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이의 뺨을 한 번 때려주고 나와버린 김약국이었다. 넘쳐나는 소청이의 정열은 김약국에게 공포심을 일으켰다. 소청의 젊음에 응해줄만큼 마음도 기름지지 못한 김약국이었다. 마음이 기름지지 못하여도 몸이 기름졌을 시기에는 김약국도 공허하였지만 고독하지는 않았다.
여자가 없어도 좋았다. 못 견디게 갈증을 느낀 일은 없었다. 시간은 조용하고 눈빛은 가라앉았었다. 김약국에게 있어 소청이는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았던 애매한 여자였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쇠퇴해가는 육신을 느낀다. 하루하루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는 육신을 느낀다. 어쩌면 그는 지난날의 그 고요했던 시간들을 즐기고 있었는지 모른다. 혼자서.
소청이는 내리막길을 내딛고 있는 김약국을 알아본다. 적의에 찬 눈이다. 어떤 때는 조롱이 된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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