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는 새로운 경험보다는 반복되는 경험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있다. 꼬마 때는아이스크림을 먹어도 친구랑 모래놀이를 해도 새록새록 새로운 경험이라 하루가 풍요롭지만, 어른은 대부분 반복되는 일상을 살기 때문에 뇌가 일일이 다기억하지 않으니 하루하루가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는것이다. 내 일상도 그렇게 점점 재미가 없어지고 있었다. 곧 마흔 살, 청춘과는 이미 멀어진 나이이고 어차피 죽으면 썩어서 사라질 몸인데 난 참 쓸데없이 주저하는 일이 많구나, 회한이 밀려들었다.
그래서 발레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나이 마흔을넘어서도 심리적 에너지 수준이 떨어지지 않으려면어린 시절 꼭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해보는 게 좋다는조언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내게는 그게 발레였다. - P11
‘에샤페 (échappé)‘ 동작을 하는데, 유독 안다리 살이 눈에 거슬렸다. 땅에 떨어질 때마다, 무겁게 흔들리는 주방용 짧은 커튼처럼 지방이 출렁거렸다. 진짜 안 되겠다 싶었다. - P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