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걸쭉한 종이 반죽은 감시하는 데 익숙한 공안부 경찰들이 바로 감시의 대상이었음을 입증했습니다. 설령 잠시나마 단둘이 있었다 해도, 그녀에게 나는 당신과 한편이라고 말해서 내 정체가 탄로 날 위험을무릅쓸 수는 없었을 겁니다. 나는 어떤 운명이 그녀를 기다리는지 잘알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공안부 심문실에서는 저도 모르게 비밀을 누설했고, 그녀도 엉겁결에 내 비밀을 털어놓을 터였습니다. 그녀는 나보다 어렸지만, 현명하게도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았습니다. - P21
그들은 내 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전우였습니다. 그들이 사랑하는 도시는 막 함락되려는 참이었지만, 내가 사랑하는 도시는 곧 해방될 터였습니다. 그들에게는 세상의 종말이었지만 내게는 단지 세상의 변화일 따름이었습니다. 그래서 2분 동안 우리는 진심을 가득 담아 노래하면서 지난날을 안타까워하고 애써 시선을 돌려 미래를 외면했습니다. 배영을 하며 폭포 쪽으로 다가가는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 P33
이쯤이면 그런 치사한 호칭에는 이골이 나 있어야 했지만, 웬일인지나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내 어머니는 베트남인이고 아버지는 외국인이었는데, 어린 시절부터 줄곧 낯선 사람들과 지인들은 내게 이 점을 즐겨 상기시켰고 침을 뱉은 다음 나를 잡종 새끼라고 불렀습니다. 가끔은 변화를 주려고 잡종 새끼라고 부른 다음에 침을 뱉기도 했지만말입니다. - P37
종이쪽지에는 한 번도 공산당에 가입한 적이 없고, 그렇기에 감시 당할 개연성도 없는 이 후원자의 이름과 파리13구의 주소가 있었습니다. 나는 네가 본국으로 편지를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래서 그분이 중개자가 될 거야. 그분은 샴 고양이 세 마리를키우는, 아이도 없고 의심스러운 경력도 없는 재봉사야. 그게 네가 편지를 보낼 곳이야.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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