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가 늘어 허리가 아프고 발이 자주 부었다. 숨이차고 가슴이 답답하기도 했고, 땀을 많이 흘리고 화장실에도쉴 새 없이 들락거려야 했다. 병원에서는 전부 정상적인 징후라고 했다. 그러나 6개월이 되도록 태동이 없었다. 배 속에서뭔가 약하게 꿈틀거리거나 부르르 떠는 듯한 느낌만 아주 가끔 전해질 뿐, 구체적인 아기의 몸이 움직이거나 팔다리가 자궁벽을 때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녀가 걱정하자 진한 화장을 뒤집어쓴 산부인과 의사는 사납게 그녀를 나무랐다. - P95

"처자 배 속에 있는 그 애 말인데, 그 애를 날 주오. 밭에는 이미 자리가 잡혔고, 이제 씨만 넣으면 된다며? 내 씨를주지 아니, 아예 내 후실로 들어앉는 건 어때? 우리 집 대만이어주면,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만 낳아주면내, 애는 물론 처자도 평생 호의호식하며 살게 해 주리다."
"아니, 저기, 할아버지...."
"사위 놈 말이 나이는 문제가 아니라고 처자가 그랬다며?
내 여든둘이지만 이래 봬도 아직은 젊은 놈 못지않게 정정하다오, 호적에도 다 정식으로 올려주리다. 응?" - P104

그렇다면 ‘아이가 제대로 발육을 못 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그녀는 산부인과 의사의 짙은 화장을 뒤집어쓴 얼음장같은 눈초리를 떠올렸다. 태아에게 발육 상의 이유로 아버지가 그렇게 절실히 필요했다면, 아버지 없이도 이만큼 발육한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의사의 말, 아니 어떤 인상 고약한낯선 젊은 여자의 말만 믿고, 배 속의 아기가 괴물이 되어가고 있을까 봐 지레 겁먹은 건 아닐까? ‘아기를 위해서‘라는 명분아래 아이 아버지를 구하는 데만 너무 열중해서, 정작 중요한 아기에게는 충분히 마음 쓰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발육이 어떻게 되었든, 아버지가 있든 없든, 아기는 그녀의 아기였고 또 진정한 의미에서 그녀만의 아기였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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