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멈추자 일기장을 열었다 - 한국 아빠 프랑스 엄마와 네 아이, 이 가족이 코로나 시대를 사는 법
정상필 지음 / 오엘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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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 한 방식으로 맞이하였다. 특정 몇 명만이 아니라 전 세계 대다수 모두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급속도로 빠른, 그리고 예상을 깨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우리가 평범하게 혹은 익숙하게 보내던 일상을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 국가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야 말로 '경험 해 보지 못 한 상황'이었다. 외출을 자제하고, 그것만으로도 모자라서 수 십 명이라도 모이는 자리라면 피하도록 권고하고, 외출을 할 때마다 서로가 서로에게 경계를 해야만 하는 일은 코로나 시대가 시작된 지 어언 6개월 넘게 지나고 있지만 익숙하지 않다.

결혼 후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지내던 저자의 가족은, 3년 전 프랑스에 정착하였다. 프랑스 중부의 블루아라는 소도시에서 자녀 넷과 함께 여섯 식구가 생활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조짐이 보이자 프랑스 정부는 전 국민을 상대로 강제 자가 격리 조치가 취해졌다. 사실 처음에는 소문만 무성한 듯이 보였다. 며칠 내로 이동을 제한할 거라고 하더라 ... 정도로 전해 듣던 이야기는, 일요일 성당 미사가 취소되었다는 알림 문자를 받고서야 -카톨릭 국가에서 미사가 취소되는 건 초유의 사태라고 한다- 낌새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 공원에서는 단 한 사람도 마스크를 쓴 것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사흘 뒤, 정부의 통행 금지령이 내려졌다. 집 밖으로 나오지 마라고 한다.

그렇게 약 8주 간, 저자네 여섯 식구는 학교도 직장도 가지 않은 채 매일 함께 보낸다. 말이 쉽지, 각자 움직이던 일상 루틴을 모두 중단하고 지내는 시간이 마냥 순조로울리는 만무하다. 처음 저자는 이러한 강제 조치에 인권을 들먹이며 납득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56일 간 집 안 구석 구석을 돌보고 아이들과 하루 종일 부비며 지낸 가치가 분명히 있었다.

'불행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모습으로 불행하지만 행복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행복하다.'

격리 기간 동안 저자는 자연스레 피부로 느끼던 평범함 속 행복을 글로 기록하고서야 비로소 말한다. 이런 상황이 다시 되풀이 되더라도 지레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타인의 일기장이지만 읽고 나면 따뜻해지고 격려받는 기분이 드는 건 저자와 마찬가지로 독자도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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