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이 깨지고 피가 흐를 때까지 계속한다. 허밍 소리가 별안간 그쳐 나는 고개를 든다. 건천에서 의식을 차렸을 때처럼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축축한 눈송이가떨어지고 있다. 이마에 인중에, 입술에이를 부딪히며 정신이 들어, 이곳이 건천도 마당도 아닌 인선의방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 톱이 필요하다고 꿈과 생시 사이에서생각한다. 이 모든 걸 물리치도록. 이 모든 게 나를 피해가도록. 잘 놀다 가세요. 인선의 어머니가 내 귀에 속삭인다. 내 두 손에 쥐여진 그의 손이 죽은 새처럼 작고 싸늘하다. - P171
부서질 듯 문과 창문들이 덜컹거린다. 바람이 아닌지 모른다. 정말 누가 온 건지도 모른다. 집에 있는 사람을 끌어내려고 찌르고 불태우려고, 과녁 옷을 입혀 나무에 묶으려고, 톱날 같은 소매를 휘두르는 저 검은 나무에 - P172
죽으러 왔구나, 열에 들떠 나는 생각한다. 죽으려고 이곳에 왔어. 베어지고 구멍 뚫리려고, 목을 졸리고 불에 타려고 왔다. 불꽃을 뿜으며 무너져 앉을 이 집으로. 조각난 거인의 몸처럼 겹겹이 포개져 누운 나무들 곁으로 - P172
새가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내가 감싸고 여민 손수건을 비집고, 친친 감아 매듭지은 실을 풀고, 귀를 맞춰 닫은 알루미늄 통을 열고, 수건으로 감싼 뒤 십자로 묶었던 실을 끊는 것은 얼어붙은 봉분과 그 위로 쌓인 눈을 뚫고 날아올라, 잠긴 문 안으로 들어와 철망 속이 횃대에 앉는 것은. 삐이이, 아마가 다시 울었다. 여전히 고개를 외튼 채 젖은 약콩같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 P180
가로등도 이웃도 없는 집에서 말이야. 눈이 내리면 고립되고 전기와 물이 끊기는 집 말이야. 밤새 팔을 휘두르며 전진해오는 나무가 있는 곳, 내 하나만 건너면 몰살되고 불탄 마을이 있는 곳 말이야나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므로, 앞서 내가 했던 말을 조용히반박하듯 인선이 말했다. - P195
그녀는 익숙한 동작으로 다시 목장갑을 끼고 난로의 달궈진 문을 열었다. 부지깽이로 나무토막들을 뒤집자 불티가 튀었다. 불꽃의 열기가 내 얼굴까지 끼쳐왔다. 하지만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야. 인선의 목소리가 그 열기 사이로 번졌다. 정말 헤어진 건 아니야. 아직은.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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