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점심을 먹을 때면 선배 기자들끼리 요즘 애들은 아무것도 알고 싶어하지도 질문하지도 않는다며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학원을 다니며 수동적으로 공부해 그런 것 같다고, 전혀 참신하지않은 세대 분석을 했다. 그 말을 한 배서정과 우리가 고작 네 살차이라는 것이 떠올랐고, ‘요즘 애들‘이라는 말을 쓰기에 네 살 터울은 조금 애매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25

나는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황은채 역시 나와 마찬가지인 듯했고, 이런 우리의 변화가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믿었다. 그렇게 나다운 것들을 깨끗이 표백하고 나면 비로소 매거진 C의 색깔이 입혀져 그토록 염원하던 정직원이 될 수 있을 거래고 여겼다. - P38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나는 그게 부러웠는데, 그때의 내게 결핍된것이 그런 판단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있고,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관한 것들, 내가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된게 언제부터였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 P46

선배 있잖아요, 저는 칭찬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냥 인간취급을 받고 싶었어요. 실력도 없는 주제에 이름이나 알리고 싶어하는 요즘 애들이 아니라, 방사능을 맞고 조증에 걸린 애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 삶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한 명의 인간으로요. - P49

면접장의 문을 닫고 나오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요즘애들답지 않은 건, 또 뭘까. 함께 들어온 열한 명의 계약직 사원중 정규직 전환이 된 사람은 나뿐이었다. 선배들은 그런 나를 두고 두 명의 사장 모두에게 인정받은 것은 너뿐이라고, 이념과 체제를 초월한 인사라고 농담을 건넸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내가 이질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더욱 체감할 따름이었다. 불과얼마 전까지 나와 함께 웃고 떠들고 같은 사무실에 앉아 있던 동기들은 이제는 모두 없는 사람이 되었다.  - P53

그리고 이제 나는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배서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만큼 배서정 역시 자신의 방식으로 나와 황은채를, 요즘 애들이라고 이름 붙여진 불가해의 영역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사실을. 어떤 종류의 이해는 실패하고 나서야 비로소 삶의 자세로 남기도 한다. 내게는 그 시절이 그랬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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