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는 나를 흔들어 깨우듯 또다시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천진한 목소리는 나에게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경고처럼 들렸다. "2년간 고마웠어요. 제겐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 행운이었어요." 나는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 P140
"정신 병동에 강제 입원 된 후 조울증을 진단받고 모든 게 달라졌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은 절 미친 사람 취급했고, 결국 떠났죠. 그래도 선생님과 사회복지사님만은 저를 있는 그대로 봐주었어요. 조울증이 저의 일부일뿐 저라는 사람을 규정하지 않는다는 말씀, 감사해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 P149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대체로 자신의 감정이나 정신 건강에 관한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는 것을 터부시한다. 특히 정신과 약물을 거부하는 경향은 극심하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우울증 유병률은 코로나 시대에 36.8퍼센트까지 뛰었지만, 항우울제 처방률은 OECD 국가 중최하위 수준이다." 이는 문화적·제도적 요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신 질환과 정신과 치료를 향한 낙인이 가장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이다." - P153
혹시 지금 중독 문제를 겪고 있다면 또는 중독에 빠진 사람의 가족이나 친구, 애인이라면, 부디 중독이 ‘의지‘의 문제가 아님을 꼭 알아주었으면 한다. 중독은 의학적 질환, 그것도 만성 질환이니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 P165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하는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과 무력감에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감정은 삶을 객30관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시야를 가로막는다. 결국이 비극적인 상황에서 탈출하고 고통을 멈추는 유일한 길은 죽음뿐이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한다. 자살을시도하는 그 순간만은 그들에게 자살은 선택지가 아닌, 현실의 고통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 P170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이기적이라기보다 오히려스스로가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짐이 된다고 생33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죽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내가 사라지면 짐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P171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는 나라임에도 이 중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하기보다는 덮기 급급했다.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도 어찌 보면 자살을 직시하지 않고 외면하거나 우회하려는 자세가 반영된 신조어일지 모른다. 이제는 자살에 관해 떳떳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자살을 ‘자살‘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반복되는 자살은 우리정신 건강의 현주소다. 그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지 않는이상, 이 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 P174
생각이 달라졌다. 그들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고 싶어서 병원을 찾는다. 자살에 실패해서 병원을 찾는 것이아니라 자살을 다시 시도하지 못하도록 막아달라는 도움을 청하러 오는 것이다. 약물 과다 복용으로 실려 온환자도, 스스로 손목을 칼로 그어서 온 환자도, 이렇게말한다.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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