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그 나라는 어디 있어요?" 로세르가 물었다. "내가 알기로는 세상의 발끝에." 빅토르가 대답했다. 다음 날 엘리자베트는 어제 말했던 기사를 찾아서 빅토르에게 전했다. 정부의 위임을 받은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망명자들을 자기네 나라로 데려가기 위해 위니펙호라는 배를 정비하고 있었다. 엘리자베트는 파리행 기차를 탈 돈을빅토르에게 건네며, 그 시인과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랐다. - P165
"빅토르, 알겠어요. 내가 뭘 해야하나요?" "미안한데, 로세르・・・・・・ 나랑 결혼해야 해." 그녀가 몹시 놀란 표정으로 한참이나 쳐다보는 바람에 빅토르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토록 진지한 순간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이었다. 그는 네루다에게 들은 대로, 가족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말만 반복해서 들려주었다. "로세르, 너는 내 제수도 아니야." "나는 서류도 없이, 신부의 축복도 없이 기옘과 결혼했어요" "그런 건 이 경우에 고려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야. 간단히 말하자면 로세르, 너는 실제 과부도 아닌데 과부가 된거야. 가능하다면 오늘 당장 결혼하고, 아이를 우리 아들로호적에 올리자, 내가 아버지가 될 거야. 내가 친자식처럼 돌보고 지켜 줄게. 네게 약속할게. 그리고 그건 너한테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 않잖아요..." - P170
그렇게 그들은 광장의 벤치에서 짧은 시간에 자기네 인생은 물론, 아이의 인생까지 뒤바꿔 놓을 중대 결정을 내렸다. 서둘러 피난을 떠나오다 보니 수많은 난민들이 신분증도 없이 프랑스에 왔고 신분증을 길이나 수용소에서 잃어버린 사람들도 있었지만, 다행히 그들은 제대로 소지하고 있었다. 시청에서 치른 간단한 의식에 퀘이커교도 친구들이 참석해서 결혼식 증인이 되어 주었다. 빅토르는 새 구두에 광택을냈고, 빌린 넥타이로 빛이 났다. 로세르는 너무 많이 울어서두 눈이 퉁퉁 부었지만 이제 차분해져서, 가지고 있는 가장좋은 옷을 입고 봄 모자를 썼다. 그들은 결혼식을 올린 후 마르셀 달마우 브루게라라는 이름으로 아이의 출생 신고를마쳤다. - P171
네루다는 그나라를 하얗고 새까만 거품의 허리띠를 두르고, 바다와 포도주와 눈으로 이뤄진 기다란 꽃잎"이라고 정의했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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