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는 혹독한 환경이 닥쳐올 위험이 적고, 먹이가 사방에 널려 있어 굶어 죽을 염려 또한 없기에 일단 머물면 딱히 벗어날 엄두를 내기 어렵다. 재물이 쌓인 동네를 벗어나면 환란을 당할까 겁을 내는 인간처럼 시야가점점 좁아져 결국 풍요 속에 갇히고 만다. 주변의 넉넉함에 원대한 목표를 잃어버린 열대 생물들은 좁은 공간에 복닥거리며 좁은 지위를 차지하고 산다. 먹잇감은 풍 부하나 영양가가 높지 못하다. 무성하게 자라난 식물들

은 섬유소가 많아 질기고 독성이 생겨 소화하기 까다롭다. 그러니 열대에 머무는 종들은 다른 생물들과 공존하기 위해 몸집을 줄여가는 등 현상 유지에 바쁘다. 경쟁에서 배제될까 두려워 남의 생존 방식을 모방해야 하니눈치를 살피며 소심해질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고달픈삶이다. 도시에 모여 사는 현대인과 닮은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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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작품>
잘 살겠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다소 낮음
도움의 손길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새벽의 방문자들
탐페레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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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성차별적인 회사 구조에서 입사 동기와 결혼한 여성 직장인(「잘 살겠습니다」),
스타트업 회사에 다니며 ‘워라밸‘ (워크 - 라이프 밸런스)을 찾는 사실상의 막내 사원(일의 기쁨과 슬픔), 백화점 매니저로 일하며 처음으로 집을 마련한 무자녀 기혼 여성(도움의 손길)이 그런 이들이다. 이 작고 평범한 개인들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복잡한 그물망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이 물음에서 장류진의 첫번째 소설집이 시작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국문학이 오랫동안 수호해왔던 내면 의 진정성이나 비대한 자아가 없다. 깊은 우울과 서정이있었던 자리에는 대신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기인식. 신속하고 경쾌한 실천, 삶의 작은 행복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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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그대로 노파심이라는 게 이런 걸까. 사진이 지구 반대편 먼 길을 거쳐가는 동안 행여나 구겨질까, 노인은 많이 걱정했던 것 같다. 나는 시리얼 상자를 가위로 자르고,
그것을 풀로 사진의 뒷면에 단단히 붙이는 노인의 모습을상상했다. 하얀 밤, 태양이 뭉근한 빛을 내는 창가에 앉아가위와 풀과 사진 그리고 편지 사이를 천천히 오가며 더듬거리는 노인의 쭈글쭈글한 손을.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오래 울었는데도 이상하게 진정이 잘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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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고심 끝의 결정이자 엄청난 도전이고 인생의 특별한 이벤트였는데, 다 준비하고나서 보니 결국 남들이 한번씩 해보는 걸 나도 똑같이 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게, 유행의 일부일 뿐이라는 게, 그저 준비운동을 마친 것일 뿐이라는 게, 조금은 씁쓸하게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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