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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의 종말
제러미 리프킨 지음, 신현승 옮김 / 시공사 / 2026년 6월
평점 :

"이 글은 시공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고기를 얼마 만에 한 번씩 드세요?"라는 말보다는
"고기를 얼마나 드세요?"라는 질문이 익숙한 요즘이다.
고기를 먹는 것이 흔치 않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매일, 아니 거의 매끼를
고기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육류 소비는 공장식 축산산업 발전과 더불어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급기야 2023년의 우리나라 1인당 육류 소비는
60.6kg으로 사상 첫 60kg 대를 기록했으며
쌀 소비 56.4kg를 앞지르게 됐다.
쌀 = 주식이라는 오랜 공식은 깨지고
사람들의 주식이 곡식에서 육류로 바뀌고 있음을
체감하게 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고기를 먹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고기를 가공하고 납품하는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을뿐더러
농사와 일에 활용하는 소를
'고기'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힘'이나 '도구'같은 의미로
귀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이제는 누구나 쉽게 언제 어디서든 고기를 구할 수 있다.
소매로 된 정육점을 넘어
대형마트에는 큰 덩어리로 된 고기들을
원하는 부위만을 골라 구매할 수 있고,
간편하게 손질된 고기들은 깔끔한 트레이에 담겨
무인판매점에서 24시간 언제든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고기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축산 이력제가 시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고기가 되기 전, 즉 가공되기 전 소나 돼지 닭 등
동물로서의 의미에 대해서는 잊은 지 오래다.
단순히 인간이 소비하는 식재료 중 하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인류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큰
육식에 대해서 깊은 통찰을 담아낸 책을 만났다.
그동안 달라진 나의 식탁 모습을 떠올렸을뿐더러,
앞으로의 식생활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한 책
〈육식의 종말〉이다.
출간 25주년 개정판으로 찾아온 〈육식의 종말〉은
누적 10만 부가 판매되며
인류의 육식 문화가 세계에 미친 영향을 통찰한
이 시대의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 속에 함께한
'소'라는 동물의 위치가 종교적 의미까지 가지는
'신'의 위치에서 흔한 식재료 '상품'으로 전락하기까지
인류의 사고방식의 변화는
자연과 우리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사회사상가라 할 수 있는 제러미 리프킨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하며
미래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소의 천부적인 가치를 박탈한 주범이자
현대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차가운 악'에 대해 다루며,
우리의 식생활에 필요한 혁명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실용주의라는 이름 아래
시장 효율적, 실용적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풍요로운 식탁을 위해 악을 자행하고 있다.
이런 육류에 대한 소비의 변화는
우리 인류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고
이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현실에 처했고 말이다.
'인류가 육식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역사 전반에 걸쳐 인간과 소의 관계를 살펴보고
현대적인 축산 단지와 전 세계 소고기 문화가
인간에게 미친 영향을 검토하며
이런 현대적인 축산 단지에서
초래된 환경적인 위협의 정도도 살펴본다.
육식이 가지는 문화적 가치와
사회적 경계를 이끌어 내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고찰하기도 한다.
또한 현대의 식단에서 육류를 없애는 흐름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의미 또한 점검해 볼 수 있다.
육식의 등장이 인류와 사회를 변화시킨 것처럼
인간의 식탁에서 육류를 제외하는 것은
인간 의식의 역사에서
인류학적 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공된 형태의 육류를 손쉽게 소비하면서
잊어버렸던 육식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의 식생활에 필요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올 수 있겠다.
인류가 육식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이렇게 대량으로 많은 이들이 소비하며
식탁의 모습을 바꾼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최상위 포식자로서의 육식을 누리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지금의 무분별하고
과도하게 키워진 육류 소비의 현실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하는 것이
이 책이 바라고자 한 가장 첫 번째이지 않을까?
잔인하고 무자비한 과정을 떠올리지 못하게
핏기 없이 깔끔하게 손질된 고기들은 고기 이전의
생명에 대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떠나게 한다.
쉽게 얻어진 것에 대해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듯
우리가 소를 바라보고 소비하는 방법에 대해서
시야를 바꾸게 하는 기회로 다가온 시간이었다.
현재의 육류 가공 유통 과정에 담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면서는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내가 먹었던 고기는 다르기를 바라는,
어쩌면 맛있게 먹는 지금이 행복해서 외면하고 싶은
어두운 그늘 같은 부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즐비하게 정리되어 있는 고기들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전과는 다를 것 같다.
나의 미래를 옥죄어오는 우리의 육식 문화가
부디 올바른 방향으로 다시 원자리를 되찾기를 바라며
오늘 나의 식탁을 다시 한번 반성해 본다.