요. 학교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두 번이나있었다는군요. 한 번은 자살, 두 번째는 교통사고.
- P183

PS. 오래전 오빠한테 들은 말인데, 사돈어른도 차 사고로 돌아가셨다면서요? 만약 사돈어른이 새언니를 자른 게 사실이라면, 시기상사고는 그즈음에 일어났겠네요. 혹시 졸음운전이었나요?
- P186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먹고 싶지 않았다. 아니, 먹을 수가 없었다. 고개 숙이고, 거절당하고, 하하 웃고, 도로 위를 끝없이 달리면서 마음에 꽃을 심는 아버지의 돈으로는 아무것도. - P189

"너, 집에 들어와 살면 안 되니?"
긴 눈물 바람 끝에 어머니가 물었다.
"같이 쇼핑도 다니고, 외식도 하고, 영화도 보러 가고."
아이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매사를 눈물로 해결하며 살아온 사람다운 제의였다. 그녀는 1초도 망설이지않고 대답했다.
"꿈깨쇼" - P194

 두려웠다. 깊이 모를 늪으로 발을 디딘 기분이었다. 자아의 목소리는 둘로 나뉘었다. 하나는 끈질기게 자신을설득하는 목소리였다. 우연이야. 거기에서 뭘 읽으려 들지 마다른 목소리는 유나를 향해 묻고 있었다. 대체 아버지한테 무슨짓을 한 거냐.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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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는 먹이 만드는 법을 말해주었다. 아빠는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오리가 돼지고기를 먹는다는 게 신기한 눈치였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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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대답했다. "선과 악의 조화는 초창기의 우주에서 무너졌지만, 현재 다시 회복되었소. 이 두 힘은 재통합되었고, 그 탓에 이제는 선악을 구별할 수는 없게 되었소." 그가 한 대답 대부분이 이런 식이었다.
과학과 종교에서 문맥을 무시하고 끄집어 낸 메타포들을 무작위적으로 교배해서, 실제 문제와는 무관한 절충주의적 신조와 공허한 아포리즘들을 양산해 냈던 것이다. 양자 신비주의, 통속 우주론 급진적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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