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면, 판주의 아들 사랑은 참 한결같았다. 서른이 넘은 아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받은 상이 안방의 한쪽 벽면을 빼곡히 차지했다. 그 모든 상을 받은 아들 자체가 그녀에게는상장일 터였다. 그리고 며느리는 상장에 딸려 오는 사은품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 당연한 사실이 그제야 와닿았다.
현경은 천천히 덩어리 앞으로 다가갔다. 인기 있는 동영상을 소개하는 방송에서 비슷한 걸 본 적이 있었다. 액체 괴물, 슬라임이라고도 부르는 찰흙도 뭣도 아닌 덩어리를 마구 늘리고 합치면서 주물거리는 영상이었다. 덩어리는 형광 초록색, 핑크색, 반짝이가 들어간 금색처럼 인위적인 색을 띠었다. 지금 현경 앞에 놓여 있는 것이 딱 그런 모양이었다. 누군가가 험하게 주물거리고 내버린 액체 괴물. 혹은 슬라임, 젤리. 달콤하고 인조적인 냄새를 풍기며 차갑게 굳어 가는 것.
"편찮아. 전부 언젠가는 끝날 일이야." 놀랍게도 매번 마음의 안정이 찾아왔다. 젤리는 종종 그 말을 곱씹었다. 그건 꼭 마법의 주문 같았다. 우울한 날에도, 인간에게 모습을 들킬 뻔한 날에도, 청소기가 유난히 시끄럽게 울어 대던 날에도 그 말을 떠올리면 견딜 수 있었다. 언젠가는 끝날 일, 힘들고 안 좋은 모든 것들은결국 지나간다. 물론 좋은 것들도 지나간다.
이 세상은 어쩔 수 없는 것투성이니까, 그중에서는 제일 제멋대로인 것은 마음이다. 누군가와 나눈 마음은 제 것인데도 완전한 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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