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한 잔 - 20만 명이 선택한, 20분 만에 완성하는 근사한 반주 라이프
김지혜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결혼하고나니 단점이 되어 버린 나의 요리 실력. 사먹는 거라면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집에서 떼우는 거라면 '허기만 달래면 된다'는 주의였다. 자취할 때에는 조미김 한 묶음 사다 두면 몇 날 며칠을 먹었다. 문제는 밥에 김만 싸 먹어도 질리지 않고 맛있는 거 ....

아무튼 이렇다 보니 내게 있어서 집밥이 갖는 의미란 결혼 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부분에서 신랑과 많이 부딪혔는데, 신랑은 유일하게 집에서 한 끼 먹는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 싶다는 것이다. 요리 실력도 미미한데다 퇴근 후 파김치가 되어서 손 하나 까딱하기 싫다 보니 결혼 직후부터 신혼집 저녁상은 대부분 시켜먹는 날이 많았다. 동네 식당들 한 바퀴 돌고 나니 조미료 들어가는 간이 센 바깥 음식에 입맛이 질렸다. 이후 아주 어쩌다가 신랑이 나보다 먼저 퇴근하는 날이면 직접 장을 봐 와서 먹고 싶은 걸 만들어 저녁을 짜잔, 하고 차려 주었는데 장보러 가면 동네 잔치할 수준으로 사들이고 주방을 거의 레스토랑 피크 타임처럼 초토화를 시켜버리는 까닭에, 나는 신랑이 밥 하는 날이 참 좋다가도 뒷목 잡고 그렇다.

그래서 아쉬운 사람이 팔 걷어 붙인다고, 요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식자재부터 양념내는 맛 등등 기본기 하나씩 시작하면 좋으련만! 당장 매일 저녁 끼니를 해결해야 할 나로서는 이미 늦었다. 그 날 저녁에 먹을 걸 정하면 퇴근길에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 본 뒤, 집에 없는 것들은 마트에 들러 사 갔다. 초기에는 김치찌게, 된장찌게 끓이는 법조차 일일이 찾아보고 한 줄 씩 읽어가며 음식을 했으니 내 실력은 말 다 했다.

하다 보면 느는 거라고, 그래도 점차 맛을 낼 줄 아는 법을 익혔다. 입맛이 한식파인 남편과 함께 먹는 대부분 집밥은 다진 마늘로 맛을 내는 것. 한국인의 집에는(?) 간장, 고추장, 고추가루, 다진 마늘은 기본 아이템으로 갖춰두는 것. 텅텅 비어있기만 하던 냉장고에 점차 채워지는 날이 길어졌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가더라도 예전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사야 하는 일은 줄어 들었다.

부엌 살림에 조금씩 감이 붙을 무렵, 냉장고에 재료를 쟁여 두는 일이 점차 늘기 시작하였다. 잔반, 재료 썩혀 내버리는 걸 싫어하는 나로선 참기 어려운 일이다. 자취할 때엔 이런 게 싫어서 집에서 밥도 안 해 먹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 '퇴근 후 한 잔' 이 책을 만났다. 책의 지향점은 사실 '후딱 만들어 먹는 혼술 안주' 정도지만 내부 구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한다는 저자의 직함만 보아도 그저 집에서 어쩌다 만들어진 요리같은게 아닌 걸 짐작할 수 있다. 정말로 책은, 도입부에 양념 만드는 것부터 알려 준다. 한식 안주에 어울리는 양념. 양념장은 시판 소스가 아니냐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 뱉던 과거의 나처럼 요리에 일자무식인 사람에겐 귀중한 1페이지다.

수록된 메뉴들은 길어야 5단계, 짧으면 3~4단계에서 끝난다. 정말 뚝. 딱. 만들어 완성하는 요리들. 그렇다고 깔짝깔짝 먹고 마는 야식이나 안주에 그치지 않고, 메인 요리나 식사로 먹어도 좋을 메뉴들이 실려 있다. 그리고 푸드스타일리스트의 감각으로, 뻔한 메뉴보단 조금 더 맛을 내고 멋을 부리는 법을 알려 준다. 집에 챙겨두고 있으면 좀 더 좋은 향신료나 오일류도 소개하는데, 왠지 나도 슬슬 트러플 오일을 쓰는 요리를 해 보아야 겠다는 자신감이 붙는다.

냉동실에 얼려 둔 어묵과 식빵이 생각 났다. 당분간 이번 주는 남편에게 맥주 한 잔을 핑계로 저녁밥 대신에 책에 실린 '매운 어묵'과 '새우바질 식방 튀김'으로 입맛 좀 살려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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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9-25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