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터가이스트의 죄수 ㅣ 아시야 초자연현상 2
가미조 가즈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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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매일 머무는 익숙한 공간이 주는 안락함은

잘 알고 있다는 인식에서부터 비롯된다.

지금은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본래 인간이라 함은 먹고살기 위해

사냥을 하고 채집을 하며 불안과 문제로부터

끊임없이 '대처'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이어 온 이 본성은

고정된 주거지와 끼니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 아래서

'안정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현재의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걱정은

원초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인 문제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내가 익숙한 공간이 더 이상 내가 아는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과연 그곳에서 제대로 쉬고 머무르며

'안락함'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근본을 흔들리는 불안 앞에서

사람은 어떤 대처를 해야 할까?


호러와 초 자연현상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 가미조 가즈키는

데뷔작의 성공 이후 낸 차기작을 통해

'데뷔작을 뛰어넘는 차기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해당 장르문학 내에서도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했다.


'폴터가이스트 현상'과 '염력'이라는

현실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초자연적 능력을 소재로 해서,

호러라는 장르는 다시 정의했다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익숙했던 '집'이라는 공간이 낯설게 느껴지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게 되면서

그것을 파헤치기 시작한 한 배우와

그 이야기의 진실에 대해서 독자와 함께 파고드는

모던 호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잔혹하고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

가장 현실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폴터가이스트의 죄수〉이다.


한때는 잘 나갔었지만, 한 번의 실수로 인해

별 볼일 없는 배우로 전락해 버린 도조 쇼고.

돈도 없고, 더 이상 집세를 마련하기도 어렵던 상황에

조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홀로 본가에서 지내던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에

20년이 넘는 시간 만에 본가를 향하게 된다.

아버지는 요양센터에 들어가고,

한때는 자신도 살았었던 공간이지만

너무나 낯설고 폐허 같은 집에서

선택의 여지없이 지내게 되었는데.


본가로 들어온 첫날, 이웃이 봤다는

2층의 낯선 여자에 대한 얘기와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들 속에서

도조는 오래전부터 느꼈던

'자신이 이 집을 싫어한 이유'를 되새기게 된다.


집을 처분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스케줄로 잡힌 연극을 준비하며

매니저에게 도움을 요청한 도조는

업무적으로도 닿았던 적이 있었던

아시야와 고시노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이들은 도조의 본가에서 일어난

기이한 현상에 대해서 파헤쳐 가기 시작한다.


소설은 각 등장인물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20여 년 만에 찾은 본가라는 공간은

과거의 추억도 안락함도 없는 낯선 공간일 뿐이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도조는 자신이 잊고 있었던

과거의 경험과 아픔을 상기시킬 뿐이고,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에서 펼쳐지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은 그를 더욱 움츠러뜨린다.


어떤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건 아니지만,

서늘해지는 공포와 백일몽처럼 느껴지며

알 수 없는 배경이 머릿속을 채우고,

도조 자신뿐 아니라, 조사를 위해 이곳을 찾았던

이들에게도 검은 형체가 다가가기 시작하는데..


이 기이한 현상을 '유령'으로 믿느냐,

아니면 '현상' 그 자체로 인식하느냐의

시선 차이 역시 등장인물 사이에서도 갈린다.

거기에 얽매이는 순간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걸

독자인 입장에서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작가의 계획대로 나 역시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


전혀 관련이 없는 것 같은

오래전 이 지역에서 벌어졌던

'연쇄 납치 살인 사건'이 언급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넓혀진다.


설명할 수 없었던 초자연적인 현상에서

이미 종결된 사건의 진실에까지

소설은 현실과 기이함을 논리적으로 파고들어간다.


그리고 이르게 된 이야기의 핵심에는

배우로서 제대로 된 성공을 하지 못한 채

전전하고 있는 도조가

자신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다른 곳에서 찾으면서

서로 다른 이야기였던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기이함이 하나로 합쳐지며

독자들에게 사건의 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절대 상상할 수 없는 범위의 이야기를

직접적인 가해행위가 없는 상황에서

극한의 공포를 느낄 수 있게 한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게 되었고,

일본 모던 호러의 최전선이라는 묘사에

공감할 수 있었다.


흔하게 느낄 수 없는 괴이하다는 감정의

정의를 스스로 내릴 수 있게 한 작품,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비현실적이었던

〈폴터가이스트의 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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