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추악한 시대를 살면서도 매일 아름다움을발견해내던 그 사람을 닮았으니까. 엉망으로 실패하고 바닥까지 지쳐도 끝내는 계속해냈던 사람이 등을밀어주었으니까. 세상을 뜬 지 십 년이 지나서도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의 조각이 우리 안에 있으니까.
- P521

"낳지 않아."
화수가 결국 말해버렸다. 잠시 말들이 뚝 그쳤다.
사람이 사람에게 염산을 던지는 세계에 살러오라고 할 수 없어요. 도저히."
지수는 화수가 ‘남자가 여자에게‘를 사람이 사람에게로 순화시킨 게 순간적으로 불만스러웠다. 어른들과 지지부진한 토론을 하기 싫어서 그랬겠지만 더 정확히 말했으면 했다. 어느 대륙 어느 문화권에서건 투적자는 99퍼센트 남자였다. 

"할머니 덕에 중산층이 몰락하는 시대에 몰락하지않을 수 있었죠. 행운이란 걸 알아요. 그래도 요즘 여자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걸 모조리 경제적인 이유로설명할 수는 없어요. 공기가 따가워서 낳지 못하는 거야. 자기가 당했던 일을 자기 자식이 당하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가 없어서. 혼자서는 지켜줄수 없다는 걸 아니까. 한국은 공기가 따가워요."

"네가 아니면 누가 낳아?"
" "나보다 덜 다친 사람. 나보다 세상을 덜 괴로워하 하는 사람이. 뉴스를 그냥 통과시킬 수 있는 쪽이."
거기까지 말하자 설득도 그쳤다. 뉴스는 화수에게와 독하게 고이곤 했다. 일곱 살짜리가 공원 화장실에서 강간당하고, 스물한 살짜리가 그저 이별을 원했단이유로 목이 졸렸다. 앞으로도 통과시킬 수 없을 거란걸 알았다. 명혜는 한숨을 폭 쉬며 방안을 시선으로훑었다.
"끝나겠구나, 이 아름다운 가계가."
"고모, 가계 같은 건 끝나야 해."
- P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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