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감.
그것은 타인에게 별 기대가 없는 내가 평소에 좀처럼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웃긴 일이었다. 재희는 그저 있는 사실을그대로 말했을 뿐이었다. 이전까지 나는 내 정체성이 밝혀지는 데 별 거리낌이 없는 편이었다. 술만 들어가면 길바닥에서 남자와 키스를 하는 주제에 소문이 나지 않기를 바라는 게 웃긴다고 생각했다. 다만 나의 비밀이 재희와 그남자의 관계를 위한 도구로 쓰였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힘들었다. 누구든 떠들어대도 괜찮지만, 그 누구가 재희라는 것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다른 모든 사람이나에 대해 얘기해도 재희만은 입을 다물었어야 했다.
재희니까.
재희와 내가 공유하고 있던 것들이, 둘만의 이야기들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싫었다. 우리 둘의 관계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