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흘려보내자 가슴에서 뭔가 폭발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 심장이 고장이 났군." 그가 중얼거렸다. 그 순간 그는 그 말의 깊은 의미를 깨달았다. 유리 박살 나는 소리가 들리면서 자기 존재의 본질이 빠져나가서, 과거의 기억도 현재의의식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는 구하지 못한 수많은 이들처럼 자신도 피투성이로 살아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인간끼리 싸우는 그 전쟁은너무나도 고통스럽고 너무나도 추악했다. 계속 죽이고 죽어가느니 차라리 지는 편이 나았다. - P106

 여자들은 모든 것을 잃은 후 체면조차 남지 않은남자 포로들과 경비병들의 성폭력으로부터 스스로 지키기위해 무리를 지어다녔다. 로세르는 모래가 섞인 매서운 북풍을 피해서 잠을 자기 위해 손으로 구덩이를 팠다. 따가운모래가 피부를 망가뜨리고 눈을 멀게 하고, 몸속 여기저기로 들어와 상처를 내고 감염을 일으켰다. 하루에 한 번 허여멀건한 렌틸콩 수프가 배급되었고, 가끔 차가운 커피가 나왔다. 트럭이 지나가면서 빵 덩어리를 던져 주기도 했다. 남자들은 빵을 잡기 위해 죽기 살기로 달려들어 몸싸움을 벌였고, 여자들과 아이들은 누군가 측은한 마음으로 나눠 주는 빵 부스러기나 받아먹었다.  - P108

다. 로세르 바로 옆 구덩이 안에서 잠들었던 여자가 오 개월된 딸의 시신을 끌어안은 채 아침을 맞이하기도 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날이었다. 다른 피난민들이 아이 시신을데려가 조금 떨어진 바닷가에 묻었다. 로세르는 수평선에시선을 고정한 채 눈물도 흘리지 않고 아무 말 없이 가만있는 여자 곁을 온종일 지켰다. 그날 밤 여자는 바닷가로 나가물속으로 사라졌다. 그 여자 혼자만이 아니었다.  - P109

개방적이고 처세술이 좋은 이시드로는 죄와 퇴폐의 냄새를 풍기는 강요된 쾌락 앞에서 눈살을 찌푸리는 아내의 행동에 전혀 개의치 않고, 한 손에는 담배를 들고 다른 손에는 술잔을 든 채 모든 것을 칭송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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