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보면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의 역사는 이슬람 세력에 대항하여 투쟁하며 가톨릭을 수호하는 신성한 왕정의 성립 과정으로정리할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역사의 실상은 그처럼 단순하지 않다. 기독교권과 이슬람권이 단일한 전선에서 부딪치는 ‘문명의 충돌‘보다는양측 모두 다수의 정치 단위들이 이해관계를 좇아 복잡하게 얽혀서 경쟁하는 판에 가까웠다. - P93

민족주의 역사에서는 엘시드가 이슬람 세력들과 맹렬한전투를 벌이며 영웅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그려졌지만, 실상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카스티야의 귀족 출신으로 본래 이름은 로드리고 디아스 데 비바르Rodrigo Diaz de Vivar지만, 아랍어 알사이드Al-Sayyid(영주)에서 유래한 엘시드로 더 잘 알려졌다. 그의 진면목은 이슬람 국가든 기독교 국가든 비용을 잘 지불하면 누구에게나 군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용병에 가까웠다.  - P94

혼란기에는 내부 결속을 다지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영웅 만들기가 진행되곤 한다. - P96

이처럼 국운이 쇠락하는 상황에서 국가의 명예를 되살려줄 영웅이 필요했던 것이다. 엘시드는 더 나아가서 20세기 전반의 에스파냐 내전 상황에서 프랑코 독재정권에 이용되었다. 1939년 내전에서 승리를 굳힌 프랑코 장군은 자신을 제2의 엘시드로 묘사했고, 1955년 그의 첫 번째 정치적 수도였던 부르고스에 거대한 엘시드 기마상을 건립했다. 영웅은 결코 중립적인 존재가 아니어서,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새롭게 주조되곤 한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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