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으로 자른 방울양배추, 샤넬의 홍수오후. 커피의 불면, 초콜릿의 동면. 눈동자. 기다림, 비누, 산차화(山茶花). 비. 촛불, 아몬드, 타서 눋다. 기다림, 치타, 산토끼, 치타의 피부에 눈이 내리다. 흑설(黑)." - P151
무슨 일이 있어도 영화를 찍고싶었다. 온몸이 진흙탕에 묻힌 천산갑을 찍고 싶었다. 남자아이눈 속의 바다를 찍고 싶었다. 부모의 요란한 말다툼을 피하는 남자아이를 찍고 싶었다. 금빛 달을 찍고 싶었다. 저주와 폭력을 찍고 싶었다. - P170
임신이다. 어떻게 하나. 그녀는 꾹 참고 있다가 병원 문을 나선 후에야 통곡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어떻게 단 한 번에 임신이된단 말인가. 또 한 적이 있었던가? 또 있었는데 그녀의 멍청한 뇌근육이 지워 버린 건가? 장이판의 손가락이 이미 몇 차례 들어온적은 있었다. 그것도 영향이 있나? 그가 생각났다. 그를 만나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는 산 위의 집에 있지 않았다. 어딜 가면 그를 찾을 수 있을까. - P175
질투일 리가 없지. 그녀는 이런 자문에 확답할 수가 없었다. 함께 자라온 남자아이, 이른바 죽마고우라 불리던 남자아이, 어려서부터 변치 않는 짝이라고 여겼던 남자아이. 어렸을 때 그녀는 커서 그에게 시집갈 거라고 말한 적도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가 애당초 자신을좋아할 리가 없다는 사실을. - P188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는 가정과 민주 전통의 가치를 수호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녀는 장이판과 쑤다런, 루홍밍, 장하이타오가 모두 다 같은 사람들이라는사실을 깨달았다. 고르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 같은 사람은 미래에도 같은 유형의 사람들에게만 관심을 끌게 된다는 걸깨닫게 되었다. 됐다. 이럴 수밖에 없었다. 장하이타오가 구혼했을 때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 P202
옷을 벗었고 바지를 무릎까지 내렸다. 마침내 단단해졌는지 그녀의 몸 안으로 들어와 위아래로 기복했다. 그녀가 자세를 바꿀 틈도 없이 목구멍으로 소리를 낼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모든 게끝났다. 그렇게 임신을 했다. 그렇게 여러 아이를 낳았다. 시어머니 댁에서의 그날 밤, 그녀는 누운 채 울었다. 소리를지르고 싶었다. 바로 그때 남자아이가 벽에 붙은 포스터에서 걸어나와 그녀 옆에 누우며 일깨워 주었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천산갑을 세어봐." 그제야 그녀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날카로운 소리를 누를 수있었다. 천산갑을 세기 시작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일어나서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전부 찢어 버리는 수밖에 없다.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날이 밝았다. 남편이 그녀가 자는 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 자는 척했다. - P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