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한낮에 게으른 비가 내리던 날, 다리가 구부러진 거대한 회갈색 새가텃밭에 내려앉던 날, 딸의 부푼 잇몸에서 처음으로 치아의 울퉁불퉁한선이 나타난 날, 혹자는 자잘하고 무의미한 것들을 기억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소나는 일생 동안 매일의 장면들, 그냄새와 색채, 특히 남편이 과장되고 진중하게 한 매 순간의 말들을 기억했다. - P30
고상함을 타고난 로베르트 빅토로비치와 그런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젊고 어린타나는 일용할 양식과 관련된 일이라면 모두 소네치카의 몫으로 남겨두고, 자신들은 선택된 지적인 엘리트들이 누리는 복지를 요구하곤 했다. 하지만 소네치카는 자신의 팔자를 투덜거리거나 더 고상한 것을 질투할 생각 따윈 추호도 하지 못했다. - P50
그러자 이 페이지들 속에 있는 단어의 완벽함과 구현되어 있는 고상함으로부터 오는 조용한 행복이 소나를 비추었다. - P67
"영감님이 여자 위에서 돌아가셨구만. 여자는 참 젊네."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뭐가 어때? 병원에서 죽어가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다른 이가 대꾸했다. - P77
저녁이 되면 그녀는 배를 닮은 코에 가벼운 스위스제 안경을 걸치고달콤한 심연, 어두운 가로수 길, 봄의 물속으로 곤두박질치듯 뛰어든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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