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은 이런 것 같았다. 소중히 여기는 것, 감사히 여기는 것, 병자든어린이든 장애인이든 사람은 너무도 당연하고 그와 아울러 낡아 빠진 그릇, 옷 한 벌, 의자 하나 하다못해 돌멩이라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 P137

모든 것을 말하고 계셨고 아무런 제스처도 언어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나의 모든 말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계셨다. 어떻게 아느냐고 묻지 마시기바란다. 그저 아는 거다. 당신도 인생의 어떤 지점에서 그 침묵 속의 완전한 수용이라는 것을 느껴 보았을 테니까 말이다. 아니, 아니라면 느껴 보길 간절히 기원한다. 그리고 그 완벽한 소통의 수단은 단 하나, 침묵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 P145

"하루에 한 번 이상 당신의 그림자를 살펴보라. 그러면 당신이 얼마나악한지 알게 될 것이고, 당신은 당신이 경멸하고 증오하는 악인들과 진배없음을 알게 되면서 저절로 겸손해지고 말 것이다"라는 말은 미사에 잘 참석하고 기도에 빠지지 않을 때 일어나는 나의 오만을 여지없이 뭉그러뜨려 버렸다. - P148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의 말대로, 산다는 것은 질문을 받는다는 것, 우리 모두는 대답을 해야 하는 자들이다. 하찮은 것이든중대한 것이든 모든 결단은 "영원을 위한" 결단이고 말이다.  - P149

신앙이 없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면 해일이 일 듯 다 뒤집
어지던 바다는 신앙이 더해 갈수록 파도가 표면 위로 올라갔고 약해졌다.
이제는 표면에 잔파도만 친다. 바닷속은 고요하다.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 잔파도야 늘 있지만 말이다. - P172

물론 나는 안다. 이 지상에서 겪는 고통이 그리 만만한 것은 결코 아니다. ‘아이가 죽었고 하느님의 은총으로 극복했어. 끝!‘이 아니다. 사실사람은 어쩌면 큰일이 닥칠 당시에는 얼결에 용기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삶은 지속된다. 격렬한 사고가 지나간 후, 일상으로 그것을 버텨 내야 한다. 그것은 순교보다 어렵다.  - P185

"다른 건다 주님 뜻대로 해 주십시오. 그러나 다만 당신과 함께 걷게 해 주십시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주님, 아이들을 두고 하는 이 기도가 진심임을 당신은 아시기에 저는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 P205

잠을 이루지 못했고 잠이 들었다 해도 소스라치며 벌떡 일어나 앉았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 벽을 잡고 서서 자신의 맨발을 내려다보는 그 비참함을 아는지. 얇은 이불도 아팠다. 창으로 들어오는 소슬바람도 아팠고모든 것이 나 아닌 모든 것이 어쩌면 나 자신마저도 아팠다. - P42

작가 박경리도 소설 「토지」에서는 여인들이 빨래터에서 빨랫방망이를 두드리며 말한다. "일이 보배다. 일이 보빼야" 물론 나도 안다. 마음이 교착상태에 이르렀을 때 육체를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말이다. 결국 노동은 건강한 구원이며 치유라는 말이었다.
- P47

그러나 학교도 회사도 아니고 신을 섬기고자 하는 일에서추상을 마음껏 사용하여 규칙을 정하고픈 유혹을 물리치고 이런 단순화한규칙은 웬만한 내공이 아니고서는 힘든 일이다.  - P51

"잘된 거라고 그러셨나요? 아까운 거잖아요?"
고진석 신부님은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웃었다.
"잘된 거죠. 수도원이 돈 많으면 안 좋아요." - P53

성경에서 말하는 가난은 그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재산의 유무와 아무상관이 없다. 가난한 자도 가난하지 않을 수 있고, 부자도 가난할 수 있다.
가난이란 이 모든 것의 주인이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가난한 자는 그러므로 가난하게 살든 부자로 살든 물질에 구애받지않는다. - P57

 사랑한다면 이런 일이 어떻게 생겨날 수 있을까 싶게 나쁜 일이 벌어진다 해도, 산 같은 고통이 닥쳐온다 해도, 설사 내가 어이없이 죽는다해도, 내 식구가 내 자식이 죽는다 해도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고 구원하여삼고 싶어 하심을 믿는 것이라는 것을. - P66

관광도 흥미가 없어졌다. 아름다운 것. 맛있는 것, 예쁜것, 비싼 것, 귀한 것들을 찾아다니는 것은 결국 우리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들이 하느님인 줄 알고 찾아다니는 것이라는 걸 내가 알아버린 탓일까? 아름다운 것, 맛있는 것, 예쁜 것, 비싼 것, 귀한 것은 그 자체로 다 - P69

"팔꿈치로 밀치는사람 하나 없었다. 그들은 난민이 아니었다. 그들은품위를 간직한 사람들이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 P78

우리의 영혼은 상처받는다. 우리가 나쁜 일을 당할 때뿐만이 아니다.
영혼은 나쁜 것을 볼 때, 그게 살육이든 다른 이에 대한 학대이든, 그게 포르노이든, 하느님과 사랑에서 먼 것을 볼 때 상처 입는다. 심지어 범죄를저지른 자는 그 범죄의 대상인 상대방의 육체와 영혼을 해치는 것은 물론실은 하느님을 닮게 지어진 자신의 영혼까지 해친 것이다.  - P82

나는 이혼하지 않게 해 달라고 정말이지 열심히 기도했었다. 열렬하고 열렬하게 빌었다. 행복한 가정을 달라고, 아이들이 공부 잘하게 해 달라고, 책도 잘 쓰고 잘 팔리게 해 달라고 빌었다. 그런데 하느님은 하나도허락하지 않으셨다. 나는 세 번째 이혼녀가 되어 있었고 아이들은 나날이속을 썩였다. 책 쓰는 것도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고 빚은 갚을 길이 없었다. 솔직히 마음 깊은 곳에서 하느님께 서운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화재 사건 앞에서 나는 깨닫게 되었다. 이토록 큰일도, 막으려고 맘만 먹으면 이렇게 막으시는 분이, 어떤 일이 일어나게 그냥 내버려 두었다면 그건 그분이 내게 허락하신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 P108

율법의 완성은 사랑뿐이다. 만약 바울로 수사가 사막 한가운데서 죽기를 선택한 것이 사랑 때문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한 구실이 된다. 돈 보스코와 코톨렌고가 학교와 병원을 세운 것이 사랑 때문이라면 그것으로 구실이 된다. 성 토마스가 일생을 책과 더불어 지낸 것이 사랑 때문이라면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에게는 사랑의 차원이라는 문제만이 남는다.
사막에서의 편지 중에서

그렇다. 만일 잡는 것도 사랑이고 규율을 지키러 떠나는 것도 사랑이며 헤어지려는 것도 사랑이고 빨리 다시 만나고 싶은 것도 사랑이라면 하느님은 그중 더 간절한 사람의 기도를 들으실 것이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니까. 그리고 사랑은 사랑을 알아보며 큰 사랑은 작은사랑들을 돌보니까.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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