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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김의 얼굴을 프린트했다. 침대 옆 벽면에 네 번째로그의 사진이 붙었다. 뭐라도 적으려 펜을 든 여자는 끝내 그것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펜대와 뚜껑이 분리되어 바닥에 굴러다녔다. 나와 만나는 중에도 다녔을까. 오늘이 처음일 수도있지 않을까. 아냐, 그럴 리는 없겠지. 그렇다면 언제부터였을까. 그동안 나한테 병이라도 옮긴 것은 아닐까. 술을 마셔서, 홧김에 온 것은 아닐까. 결혼하자더니, 내 생각은 할까.
긍정과 부정을 수없이 오가면서 내린 결론은 이 의미 없는 질문의 반복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자는 입고 있던 트레이닝복 위에 코트를 대충 걸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목적지는 B동 1204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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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별일 아니라고 주문을 거는 듯한 태연함, 남에게 들키기 싫은 일을 할 때의 부끄러움, 돌연 술이 확 깨면서 자기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의 주저함, 그러면서도 어쨌든 곧 벌어지게 될 눈먼 섹스에 대한 설렘 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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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떳떳하지 않은 일 을 하는 것은 저들인데 안에 있는 자신이 죄지은 사람처럼 현관문 앞에 엉거주춤 서서 마음을 줄이는 것이 억울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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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모른 척 구겨 넣었던 기억이 다시 빳빳하게 펼쳐졌다.
깜깜하던 방 안에 조명을 탁, 하고 켠 것처럼 이전에는 미처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제 그 남자는 오피스텔성매매를 하러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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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렌즈를 사이에 두고 다가오던 그의 새까만 눈동자, 당신의 내부를 다 들여다보겠노라는 의지 같은 게 서려 있던 그눈빛은 좀처럼 잊히지 않았다. 여자는 방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침대에 모로 누워 현관문을 노려봤다. 그러고는 다시 벌떡 일어나 먹다 남은 요구르트 뚜껑에 붙어 있던 동그란 스티커를 떼어 렌즈 위에 붙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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