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자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싱크대 밑, 신발장 아래, 옷장 뒤에서 태연히 숨죽이고 있을 바퀴벌레들을, 그리고 바퀴벌레가 언제 있었냐는 듯 모른 척하고 있는 이 좁은 방의 거짓말을.
미처 돌아가지 못한 바퀴벌레 두마리가 현관 한복판에 멈춰서서 더듬이를 천천히 움직였다. 티끌만 한 새끼 바퀴였다. 여자는 택배 상자를 내려놓은 뒤에 슬리퍼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내 그것으로 바닥을 내리쳐서 두마리를 한꺼번에 눌러 죽였다. 손끝으로 미세한 이물감이 전해지면서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여자는 자신이 이 방에서 함께서식하고 있는 바퀴벌레들 중에 딱 이 두마리만큼의 성인광고를 지우고 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제일 약하고 작은 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