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경험은 에피소드가 된다. 그 외에도 가난의 슬픈 장점들은 많다. 가령, 빼앗길 돈조차 없어서보이스피싱에 걸릴 위험이 없다는 거, 돈도 없고 거기다 엄마까지 없으면 금상첨화다. - P101

여전히 원룸에 살고 있지만 충분히 만족스럽다.
방의 크기는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그게 뭐가중요한가. 나는 나대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는 결코 정신 승리가 아니다. 왜냐하면 언젠가부터 ‘우리 집‘이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막히지 않으니까. 그냥 서슴없이나온다. 자격지심이 많이 사라진 모양이다. 그렇다고원룸에서만 계속 살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목표는 단순하다. 방이 두 개 이상인 집. 나도 방문이란 걸 열어보고 싶다. 방에서 방으로 이동하고 싶다.  - P109

꿈이 현실에 잡아먹히는 중이었다. - P135

요즘은 왜인지 농담을 만드는 일이 즐겁지 않습니다. 행복하진 못해도 즐거운 일이 있다면야 불행은 눈치껏 한 걸음 뒤로 물러날 법한데, 이제는 즐거운 일에도 자격이 필요해 보입니다. 농담에도 자격이 필요한시대입니다. 예전과 달리 농담을 만드는 동시에 이 농담이 실격인지 아닌지 하는, 온몸을 조이는 족쇄 같은생각이 불현듯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중세 시대의 무거운 철갑을 입고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땀이 나고 버거운 일이 돼버렸습니다. 더는 마냥 즐겁지 않은 것이죠.
간곡히 바라건대, 제가 부도덕한 사람이 아님을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P144

 웃음은 고행길이다. 대다수가 웃고 있지만 누군가가 울고 있다면, 그것이 설령 의도치 않았더라도 창작자들에게 치명타다. 그래서 검수, 또 검수해야만 한다.
방망이를 깎듯 가시를 걸러낸다. 이것이 불편함에 대한 창작자의 당연한 태도이니까. - P155

내가 어디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닌, 유구한 과거의 누군가와 연결돼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에게도 뿌리가 생겼다. ‘왜‘라는 존재론적 의문에 답이 생긴 것이다. 미래만 보고 달려온 내가 먼 과거의 존재에게 위안받다니. 이거 참 웃긴 일이다. - P179

웃기는 일이란 어렵다. 우습지 않으면서 불편하지 않게 웃기는 건 훨씬 더 어렵다.
코미디언들은 강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 본능에충실하고 모험심이 넘치는 그 아이는 기어코 강가에발을 빠뜨리고 싶어 한다. 작가는 ‘어어, 거긴 위험한데!‘라고 조바심을 내면서도 막상 그들이 강가(선)에발을 담그지 않으면 그것대로 또 서운하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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