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온다, 다정한 모습으로
김문희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바른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같은 동네, 같은 학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인간관계를 가졌던

어린 시절에는 '인연'이라는 말의 의미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친구, 이웃이 되어 어울렸으며

노력하지 않아도 나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라는

'인연'이라는 의미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점점 나의 경계가 커지기 시작하고

사회 속으로 한 발 한 발 내딛을수록

'인연'이라는 것이 가진 힘에 대해서 체감하게 되었다.


한 번 맺은 인연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것도 너무 좋지만,

사실 끊어진 것과 다름없는 인연을 유지하려고

부단히 혼자 애쓰는 것도 좋지 않다는 깨달음.

그리고 어떤 인연은 애쓰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와 얽히게 된다는 것을

살아온 시간의 두께만큼 점점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는 곳도, 나이도 다르지만

공통 관심사로 인해 알게 된 지인이

언젠가 우리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편지를 건네준 적이 있었다.


그 편지에 적힌 '인연'이라는 말을 보며

누군가에게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에

으쓱하며 기분이 좋기도 했고,

그 '인연'이라는 표현을 통해 그 사람 역시

나에게 더욱 특별한 존재로 자리 잡은 것 같았다.


'인연'이라는 것이

꼭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만을

다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전적 의미로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다룰 수 있지만

함께 지구를 살아가는 생명체라면

그것이 동물이든 식물이든

'인연'으로 여길 수 있지 않을까?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작은 생명체들과의

'인연'을 통해 평범할 수 있는 일상을

더욱 특별하게 맞이한 사람이 있다.


다친 아기 까치와 길고양이 세 마리의 엄마이자

누구보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작가가

자신에게 다가온 특별한 '인연'에 대해서 털어놓은

〈인연은 온다, 다정한 모습으로〉는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우리가 마음속에 그려온

'동화'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마주치는 사람들은

그저 의미 없는 얼굴들 같아도

사실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인연이라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부모와 자식은 전생에 원수였다거나,

한번 옷깃만 스치는 인연도

사실은 엄청난 겁의 인연으로 엮여있다고 하니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옛말을 되새기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대해서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사소한 접점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것이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될 수도 있고,

정말 말처럼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다.


우리가 매일 주어지는 24시간 동안

나를 둘러싼 수많은 인연의 가지들을 무시한 채

오로지 '나'만을 생각하며

메마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부러 주변을 둘러보며 나에게 주어진 인연을

품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자는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아파트에서 마주친 다친 아기 까치에게

까토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한 가족이 되고,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사연으로 떨어져 있던

길냥이 세 마리도 품게 된 작가.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비로소 그것이 현실이 되어야

'생명'이라는 것이 가진 무거움을 체감하게 되는데.

자녀들을 키우면서 이미 익숙해진 엄마라는 자리였지만,

이제껏 만나보지 못했던 작은 생명체들은

작가의 인생에도 특별한 일상을 선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다가온 다정한 인연들은

그녀가 힘들고 지칠 때 응원을 해주는

큰 힘이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주기도 한다.

함께 웃고 웃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내가 이들을 구했다는 사실보다도

이들에게서 받게 된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치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스치는 '인연'을 비로소 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의식적으로 맺고 끊은 관계가 아닌,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맺어진 관계.

그래서 더욱 특별하고 애틋하게 느껴진

작은 생명들과의 '인연'은

바쁘고 삭막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마치 어린 시절 마음을 부풀게 했던 동화책을 읽듯

따뜻하고 다정하게 다가온다.


인연과 인생, 그리고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따뜻한 시간.

이 책을 읽고 나니,

매일 걷고 둘러보는 아파트 주변의 풍경을

보다 다른 눈으로 살펴보게 됐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인연'들을

발견하고 품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지겠노라고 다짐도 하게 되었다.


'세상은 아직 다정하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일상에 '특별함'이라는 필터를 넣어 바라본다.

어딘가에 있을 나의 '인연'을 찾으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