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알렙은 악평이나 악플에 대응하는 설루션도 개발해 팔았다. 호평으로 악플을 덮거나, 알바 짓이라고 반격하거나, 글쓴이를 무식하다고 매도하는 작업이었다. 악플에 시달리던 몇몇 대기업들이이런 서비스를 이용했다. 정확히는 그런 대기업과 계약한 홍보대행사가 팀-알렙을 다시 고용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찻탓캇은 대기업들에 있는 사람들 역시 팀-알렙의 존재와 역할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 P11
"거기에 화를 내실 필요가 없지요. 오히려 저희들한테 유리한 점아닙니까? 팀장님이 온라인에서 너무 힘겹게 싸우시다보니 자꾸방어적인 자세를 취하시는 거 같은데, 이 아이들이 고집불통인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순진하고, 사회 경험이 없어서 남의 얘기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아이들이란 말입니다. 제가 팀장님이 오시기 전에 여기 강연을 조금씩 몇 개 들어봤어요. ‘얼렁뚱땅 인문학 강좌‘는 정말이지 강사의 용기를 칭찬해야 할수준이더군요. ‘워킹홀리데이에서 내 꿈을 찾은 이야기‘는 꼰대도이런 꼰대는 없겠다 싶을 정도로 고리타분했습니다. 그런데 듣는학생들은 아주 열심이더란 말입니다. 눈이 초롱초롱해져서는 연사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었어요. 왜 그랬던 것 같습니까?" - P26
그러니까 우리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평소 영화계의 현실에 분노하던 차에 가장 슬픈 약속> 제작사의 위선적인 행태에 질려서 스태프를 사칭해 글을 올렸지만 공익을 해할 목적은 없었다고, 오히려 공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하면, 합포회가 시켰다는 사실만 숨기면 되는 거 아닌가요? - P44
그렇게 인터넷을 오래할수록 점점 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돼. 확증 편향이라는 거야. TV보다 훨씬 나쁘지. TV는 적어도 기계적인 균형이라도 갖추려 하지. 시청자도 보고 싶은뉴스만 골라 볼 순 없고.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달라. 사람들은 이 새로운 매체에, 어떤 신문이나 방송보다도 더 깊이 빠지게 돼. 그런데 이 미디어는 어떤 신문 방송보다 더 왜곡된 세상을•보여주면서 아무런 심의를 받지도 않고 소송을 당하지도 않아.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최악의 신문이나 방송사보다 더 민주주의를 해치지. - P62
하지만 밑바닥은 다 똑같은 겁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인정 투쟁모두 가슴에 단도 한 자루씩 숨기고 있다가 기회만 생기면 팍! 그런데 저희들은 언제 사람들이 미쳐서 그 칼을 휘두르는지 그 타이밍을 알아낸 거죠. - P85
사람이란 게 참 신기해요. 진짜 그 짧은 글로 상처를 입어요. 여러명이 댓글로 ‘너 틀려먹었다, 저질이다. 반성해라‘ 이러고 돌아가면서 공격하면 어지간한 사람은 버텨내질 못해요. 웃기죠? 아는 사람이 하는 말도 아니고, 앞으로 만날 일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 당사자에 대해 쥐뿔 아는 것도 하나 없는데. 사실은 남자셋이서 돌려쓰는 가짜아이디인데. - P90
찻탓캇 : 아니, 기자님이 지금 왜 비웃으시는지는 알겠는데,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기자님도 인터넷 하시잖아요. 거기서 싸움이 어디 팩트랑 논리로 하던가요. 논리 싸움은 두 사람이 아주 좁은 화제를가지고 붙을 때, 그것도 그 두 사람이 좀 양식 있는 사람들일 때에나 가능한 거예요. 인터넷 싸움은 정력과 멘탈로 하는 겁니다. 그런데 저희는 정력 많아요. 그게 직업이니까. 그리고 멘탈도 정말 강해요. 왜냐하면 멘탈이 없거든요. 저희랑 댓글로 논쟁을 벌이는 건 쇳덩이로 된 로봇이랑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쪽이 진 쪽 따귀를 때리는 게임을 하는거나 비슷한 겁니다. 가위바위보는 질 수 있지만, 큰 틀에서 저희는절대 지지 않아요. - P91
삼궁은 자신이 미지의 섬에 막 도착한 모험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하나하나가 고유의 질서와 법칙을 지닌생태계다. 그 세계들은 태어나고 성장하며, 진화하고 죽는다. 어떤것들은 아름답고 어떤 것들은 위대하다. 어떤 섬의 숲은 산불에도잘 버틴다. 그러나 모든 세계에는, 그 자신만의 약점이 있다. 작고 가늘지만 세계 전체를 떠받치는 중대한 고리가 별 생각 없이 풀어놓은쥐 몇 마리가 토착 동물들을 전부 굶어죽게 만들 수도 있고, 그 쥐를 잡으려고 뿌린 소독약이 섬의 나무를 몽땅 말려 죽일 수도 있다...... - P106
얼마 안 가 그들은 김가인이라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회사‘가 김가인 이름으로 네이버나 다음 뉴스에댓글을 서너 개 단 것도 알게 됐다. 그런데 김가인의 주민등록번호는 진짜였다. 그 주민등록번호로 정부 사이트에서 실명 인증도 받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 서류상으로는 실재하는 유령 인간이었다. 원한다면 그 번호로 휴대전화번호도 만들 수 있고 여권도 만들 수 있었다. - P120
괴벨스가 이런 말을 했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국민들에게 낙관적 전망을 심어줘야 한다고. 우리는 전쟁 중이었어. 그게 지긋지긋한 가난과 싸우고 있었어. 일자무식의 농촌 출신 병사들이라도 말이야, 저기가 고지라고, 저기만 넘으면 된다고, 저걸 넘으면 넌 위대한 전사가 되는 거라고북돋워주면 다 그걸 넘어 자기들끼리 군가를 부르고 ‘조금만 참자, 버티자‘고 외치면서. 그런 때 사람들은 애를 낳아. 여자들은 짧은치마를 입고 남자들을 유혹해 자기 미래를 낙관하니까. 하루에 열두 시간을 일하고 돌아와도 몇 년 뒤에 보답이 더 크게 돌아올 걸확신하면 피로가 금방 가시지. 그런 흥분이 경제도 움직이는 거야. 그런데 멍청한 놈들이 그런 열광을 불러일으킬 생각은 않고요•즘 젊은이들은 패기가 없다느니, 뭘 포기한 세대라느니 하면서 오히려 기를 꺾어놔. 아주 악질적인 사고방식이야. - P164
사람들이 너무 화를 내면 그 기업이 망할 때까지 조져야지. 그좋게 해서 회사가 망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그렇게 썩어 있었으니 망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건 앞뒤가 뒤바뀐 거야 썩어 있었기 때문에 망하는 게 아냐. 사람들이 화를 내기 때문에 썩은 걸 그냥 봐 넘기지 못하는 거야. 출생률이 높아지는 게 먼저고, 여자들 치마 짧아지는 게 먼저야. 경제지표가 좋아지는 건 그다음이야. - P167
이건 삼궁 표현인데요. 우리는 그 아이들한테 개들이 제일 두려워하는걸 보여준 거예요. 자칫하다가는 그렇게 될 것만 같은 미래의자신의 모습, ‘비겁한 낙오자‘의 모습. 그 트라우마가 꽤 갈 거라고 삼궁은 주장했고, 저도 동의했어요.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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