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그와의 결혼을 미루고 피하다 결국 헤어지게 된 것은 그런 장점들로는 설명이 잘 되지 않는, 아직까지도 남득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누구에게도 명쾌하게 설명할 수없었고 누군가 이해해주길 바라지도 않았다. 굳이 표현하자면 김과 함께 있으면 어딘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갑갑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단지 그런 모호한 이유로 김과의 결혼을 포기한 여자를 두고 주변 사람들은 미쳤 다고 했고 굴러들어온 복을 차버렸다고도 했다. 네 주제 에, 라는 말도 들었다. 여자는 그런 말들을 흘려보낼 정도 로 덤덤하지는 못했다. 왜 결국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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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자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싱크대 밑, 신발장 아래, 옷장 뒤에서 태연히 숨죽이고 있을 바퀴벌레들을, 그리고 바퀴벌레가 언제 있었냐는 듯 모른 척하고 있는 이 좁은 방의 거짓말을.
미처 돌아가지 못한 바퀴벌레 두마리가 현관 한복판에 멈춰서서 더듬이를 천천히 움직였다. 티끌만 한 새끼 바퀴였다. 여자는 택배 상자를 내려놓은 뒤에 슬리퍼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내 그것으로 바닥을 내리쳐서 두마리를 한꺼번에 눌러 죽였다. 손끝으로 미세한 이물감이 전해지면서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여자는 자신이 이 방에서 함께서식하고 있는 바퀴벌레들 중에 딱 이 두마리만큼의 성인광고를 지우고 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제일 약하고 작은 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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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아이는 마치 그랜드 피아노와 같은 것이었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아주 고귀한 소리가 날 것이다. 그 소리를 한번 들어보 면 특유의 아름다움에 매혹될 것이다. 너무 매혹된 나머지 그 소리를 알기 이전의 내가 가엾다는 착각까지 하게 될지 모른다. 당연히,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감 있는 어른,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그걸 놓을 충분한 공 간이 주어져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집 안에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를 들이기 전에 그것을 놓을 각이 나오는 지를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부족해도 어떻게든 욱여넣고 살면 살아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물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집이 아니라 피아노 보관소 같은 느낌으로 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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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는 것, 이곳에 없다는 것. 그러면 다른 곳이 있는 걸까. 어디로 가신 걸까. 어딘지는 몰라도 존 레넌도 있고 프레디 머큐리도 있는 곳이겠지. 아버지는 그들을 마주쳐도 누군지 모르겠구나, 하는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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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장우를 통해서 당신의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정의한 행복의 방식과 장우의 방식이 달랐다. 그게 갈등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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