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또한 우리가 상대방에게 해야 하는 최소한의 것, 즉 도덕적 필수사항에 대해서도 논하지 않는다. 도덕에관한 대부분의 현대적 논의는 이런 문제들을 다루는데, 그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는 곧 살펴볼 것이다. 나의 관심은 그런 것들과는 다르다. 간단히 말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평범한 사람보다는 약간 나은 사람, 그렇지만 이타주의자는 아닌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이럴 경우 우리는 도덕적 생활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하는가? 도덕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나는 도덕적 생활의 한 가지 방식으로 ‘품위‘라는 말을 사용했다. - P14
나는 점차 탈모가 진행되었고 이것이 신경 쓰였다. 마침내 나는 ‘당신이 나를 자르기 전에 내가 먼저 사표 내겠다‘라는 심리가 작동하여 내 머리를 밀어버렸다. 하지만 아내는 자비로운 마음의 소유자여서 탈모라는 분명한 사실을 부정해왔다. 아내는 내 머리카락이 별로 빠지는 것 같지 않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거울이있으므로 나는 사태의 진상을 너무나 잘 안다. 그래도 아내는 계속내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쓴다. 나를 위로하려고 그런 거짓말을 한 것이지만 아내는 칸트의 정언명령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아내는 부도덕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 P23
삶의 이런 측면은 누구나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삶 속에는 그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다른 측면들이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측면들도 있다. 이런 공유되는 측면들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배우자, 자녀, 절친한 친구들과 맺는 다양한 종류의 지속적인 교우 관계와 사랑의 관계이다. 또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물론 그런 의미를 부여하지못하는 직업도 있다(각 직업에는 저마다 힘들게 견뎌내야 하는 지루한 부분들이 있다). 우리가 필수라고 여기는 교우 관계와 사랑의 관계에도그런 측면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직업은 전반적으로 그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삶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 P32
만약 이렇게 보는 것이 옳다면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의 핵심적 의미는 그들이 유의미한 삶을 살아가는 능력을 높여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유의미한 삶을 살아갈 자격이 있다면 나 또한 그런 삶에자격이 있다. 그런데 남들이 유의미한 삶을 추구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내 삶을 유의미하게 만드는 것을 희생해야 한다면, 내 삶의 가치는 그들의 삶의 가치보다 떨어진다고 여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다르게 말하면 이렇게 된다. 만약 우리가 심각한 곤경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중요한 의무를 받아들였다면, 그 의무는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측면을 희생시키지 않는 행위들로 국한되어야 한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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