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를 보면 기분이 으스스해져요."
많은 학생들이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런 말을 하는사람들이 즐겨 보는 공포영화를 볼 때 훨씬 기분이 나쁘다. 한 가지더 덧붙이자면,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산을 깎아 만든 신축 주택단지가 훨씬 기분이 나쁘다. 똑같이 생긴 건물들이줄줄이 늘어서 있으면 나는 왠지 소름이 끼친다. - P119

공포영화는 충격적인 영상을 그저 일방적으로 보여 줄 뿐이고, 인공적인 주택단지를 향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이런 느낌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사체의 경우에도 자주 접하지 않았던 것에는 긴장하게 된다. - P119

졸업하여 간호학교에 입학한 료코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너구리나 두더지 사체를 다루는 데 익숙하다 못해 친근감마저 갖고있는 나도 사람의 사체를 보면 역시나 긴장한다. 접할 기회가 적기때문이다. - P121

사체 속에서 ‘무엇인가‘를 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사체는 그저 기분 나쁘고 무서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
- P121

벌과 노린재가 ‘인기 벌레‘인 것은 역시 우리들과 ‘접점‘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바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그들에 대해 알고 싶게 만든다. - P138

벌 중에서 날개가 없는 대표적인 곤충은 개미다. 개미가 벌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학생들은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미의몸을 잘 관찰해 보면 벌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걸 알 수 있다. 여왕개미는 평생에 딱 한 번 혼인비행을 하는데, 이것도 개미의 조상이 벌이었음을 나타내는 흔적이라 볼 수 있다.
- P149

"복제라면 다른 성질도 똑같겠지? 즉 그 얘기는 엄마가 어떤 병에약하면 아이들도 그 병에 똑같이 약하다는 것이고 만일 그 병이 유행하게 되면 멸종되어 버릴 수 있다는 뜻이지."
"그렇구나!"
"그러면 다시, 수컷이 있는 이유는 뭘까?"
"복제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요!" - P168

또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암컷 혼자 새끼를 낳는 동물들이 과거에는 지금보다 더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되었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생물들은 ‘생각하고수컷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수컷이 있는 생물들이 살아남아 현재까지 진화의 역사를 이어 온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 P176

새에게 먹히지 않을 수 있는 건 새들이 이미 다른 무당벌레를 맛보고 그 붉은 바탕과 검은 점의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새가 무당벌레 한 마리를 잡아먹으면 다른 무당벌레들은 살아남을 수 있다. 살아 있는 자의 그늘에는 반드시 죽은 자가 있다. - P183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쥐도 경우에 따라서는 단순한 먹이가된다는 걸 나는 실감했다. 바퀴도 맛이 없는 성분을 몸에 지니지 않는 한 새들에게 훌륭한 먹이일 뿐이다. - P186

역시 사체가 아무리 흥미롭다 해도 살아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것이 있다. 살아 있는 새가 손안에 있다는 이 경이로움은 사체를 아무리 많이 만져도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역시 살아 있는 생물을 보는 것은 좋다. - P206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가 생각했던 ‘평범한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든 알고 보면 모두 나름대로 이상한 점을 가지고 있다. 그점을 깨닫기까지 나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 P218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한다." - P239

"사체를 통해 세계를 볼 수도 있다."
지금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학생들과의 관계였다.
나는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과 함께 더 열심히 사체를 주울 생각이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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