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는 효모 냄새가 났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냄새, 이런 냄새를 맡으면 디른 부엌들이 생각난다. 나의 부엌이었던부엌들이. 이건 엄마들의 냄새다. 우리 엄마는 빵을 굽지 않았지만, 이건 나의 냄새다. 옛날, 내가 엄마이던 시절 나의 냄새다. - P85
나는 이 남자를 마땅히 증오해야 한다. 그게 당연한 감정이란 건알고 있는데, 실제로 느끼는 건 그렇지가 않다. 실제 내 감정은 훨씬더 복잡하다. 뭐라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다. 사랑은 아닌데. - P104
"당신네들이 겪는 고통을 그냥 보고만 있자니 끔찍해요." 그는 중얼거린다. 진심 어린, 진심 어린 동정의 목소리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즐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동정이며 이 모든 일들을 두 눈은 동정으로촉촉하게 젖어 있지만, 한 손은 초조하고 성급하게 내 몸을 더듬고있다. - P109
여덟 살, 지금 그 애는 여덟 살이 되었을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대충 메워넣은 계산이다. 그사이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갔는지나는 알지 못한다. 그들 말이 옳다. 그 애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편했다. 그렇게 믿어버리면 희망을 품지 않아도 되고, 쓸데없는헛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뭐하러 벽에다 머리를 박아? 리디아아주머니는 말했다. 가끔 그 여자의 표현은 정말이지 끔찍하게 실감난다. - P115
매달 나는 겁에 질려 핏자국을 찾아헤맨다. 피가 비치면 실패라는 뜻이다. 이번에도 다른 사람의 기대를 배반하고 말았고 또한 나 자신의 좌절이기도 하다. - P131
지금 이 일은 절대 오락이 아니다. 사령관에게조차 오락은 아니다. 이 일은 진지한 과업이다. 사령관 역시 자신의 의무를 행하고 있다. 행여 가느다랗게 실눈이라도 뜨면, 그를 볼 수 있을 터이다. 그리불쾌하지는 않은 얼굴이 내 몸통 위에 걸쳐져 있고, 은발 몇 가닥을앞이마에 늘어뜨린 채, 그가 지금 서둘러 끝내고자 애쓰고 있는 내면의 여행에 몰두하고 있을 터이다. 하지만 목적지는 그가 가까이갈수록 똑같은 속도로 멀어질 테지. - P167
사령관의 정액이 다리 가랑이로 주르륵 흘러내린다. 돌아서기 전에 나는그녀가 파란 치마를 매만지고 두 다리를 꼭 모으는 모습을 본다. 그녀는 머리 위의 덮개를 바라보며, 저주할 때 쓰는 인형처럼 빳빳히고 반듯하게 침대 위에 그냥 누워 있다. 이 일이 누구한테 더 끔찍할까? 그녀일까, 나일까? - P169
우리는 아기를 담는 그릇에 지나지않는다. 중요한것은 오로지 우리 육체의 안쪽일 뿐이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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