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님들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아니, 모두 차가운 몸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람들의 비명과 울음소리에 마을 곳곳의 비티스디아가 얼어붙었습니다. 장로님들과 함께 떠났던 분재도 전부 박살이 나 말라 죽은 채로 돌아왔습니다. 철벽은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 P35
깜깜한 슬픔이 저를 잠식했습니다. 낮에도 밤에도 심연과 다를 바 없는 삶이로구나... 당신만 곁에 있었더라면 조금 유보된 빛이라 생각했을텐데요. - P39
저도 그 후로 많은 일을 시도했습니다. 시간은 변함없이 저를 통과해 갔습니다. 얼굴과 손등에 비티스디아 잎맥처럼 깊은 주름이 새겨졌습니다. 그저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기만을 꿈꿨는데, 삶은각오보다 훨씬 많은 일을 제게 짐 지웠습니다. 모두에게 그랬듯이요. - P44
그리움은 습관이 되나 봅니다. 사무치는 그리움은 잎맥처럼 몸에 새겨지나 봐요. 한밤 산책길에 별을 올려다보는 일처럼 누군가의안녕을 기원하는 일도 이제 습관이 되었습니다. - P48
벌써 쉰이 넘었지만 여전히 세상은 불가해하기만합니다. 얼음산국과 열도국이 오랜 전쟁을 벌인 이유가 정말로 두 나라의 종교가 다르기 때문이었을까요? 왜 우리 민족이 그 전쟁의 전리품이 되어야 했을까요? 납득할만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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