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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유치원에서의 1년 - 함께여서 행복했던 내 아이의 어린 시절
조혜연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출산 후 자연스레 육아에 관심이 부쩍 높은 요즘이다. 잘 키우자는 생각보다는 훗날 이런 걸 신경쓰지 못 하여서 후회하지 말자, 라는 마음으로 전문가가 쓴 유아동 정서나 발달 심리학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있다. 또한 평범한 엄마들의 육아 에피소드를 잔뜩 읽어보기도 하는데,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던 엄마들이 어떻게 해결 해 나갔는지 굉장히 공감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본 책은 (한국 나이로) 7세 남아 쌍둥이를 둔 엄마의 해외 생활기로, 1년 간 도쿄에서 생활하면서 아이들이 다녔던 일본 유치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로펌에 근무하는 남편이 안식년을 얻어 1년 6개월 동안 도쿄 와세다 대학으로 유학을 가는데 모든 가족이 따라 간 것이다. 전업 주부로 육아의 주 양육자인 그녀는 일본어를 전혀 할 줄을 모르는 데다, 심지어 일본에 관심도 별로 없었다.
그래봤자 유치원 생활이라는게 크게 다를 게 있겠나, 시간 맞춰서 등원하고 하원하면 되는 거지 ... 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이주하였다가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환경과 문화에 놀라고 만다. 학예회나 졸업식 등 유치원 행사를 엄마들이 준비하거나, 아이들과 함께 유치원 소풍을 따라 간다거나, 운동회 때에는 사진 촬영을 할 수가 없는 등 낯선 경험이 많았다. 게다가 한국 엄마들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매일 아이를 직접 등하원시키고 점심 도시락을 싸서 보내야 하는 일까지. 이런 수고를 왜 사서 하는 걸까?
그녀는 현지의 시선으로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들려 준다. 그녀 역시 '한국에 비해 번거롭다'던 초기의 일본 유치원 생활이 점점 시간이 흐를 수록 '이런 방식도 제법 만족스럽다'고 느낀다. 줄곧 한국이라는 한 환경에만 갇혀 지내다가 바뀐 환경의 색다른 순간이 엄마와 아이들의 유대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그녀는 말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아이들이 알아서 잘 논다는 이야기였다. 일본은 전반적으로 아이들의 야외 활동을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아이들은 시간 날 때마다 나가서 흙놀이를 하고 유치원 수업이 끝나도 놀이터에 남아서 한참을 놀다가 귀가하였다. 한국에서는 항상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어른이 같이 놀아 주던 거에 비하여, 귀국 후에는 아이들이 돌멩이 하나만으로도 갖고 노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다고. 읽다가 여러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녀도 책에서 말한다, 일본 유치원이 무조건 장점만 있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한국에서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른 방식이 있다는 걸 알고 싶다면 읽어보기에 꽤 유익한 책이다. 자녀가 있다면 나처럼 재미있게 읽어 볼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